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정권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부역자’ 명단을 발표한 것은 당사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7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김장겸 전 MBC 사장 등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MBC 임원과 간부를 지낸 6명이 검찰 처분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장겸 전 사장 등이 김환균 전 언론노조 위원장 등 4명을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고소했으나 이에 대해 검사는 각 불기소처분을 했다”며 “김 전 사장 등이 제출한 자료와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017년 4월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부역자 2차 명단 50명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017년 4월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부역자 2차 명단 50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2016년 12월과 2017년 4월 ‘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 부역자’ 1·2차 명단 60명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 포함된 당시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MBC 임원과 간부 16명은 언론노조와 미디어오늘이 자신들을 ‘부역자’라고 매도하고 비방했다며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언론노조 발표와 미디어오늘 보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돼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미디어오늘 기사는 언론노조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요약하고, 언론노조 주장 및 언론노조 관계자 인터뷰 등을 게시한 내용에 불과하다”며 “보도자료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미디어오늘이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김장겸 전 MBC 사장(가운데)은 지난 2월19일 법원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장겸 전 MBC 사장(가운데)은 지난 2월19일 법원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부역자’라는 표현으로 모욕을 당했다는 김 전 사장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모욕적 표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언론노조가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그 원인을 밝히는 취지에서 ‘부역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당시 다수 언론과 정치인들도 ‘부역자’라는 표현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던 점 △보도자료에 사용된 ‘부역자’라는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모욕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한 MBC 김장겸 전 사장과 박용찬 전 논설위원실장,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 백종문 전 MBC 부사장, 오정환 전 보도본부장,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은 지난 4월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접수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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