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기사를 표절한 시사주간지 일요서울(회장 고재구, 대표 은기원) 소속 고아무개 기자가 신문사 안에서 학벌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서울 회장 아들인 고 기자가 ‘낙하산’ 논란을 무마하려는 사내 여론용으로 그렇게 했다는 주장도 있다.

고 기자의 입사는 2016년 상반기다. 2016년 2월1일 그는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2일 등기했다. 수습기자 때부터 이미 사내이사였던 고 기자의 기사는 두달 후인 4월부터 확인할 수 있다. 사내에선 공공연하게 고 기자가 일요서울을 물려받을 거란 이야기가 전해졌다. 언론사를 세습하는 곳들이 있지만 수습시절부터 사내이사로 등기한 경우는 찾기 드물다. 고 기자는 입사 만 3년이 채 안 된 지난 1월 차장대우로 고속승진했다.

▲ 일요서울은 지난 1994년 3월3일 신문사로 등록해 올해로 창간 25주년을 맞은 시사주간지다. 아버지인 고재구 회장과 은기원 일요서울 대표, 아들 고아무개 기자가 사내이사, 고 회장의 아내가 감사를 맡았다. 사진=pixabay
▲ 일요서울은 지난 1994년 3월3일 신문사로 등록해 올해로 창간 25주년을 맞은 시사주간지다. 아버지인 고재구 회장과 은기원 일요서울 대표, 아들 고아무개 기자가 사내이사, 고 회장의 아내가 감사를 맡았다. 사진=pixabay

일요서울 사정을 잘 아는 다수의 관계자는 고 기자를 서울 소재 H대 법학과 출신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사내에서도 다들 그렇게 안다고 했다. 장성훈 일요서울 편집국장도 지난달 24일 미디어오늘에 “(고 기자가) H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장 국장은 “나는 고 기자 입사 이후에 국장으로 와 그의 입사지원서를 보지 못해서 학교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며 “입사지원서를 보는 분은 인사권자(대표) 한 분”이라고 답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고 기자는 H대 법학과 출신이 아니었다.

왜 학벌을 속였을까. 한 관계자는 “낙하산 논란이 있을까봐”라고 했다. 회장 아들이 입사하면 ‘낙하산’이라며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서울 소재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면 ‘그래도 실력 있으니 괜찮다’는 여론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고 기자는 입사 당시 입사지원서를 내지 않고 면접을 보지 않는 등 채용절차를 건너뛰었다.

관계자들은 편집국 간부들도 고 기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요서울 후계자로 알려진 상황에서 다소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기자들은 주간지 특성이라며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휴가를 못 냈는데 고 기자는 가능했고, 보통 주말당직이면 토·일 이틀 일했지만 고 기자는 취재가 거의 필요 없는 기사 중심으로 주로 하루만 일했다고 한다.

편집국 간부가 고 기자를 특별대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수 관계자는 장 국장이 다른 기자들에게는 조금만 잘못해도 막말 등을 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장 국장 갑질에 시달려 퇴사한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 국장이 고 기자를 거의 터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장 국장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상사(편집국장) 욕을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 고아무개 기자가 표절한 기사가 지난달 26일 일요서울 메인에 걸려있는 모습.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 고아무개 기자가 표절한 기사가 지난달 26일 일요서울 메인에 걸려있는 모습.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한 관계자는 고 기자의 표절이 이런 사내 분위기에서 나왔다고 꼬집었다. 부장·국장 등 관리자들이 평소 고 기자의 취재내용이 부실하더라도 근태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주간지니까 금요일마다 마감이 다가오니 고 기자가 이미 나온 기사를 베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15일부터 고 기자와 일요서울 측(은기원 대표, 고재구 회장 등)에 고 기자가 실제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학벌을 속였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물었고 필요하다면 졸업증명서의 일부를 공개해 입증해달라고 통화·문자·메일 등으로 15차례 이상 요청했지만 고 기자와 일요서울 측은 7일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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