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얼미터가 여야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근접하게 나오자 이해찬 대표가 ‘이상한 여론조사’라고 비판했다. 이후 두 정당 격차가 10%이상 벌어지자 이번엔 한국당이 외압 논란을 제기하며 리얼미터를 공격했다. 조선일보 등 언론은 낙차가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리얼미터 조사의 임의 조정 의혹,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과잉대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수취인 분명’이라는 표현을 쓰며 조선일보·중앙일보 기자들 실명을 언급하고 악의적인 보도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리얼미터 사무실에서 이택수 대표를 만나 입장을 들었다.

-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해 양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정치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지도부가 극단적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선거 때는 이런 일들이 간혹 있다. 지금은 선거 기간이 아님에도 총선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이슈들이 있기에 사실상 선거 체제가 됐다.”

“(정치권보다) 언론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각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자 중 일부가 (정치권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하고 일종의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다. 그게 다시 지지층에 도달되고, 다시 댓글, SNS로 퍼지며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왜곡된 여론이 정치인들을 더 고무시키면서 더 심한 얘기를 하게 만든다. 단기적으로는 극단적인 지지층으로부터 환호 받을 수 있지만 선거는 호감도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비호감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런 방식은 도움 안 된다.”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택수 제공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택수 제공

 

-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나.

“업무를 못 할 지경이었다. 대통령 지지층은 20~40세대가 많기 때문인지 SNS로 많이 지적하고 한국당 지지층은 주로 전화하거나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항의 받은 건 몇 년 전부터인데 안철수 전 대표가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심화됐다. 안 대표가 상장사를 갖고 있어 테마주에 투자하는 분들의 항의가 많았다. 손해본 게 리얼미터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1.6%에서 13.1%로 단기간에 양당 지지율 격차가 컸다.

 

“한 정당의 지지율만 보면 주간 단위 3~4% 변동은 잦다. 차명진 전 의원 등 세월호 막말 파문 때는 한국당 지지율이 하루에 5%도 빠졌다. 한 정당만 보면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는데 한 정당은 오르고 다른 정당이 내려가니 10% 가량 차이가 나 커 보인다. 지난 2주를 보면 북한이 미사일을 1년반 만에 쐈다.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세였는데 여기에 더 올라가게 됐다. 그러다 ‘달창’, 황교안 대표 예법 논란, 5·18 관련 논란에 대한 보도가 나간 시점이라 지난주에 비해 지지율이 빠지게 됐다.”

 

 

▲ 리얼미터가 왜곡기사로 지목하는 조선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리얼미터가 왜곡기사로 지목하는 조선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민주당의 지지율은 왜 올랐나.

“지지율이 집권 1~2주년 때는 오른다. 최근 취임 2주년 맞아 대담을 했다. 주목도가 높은 이벤트인데, 비정기적인 여론조사들이 이 시기에 시행되고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그 결과를 보고 밴드웨건 효과가 나타나 우호적인 답변이 많이 나온다. 다만 한국당이 빠진 폭이 민주당으로 올라가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고, 마침 이해찬 대표가 그런 발언을 했기 때문에 더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후 달창 발언 등이 있었는데 조선일보는 이건 빼놓고 이해찬 대표 발언만 영향을 준 것처럼 언급했다.”

 

- 한국당은 외압 논란을 제기했고 언론도 이를 인용했다.

“실제로 압력 받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홍준표 대표가 한국갤럽 없애겠다고 한 적 있는데 직접 전화해서 없애겠다고 하겠나. 이건 공중전이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지지율을 결집키고 여론조사를 못 믿게 하려는 의도다. 지금은 리얼미터와 매체 간 싸움이 됐는데 어떻게 보면 정치인들 간 싸움을 조선일보가 받은 거다. 그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전문가 인터뷰를 하지도 않고 한 것처럼 내보냈다. 그래서 우리가 강경대응하게 됐다.”

- 조선일보 보도는 어떤 내용인가.

“조선일보 기사에 전문가가 3명 나오는데, 이 중 2명에게 연락했는데 두분 다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주셨다. (조선일보에 멘트를 한) 배종찬 소장은 업계 동료이기에 직접 물어봤을 때 조선일보에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증언을 해줬고 (리얼미터 조사가 엉터리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이준웅 교수님은 경향신문에 칼럼도 써주셨다.”
 
▲ 리얼미터가 왜곡기사로 지목하는 중앙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리얼미터가 왜곡기사로 지목하는 중앙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실제 득표율보다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힌 표본집단 비율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와 갤럽은 정례조사를 하는 기관이다. 대통령 지지도, 정당 지지도 평가 두 항목은 정례조사에서 중요하다. 과거 역대 대통령과 비교분석하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같은 워딩으로 한다. 박근혜 정부 때도 10%안팎으로 득표율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고 한 비율이 높았는데 중앙일보 기자는 간과했다. 왜 그때는 문제 삼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문 대통령 뽑은 사람들이 응답을 더 열심히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우승팀은 팬이 늘고 꼴등팀은 선호도가 떨어진다.”

- 언론은 전문가를 인용해 리얼미터가 채택한 ARS 방식의 신뢰도에 대한 지적도 했다. 리얼미터 조사만 유독 튀는 것도 ARS조사 중심으로 하기에 그렇다는 보도도 있었다.

