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의 반격, 엇갈린 헤드라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일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지 이틀 만이다. 대다수 신문이 이를 1면에 전했다. 그러나 헤드라인에서 사안을 대하는 관점차가 미묘하게 드러났다.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는 방안도 들어갔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찰은 혐의를 확인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자체 수사종결할 수 있게 된다.

문무일 총장은 1일 대변인을 통해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하는데, 현재 패스트트랙안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관련 법안은)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함된 독점적 권능을 (경찰에) 부여한다.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 동아일보 2일자 3면
▲ 동아일보 2일자 3면

국민·동아·조선·중앙·세계일보는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 지정이 “민주주의 위배에 어긋난다”는 발언을 제목에 따옴표로 인용했다. 그 외 아침신문들은 “반기”(서울신문・한겨레・한국일보) “반대”(경향신문) 등 단어를 썼다.

한국일보는 “검찰 내에서는 ‘경찰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수사지휘권이 사라지면, 제2의 버닝썬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결국 국민들이 피해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고 해석했다. 한국은 이날 유일하게 관련 사설을 내 “(관련 법안을) 면밀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경찰 수사권한 남용 제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축소를 주문했다.

검찰의 내부 목소리에 부응했다는 풀이도 있다. 서울신문은 “검찰 내 반발 여론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어 검찰총수가 총대를 멨다”고 봤다. “검찰이 가진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중 수사권 일부만 경찰로 옮겨간 것을 놓고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나다고 한 것도 과잉대응이란 지적이 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 칼럼 ‘팔면봉’에서 문 총장의 이런 발언이 ‘뒷북’이라며 “옛날 총장이면 벌써 옷 벗었다”고 문 총장의 반응을 미온적으로 평가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국회에서 관련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문무일 총장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열었고, 문 총장 거취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며 비중을 둬 전했다.

▲ 조선일보 2일자 1면
▲ 조선일보 2일자 1면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에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치·선거개입한 경찰 내부문건을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보경찰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사실상 ‘비선 선거캠프’ 구실을 했고 ‘맞춤형 정치컨설팅’과 함께 국정운영 방안까지 담겼다. 한겨레는 “국회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법안심사 과정에서 ‘정치경찰’이 된 정보경찰 기능의 축소 또는 폐지가 적극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대통령 노동계에 메시지, 한겨레 1면 “삼성편향 정책”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노동절을 맞아 노동계에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노동계가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로 함께해달라. 과거 기울어진 세상에서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 세상에서 노동은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신문들은 환영했다. 동아일보는 “민노총은 강경한 태도를 거두고 있지 않다”며 “정부가 노동친화적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풀이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의 정책기조가 친재벌로 돌아섰다’는 비판에 정부 고위관계자 말을 빌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친시장주의자에 가까웠다. 오히려 운동권 출신의 장관이나 핵심참모들이 대통령 뜻과 달리 노동계 등 기존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적극 행동하지 못해왔다”고 했다. 국민일보와 매일경제, 세계일보도 관련 사설을 내 ‘정부 정책의 친기업 전환’을 촉구했다.

▲ 중앙일보 2일자 3면
▲ 중앙일보 2일자 3면

서울신문과 한겨레는 비판 사설을 냈다. 서울신문은 “최근 경기둔화에 따라 노동 개혁정책의 강도가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노동계에서 나온다”며 “노동계가 우리 사회 주역이 되려면 그들에게 양보를 요구하기 전에 정부와 사회가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 시작은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노동절을 기념하는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노동계의 인식과 격차가 크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 주 52시간을 상쇄하는 탄력근로제 추진 등 ‘줬다뺐기 식’ 정책이 노동계 비판을 산다고 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지원정책이 ‘삼성 감세’가 핵심이라고 지적하는 기사를 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시장 주자’가 되는 핵심인데, 삼성에 전폭 법인세 공제혜택을 주는 반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기초 토양인 팹리스(설계전문)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지원과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 한겨레 2일자 1면
▲ 한겨레 2일자 1면

나루히토 일왕 즉위, 가장 많이 보도한 신문은

전쟁을 겪지 않은 첫 전후세대 일왕 나루히토(59)가 1일 즉위했다. 다수 신문이 1면이나 국제 주요지면에서 사진과 기사로 이 소식을 전했다. 신문들은 즉위식에서 나루히토가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언급한 점을 강조했다. 다만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헌법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레이와(命和・나루히토 일왕의 연호) 시대를 여는 일왕의 첫 메시지를 이처럼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의 최근 정세가 심상치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2012년 말 아베총리 집권 이후 급격히 우경화하면서 과거 침략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루히토 일왕도 아키히토를 따라 아베 총리의 헌법개정 의지에 맞서 평화주의를 지키는 구심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건수의 보도를 낸 건 조선일보다(9건). 일왕 나루히토 즉위 10면 이어지는 기사에서 즉위식 현장 묘사와 나루히토 일왕 다음 서열 1위인 동생 후미히토의 성향, 나루히토가 즉위식에서 탄 차량 가격까지 자세히 보도했다. 

한편 이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일 법원에 일본제철과 후지코시 국내 재산을 매각해달라고 신청했다. 이에 조선과 중앙은 ‘외교적 파장’을 우려하는 제목과 부제를 달았다.

▲ 조선일보 2일자 10면
▲ 조선일보 2일자 10면
▲ 중앙일보 2일자 4면
▲ 중앙일보 2일자 4면

다음은 2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10・26’ 김재규 사진 출신부대 다시 건다”
국민일보 “노동계도 사회 주류… 투쟁 대신 상생해야”
동아일보 “‘민주주의 위배’ 청에 반기 든 검찰총장”
서울신문 “‘사법개혁 패스트트랙 우려’… 반기 든 문무일”
세계일보 “중・고생 27% ‘우울’… 음주・흡연 늘었다”
조선일보 “‘살림 팍팍해졌다’ 1년새 29%→59%”
중앙일보 “백제인의 평화사상 레이와에 담겨 있다”
한겨레 “정보경찰, 서울시장 보선 때 ‘나경원 비선캠프’처럼 활동”
한국일보 “검 ‘동물국회’ 수사, 총선판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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