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고화질영상→윤중천 증언, 김학의는…
출국금지→고화질영상→윤중천 증언, 김학의는…
朴정부 법무부 차관 김학의씨, 유죄 입증증거 속속 등장
MBC ‘스트레이트’, 2006년 검찰-윤씨 부당거래 주목
“스스로 밝히고 고개 숙이는 게 공직자 최소한의 도리”

‘탈출’이 실패했다. 여기서부터 ‘피의자’ 김학의씨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3월22일 자정 무렵. 특수강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박근혜정부 법무부 차관 김학의씨가 인천공항에서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23일 0시20분 출발 비행기 탑승 직전 법무부 직원에게 붙잡혔다.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오며 그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잡혀버렸다. 대통령의 ‘검찰 명운을 건 수사’ 지시 이후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기간을 두 달 연장하고 법무부 장관이 재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지 3일만의 일이었다.

▲ 3월23일자 JTBC 보도화면 갈무리.
▲ 3월23일자 JTBC 보도화면 갈무리.
김학의씨는 이날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남성을 마치 ‘카게무샤’(일본어로 ‘대역’)처럼 앞에 세우고 자신은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경호원 2명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당일 기자들은 이 남성을 김학의씨로 착각해 질문을 퍼붓다 ‘가짜’라는 걸 알았다. 김학의씨는 JTBC와 통화에서 “도망갈 뜻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거 권력자들처럼 그 역시 국내를 떠나있으면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줄 거라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한국에 갇혔지만 믿었던 건 두 차례 ‘무혐의’ 수사결과다. 김학의씨는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2006년 경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특수강간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2013년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관련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진술 이외의 증거가 없다는 등 이유로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4년 자신이 이른바 ‘성접대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등장, 김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을 때도 이듬해 1월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군지 특정할 수 없다며 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이번 재수사 역시 두 번이나 자신을 무혐의로 처분했던 검찰이 진행한다. 검찰 출신의 김씨는 다시금 검찰을 믿고 있다. 지난 3월14일 국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할 정도로 명확하기 때문에 감정 의뢰 없이 (김학의와) 동일인이라는 것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음에도 그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흔드는 증거가 등장했다.

▲ 4월12일자 YTN 보도화면 갈무리.
▲ 4월12일자 YTN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12일 YTN은 “2013년 5월 경찰이 확보했다는 김학의 동영상의 고화질 원본 영상을 입수했다”며 단독 보도했다. 이 영상에선 기존에 공개된 저화질 화면과 달리 김학의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YTN은 전문기관의 분석을 통해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여성 24명이 성범죄에 동원된 이 사건에서 김씨로 추정되는 영상 속 한 남성은 노래를 부르며 여성에게 성관계를 시도했다.

영상은 2012년 10월8일 CD로 제작됐다. YTN은 “윤중천씨가 김 전 차관과 사이가 틀어지자 협박용으로 조카에게 시켜 김씨가 나온 장면만 추출해 CD를 만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어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입장에선 이제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

김학의씨 측은 YTN보도가 나오자 “이미 국과수에서 영상의 인물을 김학의 변호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에도 영상의 인물을 김씨라고 단정한 점”을 들어 YTN보도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상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YTN은 “2013년과 2014년 김학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YTN이 확보한 동영상을 당시에 봤을 테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다”고 보도하며 부실수사의혹을 제기했다.

YTN은 이어 “영상 속 장소는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이 분명한데, 이 영상이 언제 왜 어떤 의도로 찍혔는지 등은 왜 수사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으며 “검찰은 경찰이 넘긴 수사 자체가 부실했고, 올라온 혐의 이외의 다른 것들은 수사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으나 경찰 수사는 검찰이 지휘한다”며 수사 외압 의혹 또한 제기했다.