“ARS는 비용이 3분의1 절감되기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 보는 거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비표집 오차 중에 가장 큰 요인이 면접원에 의해 나온다. 말투, 억양, 사투리, 뉘앙스 등 답을 받아내는 방식이 다르다. 전화면접 조사는 보험사 콜센터처럼 다 스타일이 다르다. 갤럽이나 리얼미터처럼 상시 정례조사하는 곳들은 정규직 직원처럼 직원관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아르바이트생처럼 뽑는다. 품질 관리가 되겠나.”

- 전화면접조사와 ARS조사의 지지율 추이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뭔가.

“직접 말로 응답하는 전화면접조사는 샤이 야당 지지층을 잘 못 잡아낸다. 사람은 자신이 열세 정당 지지자라고 밝히는 걸 꺼린다. 전화조사는 투표를 안 하는 분들의 여론도 잡는다. 정치 관심 없는 분들은 ARS조사로 하면 쉽게 끊는 반면 전화 조사는 미안해서 못 끊는 경우가 있다. 최근 선거 때 ARS 정당특표율, 후보득표율이 더 잘 맞았다. 어느 쪽 여론을 잡아야 하는지는 조사기관이 판단할 문제다. ARS는 비밀투표 방식이라는 점도 다르다. 미국 갤럽도 인종차별, 대마초 등 솔직한 응답을 받아야 할 때는 ARS로 많이 한다”

 

▲ 리얼미터가 왜곡기사로 지목하는 조선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리얼미터가 왜곡기사로 지목하는 조선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는 여론조사 전반의 문제라고 하면서 야당 지지자라고 밝히면 전화를 끊어버린다는 의혹도 다뤘다.

“조선일보는 여론조사 전반이라고 설명했지만 리얼미터를 다룬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기에 사람들은 리얼미터를 의심하게 된다. 내용은 뉴스타운이라는 매체에서 리얼미터가 여론조작한다고 문제제기한 내용과 같다. 우리가 정례조사 지지율 발표하다보니 주로 우리에게 공격이 오는데, 알고 보니 다른 기관 조사였다. 뉴스타운 고소했다. (뉴스타운에서) 실수 인정하고 용서 구하는 글도 썼고 (의혹제기와) 동일한 분량으로 사과까지 했다. (조선일보 기사가) 굉장히 악의적이다.”
 
▲ 리얼미터 관련 뉴스타운TV 정정보도 화면 갈무리.
▲ 리얼미터 관련 뉴스타운TV 정정보도 화면 갈무리.

- 여론조사에 대한 언론 보도, 또 어떤 문제가 있나.

“한국의 여론조사 전문기자가 한 명으로 알고 있다. 정례조사가 없을 때는 조사를 기획하고 해석하는 게 기자들의 몫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정례조사가 시작돼 여론조사 업체들이 분석을 해서 전해주니 정치부 기자가 쓰게 했다. 중앙일보는 여론조사팀에서 직접 조사도 했는데 편향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큰 협회인 한국조사협회와 리얼미터가 만든 작은 업체들 모임인 한국정치조사협회가 있다. ‘큰 협회’는 ARS조사를 인정하지 않는데 큰 협회와 가까운 기자들이 ARS 조사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게 응답률에 대한 편견이다.”

- 응답률이 낮으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조사 아닌가.

“2007년만 해도 전화면접 응답률이 30% 넘고, ARS는 30% 미만이었다. 한국조사협회는 30% 미만 조사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응답률이 전반적으로 낮으니 그런 주장 안 한다. 우리는 여론조사를 할 때 응답률을 공표해야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응답률 30% 미만 조사는 폐기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굳어지기도 했는데 기사 검색을 해 보면 한국일보 기사에 나오는 익명의 업체 대표가 시작이다. 알아본 적 있는데 미국에서 그렇게 한다는 내용은 찾지 못했고, 오히려 응답률과 신뢰성은 상관이 없다는 연구도 있다.”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택수 제공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택수 제공

 

- 의도를 갖고 질문 만든 거 아니냐는 의심도 많다.

“문항은 최대한 조심해서 짠다. 그럼에도 시빗거리가 된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때는 적격, 부적격으로 물었다가 찬반으로 묻는 등 질문을 바꿨다는 의혹이 나왔다. 처음에는 적격 여부가 중요했고, 이후에는 대통령 임명 국면이어서 그렇게 물었다. 논란을 제기하니 문항을 다시 적격, 부적격으로 바꿔서 재조사했다. 결과에 차이가 없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는데 보도 안 해주더라.”

“소득주도성장 관련 조사 때 상세한 내용 알려주고 찬반 물은 적이 있는데 한국당이 비판했다. 그런데 직후에 설명 없이 찬반만 물은 한국갤럽 조사 결과 찬성이 더 높게 나왔다. 언론에서 그렇게 부르는데 패스트트랙 법안을 ‘개혁법안’이라고 한 것도 시비 걸 줄은 몰랐다.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문제제기를 하면 다시 조사를 해드리겠다.”

- 여론조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여론조사는 정책 결정자나 입법하시는 분들이 참고자료로 쓰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2002년 대선 후보 단일화 때부터 (여론조사가) 경선 등에 후보를 결정하는 판단자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왜곡된 것 같다. 참고자료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운명을 가르는 도구로 쓰이다보니, 불리하게 나오면 즉각 비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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