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8일 드라마 편성을 오후 10시대에서 한 시간 앞당기며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최승호 MBC 사장이 “드라마 투자를 강화해 더 큰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또 차기 예능 프로그램에는 “김태호 PD의 복귀 프로그램이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승호 사장은 지난 8일 사보 성격의 ‘MBC뉴스레터’ 인터뷰에서 “소소한 작품보다 대작을 만들겠다”며 “외부 드라마 제작사들과 협력해 MBC에 좋은 기획이 오도록 노력하겠다. 내부 기획도 강화하겠다. 드라마가 제대로 수익을 내려면 내부에서 성공적 기획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MBC는 “드라마 밤 9시 편성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는 의미와 함께 시청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의미”라며 “드라마 시장은 월화 밤 10시대 5개, 수목 밤 10시대 4개 프로그램이 혈투를 벌이며 1~2개 작품만 겨우 제작비를 회수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편성 변경이 방송사와 제작사가 상생하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시청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편성 변경으로 오는 22일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봄밤’(연출 안판석)이 수요일과 목요일 밤 9시로 이동했고 내달 방영 예정인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연출 노도철)도 월화 밤 9시로 1시간 당겨졌다.

▲ 지난 2017년 12월 해직자 복직 행사에 참석한 최승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17년 12월 해직자 복직 행사에 참석한 최승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 사장은 MBC뉴스레터 인터뷰에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새 경영진이 취임한 후에도 드라마 PD들이 외부로 나갔다는 것”이라며 “드라마 연출자들이 MBC 안에서 자기 꿈을 펼칠 드라마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최 사장은 이번 드라마 편성 변경에 “과거 채널 수가 적었을 때와 달리 요즘에는 밤 10시대에 4~5편의 드라마가 동시 방송된다”며 “이는 시청자들의 선택권에 제약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많은 드라마들이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MBC는 이런 틀을 먼저 깨고 새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위축되는 지상파 방송 시장에 “올 1분기 광고 시장 상황이 굉장히 좋지 못해 고전한 것은 사실이다. 본사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 전반에 걸친 문제”라며 “2분기 들어서는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조직개편 효과가 궤도에 올라서고 예능 프로그램들이 선전하며 나타난 결과다.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지상파 중간광고 시행 결정이 미뤄지는 것에 “최근 지상파 위기는 사업자들이 제대로 대비 못한 측면이 있지만, 과거 정부가 의도적으로 지상파를 배제하고 종편과 유료 방송을 육성하는 정책을 통해 광고시장을 왜곡시킨 것도 핵심 이유”라며 “지상파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종편과 차별 대우가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 무너지면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MBC 콘텐츠 경쟁력에 대해 “많은 지표를 보면, 지난 7~8년 동안 저조했던 콘텐츠들이 중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현격하게 좋아지고 있다”며 “‘구해줘홈즈’는 방송 첫 주부터 동시간대 2049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마리텔’도 시즌1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아마 김태호 PD의 복귀 프로그램이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사장은 연봉제로 입사한 사원들을 호봉제로 전환한 것에 “구 경영진이 경력사원이나 신입사원을 연봉제로 뽑은 데에는 그들을 기존 사원들과 분리시키고 배제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며 “이대로 두면 신입사원을 계속 연봉제로 뽑아야 하고, 구성원 내부 인화나 협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컸다. 현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모든 사원이 같은 토대를 갖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회사 상황이 어렵다. 과거에 해온 정도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며 “이번 편성 변경과 드라마 부문 개혁은 그 일환이다. 앞으로 많은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구성원들은 뛰어나고 MBC 자산은 여전히 많다. 함께 손잡고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