▲ 4월15일자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4월15일자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이런 가운데 이 사건의 핵심 내부자 윤중천씨가 공개적으로 입을 열며 김학의씨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윤중천씨는 김씨와 마찬가지로 지금껏 여러 번의 수사를 받았으나 동영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혀왔으며 김학의씨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밝혀왔다. 별장 성접대 당사자인 윤씨가 사건을 부인하는 이상 김씨도 안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15일 방송에서 윤중천씨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자백에 가까운 내용을 확보했다.

윤씨는 이날 방송에서 “2007년 (김학의가) 검찰 재직 시절 (김학의의) 검사장 승진 청탁을 내가 했다”고 말했으며 윤씨의 한 지인은 “윤중천과 김학의는 의형제였다”고도 증언했다. 윤씨는 “분양가 상한제가 터지고 내가 어려워지자 어느 날 부턴가 내가 전화하는데 (김학의가) 잘 안 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김학의 사건을 검찰이 스스로 무마했다”고 주장했으며 문제의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씨라고 인정했다. 그는 “(조사받을 때) 김학의는 맞냐 해서 ‘비슷한 거 같네요’ 내가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으며 “그 때 정권(박근혜정부)도 자기네(검찰)쪽의 사람이 CD에 얼굴 나온 건 사실이니까”라고 말했다.

▲ 4월15일자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4월15일자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주진우 기자는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 관계를 가리켜 “검찰 간부가 자신의 승진을 청탁할 정도로 간단한 관계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스폰서 관계였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윤중천씨의 별장 성접대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13년 전의 ‘부당거래’를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중천씨는 2006년 가짜 사업체를 세워 240억 불법대출을 받은 뒤 돈도 갚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았는데 당시 이 사건을 처리해준 검찰과 윤중천의 관계를 추적해야 한다는 것.

제작진은 불법대출에 나섰던 은행원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살았으나 윤씨는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며 이 사건 수사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사기·횡령·사문서위조·간통 등 수많은 조사에서 윤씨가 직접 처벌 받은 건 벌금형 몇 백만 원이 전부”라며 “별장 로비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힘없는 여성들이었다. JTBC ‘뉴스룸’은 “6년 전 검찰 조사에서 윤 씨가 ‘역삼동 집에서 김 전 차관에게 A씨를 소개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개한 시점도 2006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역삼동 집’은 A씨가 김학의씨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장소다. 동영상에 대해선 경찰 고위관계자에게 “(김학의와) 같이 찍은 것”, “서로 찍어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이들의 부당거래에 이용된 피해자였다. 사건 관련자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도 있었다.

▲ 3월14일자 KBS '뉴스9'의 한 장면.
▲ 3월14일자 KBS '뉴스9'의 한 장면.
지난 3월14일 KBS ‘뉴스9’에 출연한 A씨는 “(검찰이) 2차 조사 때는 오히려 동영상에 나와서 했던 행위를 시켰다. 그게 검찰 조사인가? ‘그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한 번 해보시라’고, 그렇게 조사를 받고 나왔다”고 폭로한 뒤 “이제 와서 증거가 누락됐다는 둥 이런 주장은 (검찰의) 핑계”라고 비판했다. 4월1일부터 김씨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뇌물 관련 의혹과 2013년 경찰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우선 수사 대상이다. 보는 눈이 많다. 증거도 많다.

2013년부터 당시 사건을 취재해온 한 중견기자는 윤중천씨를 가리켜 “윤중천은 돈을 주고 청탁하는 형태가 아니라 내가 동영상 가지고 있으니 내 부탁 들어줘 이런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학의씨에 대해선 “도대체 여자들을 전혀 모른다는 것인지, 아는데 성관계를 안했다는 것인지, 성관계는 했는데 강압은 아니라는 것인지 이제는 본인 스스로 밝히고 고개를 숙이는 게 최소한 고위공직자를 했던 사람의 도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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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4-16 22:00:20
자한당은 이래도 공수처가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는 공평하고, 공정하며 법에 따라 벌을 받는 나라를 원한다. 민주주의란 법치국가다. 어찌 검찰이 법을 어기며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데, 국민을 그냥 바라봐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