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비용을 선사 폴라리스쉬핑이 ‘선의’로 부담하는 방안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동의받는 과정에서 거짓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교부는 지난 1일 “거짓말로 가족들 동의를 유도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외교부는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실종자 가족을 만났다. 외교부가 2월에 만난 실종자 가족은 실종된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들인 허영주·허경주씨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외교부가 3월에 만난 실종자 가족은 가족대책위에 활동하진 않지만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조속한 실종자 유해수습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문승용씨 등을 말한다. 문승용씨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3등기관사 문원준씨의 아버지다.

가족대책위는 2월 외교부를 만나 선사가 비용부담하는 안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조사 보고서를 보면 스텔라데이지호 배 구조에 결함이 있었다. 즉 선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인데 외교부가 가해자 격인 선사에게 유해수습 비용을 받을 경우 나중에 제대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어 선사가 ‘선의’로 비용 부담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 1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 1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 2월26일 허영주·허경주 공동대표는 외교부 재외동포안전실장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외교부 관계자는 선사에게 추가 수색비용을 ‘선의’로 요청하는 것을 가족들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2인의 공동대표가 했다는 답변내용이 엇갈린다.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들은 “국가 예산으로 선지급하고 선사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재외동포안전실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구상권 청구는 늘 가족들이 하던 말씀이지만 (외교부 제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엇갈린 답변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인식의 착오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몇주 뒤인 지난 3월15일 외교부 관계자는 다른 실종자 가족인 문승용씨를 만났다.

아버지 문씨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월26일 허씨자매 쪽과 외교부가 만나는 것도 모른 채 3월15일날 외교부·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을 만났다”고 했다. 문씨에 따르면 외교부가 선사비용부담 안을 제안하자 문씨가 ‘허씨자매 측도 동의했냐’고 물었고 외교부 쪽에서 ‘괜찮다는 식으로 하더라,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문씨에게 전했다. 문씨는 허씨자매 쪽도 외교부 제안에 동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문씨는 또 다른 실종자 가족과도 같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1주일 쯤 뒤 (효자동 주민센터 앞) 집회현장으로 외교부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문씨는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수습이 시급한데 허 대표 측도 반대하지 않았다면 빨리 수습을 해야겠다고 판단해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 1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 1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 1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 1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만약 허씨 가족이 외교부 제안에 반대했다는 걸 알았다면 문씨도 반대했을까. 문씨는 “당연하다”며 “내가 외교부 쪽에 허씨 가족도 동의했는지 수차례 물었다. 한 가족이라도 반대하면 동의할 수 없지 않겠냐. 모두 동의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면 서로 아픔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 쪽 말이 맞다면 외교부가 실종자 가족들을 각각 만나는 과정에서 먼저 만난 가족의 입장을 나중에 만난 가족에게 다르게 전했다는 말이 된다. “정부가 거짓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미디어오늘에 말한 외교부 관계자 말이 맞다면 가족대책위가 2월26일 외교부 만남에서는 모호하게 말했다가 최근 들어 언론에 ‘구상권 청구’만 강하게 주장했다는 뜻이다.

외교부와 실종자 가족 모두 이런 진실공방이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가족대책위는 1일 “가족들을 따로 만나 거짓말로 이간질하고 이를 ‘인식차가 있던 것으로 정리하자’고 해명하는 외교부 공무원들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외교부 장관 공식입장을 공개질의한다”고 했다. 가족대책위는 “지금 중요한 것은 9일 만에 중단한 심해수색 과업을 어떻게 완수할 수 있는지, 두 달 넘게 방치한 유해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것인데 외교부는 이렇게 진실공방을 벌이며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실종선원 가족들과 진실 공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스텔라데이지 유해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외교부 로고
▲ 외교부 로고

그럼에도 양측의 입장차는 남는다.

가족대책위는 “이번에 반드시 국가가 심해수색을 제대로 해 침몰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책임지도록 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공식입장을 요구하며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침몰) 2년 만에 예비비 50억원을 받아 수색을 했는데 동일한 사안으로 50억이 될지 100억이 될지 모르는 예산을 또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민한 게 선사에게 비용을 요구해보는 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정부 예산을 받아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선사는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겠다고 해 일단 가족들에게 의견을 타진한 것”이라며 “이 방법 역시 가족들에게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JTBC는 지난 1일 “취재가 시작되자 외교부는 선사에서 지원금을 받는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아직 선사 쪽에서 비용을 부담할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점으로 돌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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