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자 문화일보 국제면에 이상한 사진 설명이 달렸다.

지난달 30일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기 위해 군사봉기를 시도하면서 마두로 정권 군부와 후안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충돌해 정국이 혼란에 빠져 국제 이슈로 떠올랐다.

문화일보는 지난 1일자 국제면(8면)에 “과이도 ‘군사봉기’ 격화…장갑차 시위대에 돌진”이라는 제목으로 베네수엘라 정국 대혼란 상황을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과이도 정권이 군과 함께 행동에 나서 정권 퇴진 압박을 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마두로 정권의 ‘핵심’인 군부를 흔들어 정권 퇴진운동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과이도 의장의 전략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기사와 함께 두 장의 사진을 실었다. 한 장은 “정부군 장갑차가 시위대를 치고 지나간 뒤 도로에 한 시위참가자가 쓰러져 있다”는 내용의 사진이다.

문제는 또 다른 사진이다. 군복을 입고 총 든 사람과 민간인이 모여 있는 사진이었는데 문화일보는 “환영받는 볼리비아 국경수비대”라는 제목으로 “30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인근에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일부 볼리비아 국경수비대가 반정부 시위대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베네수엘라에서 군부와 정권 퇴진 세력들이 맞선 상황에서 또 다른 남미국가인 볼리비아의 군대가 베네수엘라 땅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볼리비아는 현재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 있다. 무엇보다 볼리비아 군인이 직접 베네수엘라 땅을 밟고 정부군도 아니고 반정부 세력의 환영을 받았다는 뜻인데 비상식적이다.

▲ 문화일보 5월1일자 국제면.
▲ 문화일보 5월1일자 국제면.
문화일보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듯 사진을 교체하고 사진설명도 수정했다. 문화일보는 “중무장한 반정부 시위대”라는 제목으로 총을 든 군인과 오토바이 헬멧을 쓴 민간인이 보도블럭 너머를 보고 있는 사진으로 교체하고 “30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군인들이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총기와 탄환 등으로 중무장한 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여러 외신 사진을 종합하면 문화일보의 첫 번째 사진은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사진이 맞다. 사진 속 군복에는 ‘FANB’라는 단어가 쓰여져 있다. ‘National Bolivarian Armed Forces’의 약자로 베네수엘라 국경을 보호하는 국군에 해당한다. 외신에 따르면 ‘FANB’ 소속 군인 중 일부가 반정부 시위대로 이탈했고, 이날 정부군과 대치했다. 외신은 베네수엘라 정부군을 “Bolivarian National Guard”라고 표기한다. 베네수엘라의 공식명칭은 ‘Republica Bolivariana de Venezuela’(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이다.

정리하면 첫번째 사진 속 ‘FAMB’라고 쓰여진 군복을 입은 군인은 정부군에서 이탈해 반정부 시위대의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문화일보는 베네수엘라 정부군의 영어 표기인 “Bolivarian National Guard”를 번역하면서 ‘Bolivarian’를 볼리비아라고 착각해 ‘볼리비아 국경 수비대’라고 오기하고, 사진 설명에서도 볼리비아 국경수비대가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의 환영을 받은 것처럼 ‘오보’를 한 셈이다.

문화일보가 첫 번째 사진으로 쓴 출처는 ‘AFP 연합뉴스’다. 첫 번째 사진처럼 ‘FANB’라고 쓰여진 군복을 입은 군인이 등장하는 AFP 연합뉴스의 다른 사진 설명을 보면 ‘베네수엘라 군인이 반정부 세력과 함께 시위를 하고 있다’고 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출처의 한 사진도 구도만 다를 뿐 문화일보가 첫 번째로 실은 사진과 비슷한데 사진 설명으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난달 30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총을 든 군인들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지지들과 함께 차량 위에 올라가 있다”라고 썼다.

문화일보는 베네수엘라의 명칭과 베네수엘라 군대를 칭하는 영문을 오독한 결과라고 시인했다. 문화일부 사진부 관계자는 “사진과 캡션을 검토하다 본문 기사를 읽었는데 볼리비아 국경수비대 얘기가 없어서 기사 취지에 맞춰 교체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국제부 관계자는 “볼리바리안이라는 표기된 외신의 설명이 떴다. 그걸 보면서 스펠링 한 두개를 잘못봐서 볼리비아라고 오독했다”며 “최근 국제부 인사가 있었고, 새로운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고 해명했다.

‘베네수엘라 위기 왜 발생했고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라는 책을 쓴 김준효 노동자연대 기자는 “볼리비아 국경수비대가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해 이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는 건 오역의 문제에 가깝지만 기본적 국제적 정세만 알고 있었어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볼리비아 모랄레스 정권은 남미 핑크 물결의 동맹 국가로서 광원들의 다이너마이트 시위를 통해 보수적인 정권을 압박해서 탄생한 정권인데 볼리비아군이 베네수엘라 야당을 돕는다는 시나리오는 뭐라고 말하기 힘든 황당한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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