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으켰던 유사수신업체 IDS홀딩스가 불리한 기사를 삭제하기 위해 언론에 광고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는 민영통신사 뉴스1 기사를 삭제하기 위해 브로커 유아무개씨를 통해 뉴스1 편집국 간부들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까지 접촉한 정황이 유씨의 문자메시지로 확인된 바 있다. 

[ 관련기사 : “홍선근 회장과 운동 중…기사 다 내리기로 했어요” ]

IDS홀딩스 측은 비판기사를 썼던 또다른 경제지 보도를 막으려고 당시 현직 언론인을 내세워 로비한 정황이 나왔다. 기사를 막으려고 광고국 인사를 접촉하고, 해당 기사를 썼던 기자를 압박하고 상사를 회유하려고 했던 정황도 나왔다.

지난 2015년 11월27일 새벽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급작스럽게 브로커 유씨에게 “한국경제 기사가 그대로 지면 6면에 실릴 것 같다. 지금 인터넷 조회를 해보니 약 45분 전에 최종 수정되어 6면 지면에 실리는 것을 확인된다. 인쇄 들어가기 전에 수정이 될 수 없나”라고 묻는다.

그리고 김성훈 대표는 “만약에 수정이 안 된 채로 지면에 나오게 되면 최후 방법은 데스크에 얘기해서 정정기사를 내는 방법밖에 없겠는데 가능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지면에 실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 늦게라도 부탁 좀 드린다”고 요구한다.

김 대표가 말한 기사는 보험 영업사원이 금융사기업체 영업사원으로 활동중인 실태를 고발하면서 IDS홀딩스를 예로 든 한국경제 기사다. 김 대표는 관련 기사의 지면 게재를 막으려고 브로커 유씨에게 전방위 로비를 요청했다.

김 대표 지시에 유씨는 “제가 볼 때 취재팀장인 (기사를 쓴) 노아무개 기자를 변호사와 회사 관계자를 보내 만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을 듯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기사가 내려가지 않자 김성훈 대표는 “총력대응해야 할 듯하다”고 문자를 보내고 유씨는 “이아무개 기자가 일요일에 터키에서 입국하는데 노아무개 기자를 조변호사 보고 만나라고 했어요”라고 답한다.

노아무개 기자는 앞서 IDS홀딩스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취재기자다. 유씨가 말한 이아무개 기자는 노 기자의 선배 기자다. 유씨는 친분이 있는 이아무개 기자를 통해 노 기자를 압박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운운은 법적 대응을 시사해 보도를 막으려는 정황으로 보인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유씨는 “저녁에 이아무개 기자가 터키에서 한국에 입국해서 만나기로 했고, 이 기자가 노 기자를 데리고 있었다 하니까 적극적으로 빨리 기사 내리도록 해볼 것”이라며 “조 변호사랑 계속 상의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 잘보고 오고 조금 후에 이아무개 상무랑 만나서 해결방안 모색해보겠다”고 보고한다.

유씨의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이아무개 상무는 당시 현직 언론인으로 파악됐다. 이 상무는 한 일간지 편집국장 출신으로 유씨와 친분이 있었고 2015년 일간지 광고 담당 상무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취재기자의 상사는 물론 변호사, 현직 언론인가지 동원해 전방위로 한국경제 기사를 막으려고 했던 정황이다.

유씨는 2015년 11월29일 “조 변호사가 노 기자한테 메일은 보내놨다. 그놈이 완전 ○○○라는데 걱정”이라며 “여러 채널로 편집국장과 연결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방위 로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29일 지면기사를 싣는다. 기사 내용은 보험설계사들에게 성과 보상책을 주는 방식으로 IDS홀딩스의 모집자금 규모가 1조원까지 불어났다면서 “일부 보험설계사가 금융사기업체의 영업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고객 네트워크를 금융사기업체에 그대로 갖고 들어가면서 금융사기 규모가 빠르게 팽창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IDS홀딩스를 금융사기업체로 규정했다. 

