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청이 이달 4일부터 18일까지 15일 간 기자실을 폐쇄한다. 취재 지원에 힘써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드문 일이다. 의정부시청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는 18일 시청 감사담당관실의 ‘출입 언론인 특정감사’ 결과가 나온다. 감사실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출입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를 조사한다. 4월9일 시청 인트라넷에 올라온 익명 고발에서 시작됐다. 한 공무원이 시청 물품이나 점심식사 대접을 요구하는 출입기자를 ‘상거지’라 비난하며 노조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동조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고 조회 수도 직원 1200명에 달하는 1100회를 넘기며 논란은 증폭됐다.

기자실 폐쇄 강수를 둔 데엔 ‘비상 상황’이란 시청의 판단이 있다. 특정인을 겨냥한 비판이 2년 터울로 나온 점에서다. 2017년 9월엔 ‘명절만 되면 동 주민센터를 전전하며 선물을 요구하는 버러지같은 기자들이 있다’는 익명글이 올라왔다. 안병용 시장은 이에 지난 2일 기자들 앞에서 “엄중 처리를 위해 기자실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 지난 4월9일 의정부시청 내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출입기자 비판 글. 출처=임아무개 경인종합일보 기자 페이스북
▲ 지난 4월9일 의정부시청 내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출입기자 비판 글. 출처=임아무개 경인종합일보 기자 페이스북

출입기자 사이에선 “기자 분리가 진짜 목적”이란 평이 나돈다. 사건 실체는 기자단 내 두 분파인 ‘의정부시 출입기자단협의회’와 ‘한국전문기자 경기북부협회’의 싸움인데 이들 간 큰 싸움이 벌어질 수 있으니 기자실을 폐쇄했단 지적이다. 지역 기자들은 통상 협의체를 꾸려 시청 공보관과 취재지원·홍보비를 논의한다. 협의체가 크게 둘로 나뉜 시점은 첫 고발글이 올라온 2017년 9월이다. 당시 출입기자단협의회는 고발글을 근거로 취재했다며 이아무개 기자를 제명시켰고 이 기자는 기자 17명과 한국전문기자협회에 가입해 시청을 출입 중이다.

지난 4월 올라온 글도 이아무개 기자를 겨냥했다. 글은 즉각 경인종합일보에 보도됐다. 기사를 쓴 임아무개 기자는 이 기자가 제명될 때 출입기자단협의회 간부였다. 익명 고발 배경을 두고도 추측이 분분하다. 이 기자가 임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둘은 법적 다툼 중이다. 출입기자 일각에선 두 협의회 다 구태문화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알력 다툼을 본질이라 본다.

공공기관이 이제는 언론의 구태 관행을 참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시 공무원들은 기자들 낡은 관습에 피로감을 느꼈다. 오전 11시40분 경 각 과에 들러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란 제의를 기다리거나, 업무추진비로 식당에 밥값을 선지불해달라거나 매점에 필요한 물품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기자들 관행은 오래 전부터 구설에 올랐다.

지역 언론인이 급격히 증가한 점도 변화 원인이다. 언론홍보비 규모는 그대로인데 출입기자가 대폭 늘면서 이권 갈등도 증가한다. 2018년 12월 기준 경기도엔 인터넷신문 1637개, 일간지 34개, 주간지 224개, 특수주간지 242개가 등록돼있다. 의정부시청엔 출입기자 230명이 등록됐고 협의체만 5개다.

익산시청 기자실이 대표적인 예다. 2011년 초 익산시청 기자실엔 ‘대못’이 박혔다. 한 익산시청 출입기자는 “당시 출입기자 수가 대폭 늘었지만 이들은 규모가 큰 언론에 비해 홍보비 분배, 기자실 사용 등에서 차별을 겪었다”며 “‘차라리 기자실을 없애자’며 군소매체 기자들이 문에 못을 박고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후 익산시 공보 문화는 크게 변했다. 기자실을 없애고 모두에게 열린 ‘브리핑실’을 도입했고 2016년엔 지자체 최초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도 도입했다.

시흥시청은 이미 8년 전 ‘지역 언론 대응 개혁’을 시도해 관행으로 안착시켰다. 의정부시와 동일한 문제의식이었다. 비합리적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데다 취재를 하지 않고 광고영업만 하는 언론사가 난립했다. 우정욱 전 공보담당관은 “누군가는 짊어져야 한다”며 신문구독료 1억8000만원을 1800만원으로 줄이고 계도지 예산은 아예 없앴으며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룸을 만들었다. ABC협회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광고비 집행 기준을 정했고 시장에게 보고되는 ‘보도 스크랩’을 중단했다. 보도 스크랩은 언론이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루트였다.

희생은 컸지만 좋은 선례가 남았다. 우 전 공보담당관은 일부 기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해 안산지검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했다. 시흥시청은 일부 언론의 보도 공격에 법적으로 대응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김윤식 시흥시장과 관련된 허위보도를 낸 정아무개 기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 실형을 받았고 또 다른 기자 2명도 각 벌금 500만원 및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우 전 공보담당관은 “‘언론은 못 이긴다’는 말을 쉴 새 없이 들었지만 그것도 누군가 시작해야 이기거나 진다. 세금으로 급여 받는 동안엔 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각오로 임했다”며 “공보란 지방정부의 정책을 시민사회에 알려 신뢰도를 높이는 일로 출입 기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언론 발전 없이 지방정부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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