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깝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썼다.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제기되자 그는 “안타깝다”는 문장을 삭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그는 헝가리 사고현장으로 구조대를 급파하면서 ‘신속 대응’을 주문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한겨레, 국민일보 1면
▲ 왼쪽부터 한겨레, 국민일보 1면

그러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오전 브리핑에서 “‘골든타임은 3분’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당이 연이은 망언과 실언으로 국민께 고통과 상처를 주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당의 대변인까지 국민의 마음을 헤집고 나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국민일보 등 5개 아침신문은 사설로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 등을 배려하지 않은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국회 열 궁리는 않고…꼬리무는 막말 싸움”이라는 제목을 달고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이 막말한 점을 지적하기보다 “여야가 꼬리를 무는 막말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6면
▲ 조선일보 6면

다음은 관련 소식을 다룬 3일자 아침종합일간지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 ‘헝가리 참사’까지, 끝없는 한국당 막말 퍼레이드
서울신문 : 한국당은 대국민 사죄하고, 여당은 정치력 발휘할 때다
한겨레 : 민경욱 의원은 실종자 가족 마음 헤아려봤는가
중앙일보 : 막말·혐오 대신 자유한국당의 대안을 듣고 싶다
국민일보 : 한국당 막말 퍼레이드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한겨레는 사설에서 “그의 막말은 유서가 깊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그가 긴급 브리팡에 앞서 ‘난리 났다’며 크게 웃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최근만 해도 4월 강원도 산불 당시 소셜미디어에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는 글을 올려 비난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설
▲ 한겨레 사설

이어 한겨레는 “민 의원의 막말에는 자유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5·18 희생자 가족들에게 막말과 망언을 서슴지 않았고, 자유한국당은 이들을 두둔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또 “희생자의 아픔을 보듬기는커녕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게 자유한국당의 본질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며 “삐딱한 관전평이나 정치공세를 일삼는 건 책임 있는 정치인과 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 적당히 얼버무릴 생각 말고,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국민에게 깊이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중앙일보 사설
▲ 중앙일보 사설

국민·중앙·경향, 한국당 인사들 ‘막말 퍼레이드’ 지적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막말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이다. 정치 경쟁과 갈등 과정에서 막말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막말이 이전 막말을 덮는 식으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에서 저주와 혐오, 적대의 막말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막말로 갈등을 증폭시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 행태는 민주 사회를 가로막는 적이다”며 “상대를 비판하더라도 합리적인 근거와 상식의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야만성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낫다’고 했다. 일당독재 국가인 북한 지도자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통령보다 낫다니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망언이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도 넘은 막말이 끊이지 않는 건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며 “그러나 유독 한국당에 막말과 설화가 빈번한 건 이 당에선 무슨 말을 해도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고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까지 걸핏하면 막말 퍼레이드에 가세하는 판이니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마치 ‘막말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주요 당직자들이 돌아가면서 이런 막말을 쏟아내진 못할 것이다”며 “야당의 존재 이유는 물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직무유기일 수 있다. 하지만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 ‘김정은이 더 낫다’는 식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따라 품격 있는 언어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말이다”고 꼬집었다.

▲ 서울신문 사설
▲ 서울신문 사설

조선일보 “국회 열 궁리는 않고…꼬리무는 막말 싸움”

조선일보는 6면에 “국회 열 궁리는 않고…꼬리무는 막말 싸움”이라는 제목을 달고 “6월 임시국회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여야는 상대를 겨냥한 비판을 종일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막말한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의 발언을 짚지 않고 민 대변인 말에 논평한 민주당 의원들 발언만 기사에 작성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자신의 카운터인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을 겨냥했다”며 “이 대변인은 이날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 민 대변인의 이른바 ‘골든타임 3분’ 발언에 대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권의 무능한 대처 등 부끄러운 과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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