유씨는 로비가 먹히지 않자 “미친 ○○○한테 걸려서 웬만하면 합의하에 기사를 내릴 수 있다 하는데”라고 취재기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결국 유씨는 12월1일 “한국경제1면 광고 기재했음”이라고 김성훈 대표에게 보고한다. 첫 보도는 나갔지만 향후 비판기사를 막으려는 목적에서 광고를 집행한 셈이다. 실제 2015년 12월1일자 한국경제 1면엔 IDS홀딩스 광고가 실렸다. 내용은 법적 논쟁에 휘말린 걸 사과하면서 “고객들께서 맡겨주신 자금은 기관투자 및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100여개 유망 중소혁신벤처 기업들에 투자되어 왔다…(중략)…현재 위 기업들의 보유주식 가치 평가액은 약 1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2015년 당시 경제지 1면 광고는 수천만원에 달한다.

김성훈 대표는 광고를 실었는데도 기사가 내려가지 않자 “기자는 까고 광고는 실리고 참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유씨도 “요즘 신문들이 하는 짓이 그러니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걱정”이라고 답한다. 유씨는 기사를 쓴 노아무개 기자를 예의주시했다. 유씨는 “노기자가 뭘 움직일지 알아보겠다”라고 한다.

김 대표도 광고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는 12월3일 유씨에게 “누가 한경광고국 어떤 분이랑 얘기를 했는지, 제안한 광고 금액을 알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유씨는 “한경광고국장하고 이아무개 상무랑 절친”이라며 “내일 이 상무 오라해서 상의하자”라고 말한다. 이 상무는 일간지 편집국장 출신으로 당시 광고 담당 임원을 맡고 있었다. 광고로도 통하지 않자 이 상무와 한국경제를 연결시켜 로비하려고 했다.

다음날인 12월4일 유씨는 “한경광고국장이 딜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함”이라며 “노 기자라는 놈이 더 날뛰고 부화뇌동할 놈이라고 함”이라고 김 대표에게 보고한다. 광고를 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유씨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다. 유씨는 “조 변호사한테 기사쓰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 정리해서 한경편집국장한테 최종 부탁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한국경제는 전방위 로비에도 불구하고 모두 세 차례나 IDS홀딩스 비판 기사를 썼다. 2015년 12월2일 32면 사회면에 한국경제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금융사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유사 수신행위와 사기 등 범죄 내용을 증명하더라도 피해자에게 피해금액을 돌려주면 주범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면서 ‘김모 IDS홀딩스 대표’를 예로 들었다.

기사를 썼던 노아무개 기자는 당시 IDS홀딩스 측의 전방위 로비와 함께 내부에서도 압박 받은 걸로 전해졌다. 노 기자는 2015년 12월3일 취재수첩에서 집요한 IDS홀딩스의 로비 정황을 폭로했다. 노 기자는 11월27일 새벽 1시 자신을 IDS홀딩스 투자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와 IDS홀딩스 비판 기사에 업체명을 빼달라고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노 기자는 김성훈 대표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주장도 했다고 전했다.

노 기자는 “김모 IDS홀딩스 대표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와 사기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로 입증됐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담당기자가 퇴근한 새벽 시간에 인터넷에 송고되는 기사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려고 했던 꼼수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썼다.

당시 한국경제 상황을 아는 한 기자는 “노아무개 기자가 당시 노조 간부를 맡아 한국경제 내부에서 IDS홀딩스 비판 기사를 조치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노 기자가 관련 기사 삭제에 크게 반대했고, 결국 로비가 통하지 않고 기사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씨의 문자메시지에 한 일간지 광고 담당 임원과 ‘절친’이었다고 나온 한국경제 광고국장은 “IDS홀딩스라는 업체 이름을 처음 들었고, 문자메시지에 나온 내용도 전혀 기억이 없다”면서 “이아무개 상무랑 절친이었다고 하는데 광고국장 모임에서 가끔 보는 관계로 사적으로 통화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한국경제 측은 “저희가 그쪽에서 로비한다고 기사를 삭제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결국에 보면 광고 했지만 기사는 정상대로 발행된 게 아니냐. 한국경제를 거론하는 내용은 IDS홀딩스 측에서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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