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집회 원천금지 장소’를 규정한 집시법 11조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가운데, 해당 조항으로 기소돼 처벌받은 사법피해 당사자들이 재심을 청구했다.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행동은 집시법 11조 삭제를 위해 2018년 11월 인권단체, 민주노총, 전농 등이 꾸린 연대체다.

집시법 11조는 “누구든지 다음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선 안 된다”고 정한다. 국회의사당‧각급 법원‧헌법재판소‧대통령 관저‧국회의장 공관‧대법원장 공관‧헌법재판소장 공관‧국무총리 공관 등이 여기 포함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7월 이 가운데 국회의사당과 국무총리 공관, 각급 법원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조항이 위헌이라며 잇따라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선고했다. 개선입법 혹은 효력정지 시한으로는 각각 2020년 말일(국회의사당과 국무총리 공관)과 올해 말일(각급 법원)을 제시했다. 위헌 결정이 나면 해당 법률이나 법조항에 근거해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오른쪽) 등 6명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집시법 11조 법조항으로 과거 처벌받은 사건에 대해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진=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오른쪽) 등 6명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집시법 11조 법조항으로 과거 처벌받은 사건에 대해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진=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이날 재심 청구에 참여한 정진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당시 노동당 부대표)는 “검찰과 재판부는 집시법 11조가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청구 이유를 밝혔다.

정진우 집행위원은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그곳이 국무총리 공관 100m 이내란 이유로 처벌받았다”며 “우리는 총리공관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지만 공권력은 집시법 11조를 죄목으로 썼다”고 했다. 그는 “이후 2014년 6월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다시 잡혀가 구속기소됐고, 이 사건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해 위헌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법원이 무죄 선고했는데도 검찰은 항소해 지난달 징역 2년을 구형했다”고 했다.

정진후 집행위원 등 6명은 이날 △2011년 11월3일 국회 맞은편 ‘한미FTA 비준저지 집회’에 참가했다 벌금형을 받은 사건 △2013년 2월5일 박근혜 대통령당선자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전원복직 및 국정조사 약속 이행’ 촉구 시위에 참가했다 국무총리 공관 인근이라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은 사건 △2014년 6월10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만인대회’에 참가했다가 국무총리 공관 인근이라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은 사건 등에 재심을 청구했다.

공동행동은 “위헌 조항인 집시법 11조로 부당한 처벌을 받은 당사자들이 피해로부터 회복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구인 6명은 집시법 11조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는 여전히 ‘성역 유지’ 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자들의 ‘무기사용법’, 표현방식이 달라진다고 잘못이 바뀌기는 어렵다. 집회 시위의 온전한 자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접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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