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가 이뤄지는 와중에 국정원이 취재차 국정원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국감 취재와 무관한 권총 실탄 사격 체험과 경품을 나눠 주는 일이 또 벌어졌다.
국회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과거에도 국감 중 기자들에게 사격 체험을 시켜준 적이 있지만, 지난해엔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 등이 불거지고 국회에서도 국정원 폐지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런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국회 정보위 국감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진행됐는데, 국회 출입기자들은 사전에 국정원 대변인실에 취재 신청해 국정원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국회에서 국정원으로 이동했다.
국정원 측은 기자들 편의를 위해 국가정보관 2층에 브리핑룸을 마련했다. 다만 장소 등 여건상 취재기자는 사별로 1명으로 제한했고, 사진·카메라 기자는 풀(POOL·공동취재단) 기자단을 구성하기로 국회 사진·카메라 기자단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정보위의 국정원 국감은 비공개로 진행돼 기자들은 국회 정보위 간사들의 브리핑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정원 측이 브리핑룸에 과일과 음료 등 간식을 준비해 기자들은 오전에 간단히 요기하거나 1층 카페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이에 브리핑룸에서 있던 지상파와 중앙일간지, 인터넷매체 기자 30여 명은 1층 사격장으로 이동해 국정원 사격 교관으로부터 사격 방법 등 교육을 받고 실탄 사격 체험을 했다.
별도 참가 비용은 없었고, 국정원 대변인은 사격 점수가 우수한 기자 5명에게 줄 경품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품은 손목시계와 블루투스 스피커, 타월 등이었다. 국정원 기념품관에서 파는 손목시계 가격은 2만5000원에서 10만원까지 다양했으며, 블루투스 스피커는 3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실탄 사격은 서울의 일반 실탄사격장 이용 요금이 10발에 4~5만원 정도인데 이날 국정원은 기자들에게 5발의 실탄을 제공했다. 기자들은 사격 후 자신이 쏜 과녁판을 받았다. 5발 모두 과녁판 원 안에 명중한 기자가 1~2등을 차지했고, 4발 이상 맞춘 기자들 중에서 3~5등이 정해졌다.
국정원 사격 교관이 1등을 한 기자에게 소감을 묻자 A기자는 “좋은 기회를 기자단에 줘서 감사하다. 맞았는지도 몰랐는데 표적이 오니까 맞아 있더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이어 “국가안보도 비슷한 것 같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 우리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국감 취재를 와서 최선을 다해 총을 쏜 기자의 1등 소감이었다.
이에 국정원 교관은 “사실 난 이렇게 특별한 체험 사격에 많은 경험이 있다”며 “오늘은 나에게도 매우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화답했다. 교관은 “여러분의 직업을 알고 있다. 직업의 특성도 사격하다 보면 분명이 나타난다”면서 “오늘 굉장히 침착하고 한 번의 설명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잘 들어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오늘 탄착(탄알이 명중하는 지점)에 5발이 다 맞건 맞지 않았건 사격을 5발 다 이뤄냈다는 건 성공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업무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격에 참여한 한 기자는 국정원 사격 교관이 교육 중 기자들에게 “방탄조끼의 유효기간은 5~10년이어서 교체해줘야 하는데 교체 비용도 국가에 부담이 될 것”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국정원 측은 국감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뿐만 아니라 오후엔 정보위 의원들을 수행하러 온 보좌진들에게도 사격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