성폭력 시달리는 가정방문 노동자들, 해결책은? 
성폭력 시달리는 가정방문 노동자들, 해결책은? 
도시가스·수도검침원 등 2인1조 안전대책 마련 요구…“사업주 쾌적한 작업환경 제공할 법적 의무 있어”

“우리 점검원이 가스 점검을 하러 갔는데 집주인이 뒤에서 엉덩이를 만진다거나 해서 놀라서 ‘이상이 없다’며 나가려고 했다. 앞을 막더니 한번만 안아달라고 해서 신발도 못 신고 나왔다. 회사에 얘기했는데 회사에서는 해결책이라며 그냥 호루라기 하나 지급한 것 밖에 없었다.”(김정희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지부 경동도시가스분회장)

지난 4월 울산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 감금·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도검침, 건강보험 방문상담, 재가요양보호 등 가정방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민주노총 등과 27일 국회에서 ‘가정방문 노동자 인권침해 증언대회’를 열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2016년 국립정신보건센터의 정신보건전문요원 실태조사를 보면 가구를 방문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의 80.4%가 안전위협을 겪고 있고, 그 중 14%는 성적 위협을 겪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해당 통계를 언급하며 “노동자들은 2인1조라는 실효성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인력·예산, 법근거 미비로 사용자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비판했다. 

▲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지부·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는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동도시가스와 울산시는 성폭력 사태 각성하고, 2인1조 시행하라”고 촉구했다.ⓒ공공운수노조 제공
▲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지부·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는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동도시가스와 울산시는 성폭력 사태 각성하고, 2인1조 시행하라”고 촉구했다.ⓒ공공운수노조 제공

 

지난달 20일부터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울산경동도시가스분회는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1인 방문인 가스안전점검 업무를 2인1조로 운영하고, 개인할당 배정 등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해당 노동자가 성폭력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으려 하는 사고가 발생한지 42일차”라며 “울산 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정방문 노동자들 근무형태가 2인1조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가요양보호사들도 일상에서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있다. 이건복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장은 “요양서비스는 3시간 이상 일을 하고 몸과 몸이 밀착되는 경우도 있는데 성희롱 등이 있어도 서비스를 받는 동안이라 도망 나올 수도 없다”며 “사회적 약자, 아픈 분이고 삶이 걸려있어서도 그렇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사업이 안 되기 때문에 아무도 관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2인배치를 하면 증인일 수 있어 확실히 성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지자 사측이 2인1조를 억지로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황길상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이천여주분회장은 “109개 지역에 평균 1명씩 배치돼서 기초수급자 근로능력평가, 장애인 활동지원 등을 해야하는데 공단 본부는 인원은 충원 안 해준 채 ‘2인1조로 출장가라, 안 가서 사고나면 책임져라’라고 한다”며 “우리끼리 출장시간을 조정하고 안 되면 공익요원(사회복무요원)이 있는 곳에서 같이 가는 식으로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분회장은 “인력을 충원해 실질적으로 2인방문을 가능하게 하거나 다른 기관과 협조해서 동행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검침원도 부당한 요구를 받는다고 했다. 최숙자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강릉지부 여성부장은 “우리가 사법기관도 아닌데 강릉시는 검침원에게 기초수급자가 3개월 체납되면 단수할 것을 강요한다”며 “그러면 우리에게 ‘물이 안 나온다. 내가 죽겠다. 죽으면 너가 책임져라’라는 식으로 협박을 한다”고 말했다. 

▲ 지난 5월2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여성가스점검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지난 5월2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여성가스점검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정부가 이런 업무들을 민간에 위탁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최 부장은 “시가 직접하는 게 아니라 위탁이니 시에선 어떤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경동도시가스 역시 울산시 등에 책임있는 조처를 요구하고 있고, 경동도시가스는 공급 독점기업으로 울산시장이 결정한 요금에 따라 시민들이 지불한 요금으로 운영하고 있어 울산시와 함께 책임져야 할 주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전문가는 사업주가 법적으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이현주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을 보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쾌적한 작업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노동당국이 만든 매뉴얼에도 ‘고객응대근로자(노동자)’가 방문시 2인1조를 언급했다”며 “사업주는 고객응대노동자들에게 폭언·폭행을 금지한다는 문구게시나 음성안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기차에서 이런 방송을 들어본 적 있을 뿐 대부분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 변호사는 “산안법에 특수고용노동자를 일부 포함하기로 했는데 아직 대통령령이 구체화되지 않았으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핵심업무를 간접고용, 민간위탁 등으로 사업주 책임을 회피하거나 노동법상 노동자로 계약을 하지 않는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번 이슈에 주목하기로 했다. 노영희 인권위 정책교육국 사회인권과 사무관은 “인권침해 증언을 듣고 나니 인권위에서 할 일이 아직 많다고 판단했다”며 “향후에도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해 노동인권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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