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를 앞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첫 협상에 따른 ‘드루킹 특검’을 두고 “(수사 등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사법의 정치화’ 같은 것의 대표적 사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홍 원내대표는 “당시 특검을 자유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까지 요구했다. 드루킹 사건은 실체가 많이 드러났고 정치적으로 부풀려서 악용되는 문제가 있었다. 특검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드루킹 특검’은 홍 원내대표가 한국당과 처음 이룬 협상의 산물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하던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이후 두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맞바꿨다.

홍 원내대표는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 “당연히 당 지지자들이나 많은 국민들께서는 특검 자체에 비판 많이 하셨고 비판 자체는 달게 받는다. 재판이 진행 중이니 마무리되면 말씀드리겠지만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사법의 정치화’랄까 이런 것의 대표적 사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고별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고별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간담회에 동석한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시 협상과 관련해 “지나치게 타협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한국당하고만 협상하려는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했다. 국회에 민주당과 한국당만 있는 게 아니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있는데 왜 꼭 그래야 하는지 당시 불만이었다”며 “다음 원내대표가 또다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한국당에 타협적 태도를 갖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부대표는 “여당이 제1야당이 반대한다고 아무 것도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나. (한국당이) 장외투쟁하는 모습이 보여지면서 ‘강대강’이라고 하는데 저로서는 억울하다”며 “민주당은 어차피 과반 의석이 없기 때문에 주도할 힘도 없고 법안 통과시키려면 1당 또는 다른 당과 손잡는 게 불가피한데 왜 제1야당하고만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지,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닌데 법안 논의조차 안돼서 다른 당들과 한 게 왜 ‘독재’인지 납득이 안 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부대표 말에 홍 원내대표는 “이철희 수석의 말이었다”며 농담조로 관련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국당 장외투쟁 국면 속에서 퇴임하게 된 홍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 취임 이후 제대로 된 대화가 없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작년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논의가 끝나고 여야 관계가 굉장히 가팔라졌다. 특히 1~2월에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면 ‘1번 국정조사, 2번 특검, 3번 패스트트랙 하지 마라’는 말만 했다”며 “탄력근로제라든지 최저임금제 개선이라든지 빅데이터 3법 같은 것들이 있다. 작년에는 여야가 정치적으로 입장이 달라서 싸우더라도 그런 것들을 처리하면서 왔는데 내가 부족한 게 많아서 그렇겠지만 나 원내대표와는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작년에 당선되자마자 국회 문이 닫혀 있으니 정말 난감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국회가 중단된 상황을 후임 원내대표에게 넘겨줘야 해서 국민들께 죄송하고 후임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한 뒤 “내일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면 아마 여야 간 새로운 대화의 계기가 마련돼서 조속히 국회가 정상회될 수 있을 거라 희망해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는 8일 선거로 결정된다. 출사표를 던진 이인영·노웅래·김태년 의원(기호 순) 중에서 민주당 의원(128명) 과반인 65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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