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법인을 분할해 중간지주회사를 만들어서 서울로 본사를 옮기기로 하면서 울산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울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압도적으로 법인 분할 및 서울 본사 이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주요 지역 언론은 조사 결과에 냉랭하다 못해 ‘신빙성이 없다’는 현대중공업의 입장을 비중있게 보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그리고 기업결합 승인 뒤 대우조선해양까지 자회사로 두는 중간지주회사이자 그룹 조선사업의 투자·엔지니어링 등을 담당하는 회사로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지역 사회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은 서울에 본사를 둔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만들어 현대중공업 자산 50%를 넘기고, 현대중공업은 부채 95%를 고스란히 떠안는 비상장 기업에 빈껍데기 하청공장으로 만드는 불균형 분할이다. 재무구조가 좋은 한국조선해양을 통한 고배당 정책으로 정몽준·정기선 총수일가의 상속자금 마련에 도움을 주는 구조”라며 본사 서울 이전 반대 뜻을 밝혔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지난 7일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존속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여론도 반대에 기울여 있다. ‘현중법인분할 중단, 하청노동자 임금체불해결촉구 울산지역대책위’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울산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800표본)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울산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및 본사 서울 이전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82.0%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 응답은 11.2%에 그쳤다.(잘 모름 6.8%)

“현재중공업 법인분할이 울산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는 76.9%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영향이 없다라는 응답은 14.4%였다. 법인분할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응답과 송철호 울산시장의 발표에 대해 적절하다고 보는 응답도 각각 82.9%, 76.1%로 나왔다.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에 대한 울산지역의 사회 시민 노동단체 등 각계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도 80.2%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졌느냐는 질문에는 77.6%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 ‘현중법인분할 중단, 하청노동자 임금체불해결촉구 울산지역대책위’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 ‘현중법인분할 중단, 하청노동자 임금체불해결촉구 울산지역대책위’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종합하면 울산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은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및 본사 이전에 대해 반대하고,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되듯 법인분할 본사이전에 대해 지역 사회는 ‘술렁’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 언론 보도는 격앙된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여론조사는 15일 발표했지만 이를 인용한 지역 방송은 KBS 울산이 유일하다. 보도 매체로 보면 오마이뉴스와 로이슈, 울산제일일보, 뉴스1, 울산매일신문 등이 보도했다. 다만 보도량으로 보면 지역 현안 최대 이슈이고 이를 반영한 여론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극히 적다.

울산 지역 최대 일간지인 경상일보의 경우엔 법인분할에 반대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을 전하면서 대책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관련 뉴스를 전했지만 “여론조사가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단체에서 주관한 것이어서 객관적인 결과라고 볼 수 없다”는 현대중공업 측 반론을 실었다. 현대중공업은 여론조사 결과에 신빙성을 제기하는 내용을 SNS를 통해 기자들에게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제일일보도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가 아니다”는 현대중공업의 입장을 실으면서 법인분할이 울산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 응답 결과를 메인 내용으로 뽑았다. 여론조사 결과 핵심은 82.0%가 법인분할 본사이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었는데 관련 문항과 결과는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현대중공업이 16일 배포한 4장짜리 홍보물을 인용한 지역 언론의 보도는 쏟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성공의 첫 관문이자, 산업은행과의 계약 조건이다. 산업은행은 애초부터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 두는 거래방식을 배제, 이런 조건으로는 계약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은 “분할 이후에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분할 이전과 다름없이 가장 중요한 생산을 비롯해 영업 설계 등을 현재와 같이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며, 중간지주사와의 역할 분담을 통한 선택과 집중으로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본부 본부장은 현대중공업의 홍보물에 대해 “꼼수 유인물”이라면서 “거짓말로 일관된 현중 사측 홍보물을 직원들까지 동원해 배포하는 행위, 당장 중단하십시오. 울산 시민을 농락하는 거짓 홍보물 배포,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본부장은 “현대중공업 본사는 ‘가짜 본사’다. 울산 시민과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 핵심은 ‘진짜 본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을 떠나기 때문”이라며 “울산 시민이 반대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현대중공업을 빈 깡통으로 만들고, 알맹이만 서울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조조정, 인력감축, 임금삭감으로 이미 심각해진 울산 경제가, 현중 재벌의 사익추구, 정몽준 정기선 재벌3세 경영권 승계로 인한 법인분할로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진다고 비판했다.

김정아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책국장은 “울산시민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여론조사가 나왔는데 이를 인용하는 언론은 적고, 사측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영한 보도가 나오고, 현대중공업 홍보물이 나오자 기다렸다 듯이 보도가 쏟아지는 현실”이라며 “여론조사의 경우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성 시비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리서치 업체에 의뢰하고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질문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지역 언론은 공론화해야할 역할이 있지만 주요 방송사와 일간지는 배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대 광고주인 현대중공업을 의식한 결과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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