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질병도 극복의 대상도 아니다
장애는 질병도 극복의 대상도 아니다
[비평]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한달치 기사 분석해 왜곡표현 등 지적…‘광란의 10년’ ‘절름발이 재판’ 등 장애인 비하표현

장애를 질병내지 극복대상으로 표현하는 등 언론에서 장애를 왜곡해 표현한 사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모니터링센터)는 지난 7월 한 달 간 10대 종합일간지를 검토해 장애를 왜곡한 표현을 크게 7가지로 분류했다. 정신질환 관련 기사는 정신장애로 보고 대상에 포함했다.

장애,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여전히 장애를 이해하지 않고 나온 기사들이 많았다. 동아일보는 지난 7월23일 “시각장애를 딛고 (중략) 서울역을 희망, 도전, 감동으로 물들였다”, 조선일보는 같은달 30일 “‘설원의 호날두’ 신의현 (중략)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인간 승리 드라마를 연출” 등의 표현을 썼다. 장애인을 초인이나 감동의 원천으로 묘사하는 표현들은 장애를 대상화하는 시각이다.

문화일보는 같은달 6일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고도 장애를 극복하고 음향 및 녹음기사에 취업한”이라고 썼다. 음향 및 녹음기사가 된 것은 ‘장애를 극복’해서 된 게 아니라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같은달 23일 “음악을 통해 장애를 극복한 삶”이라고 썼다. “장애인으로서 음악을 연주하는 삶” 정도로 표현해야 한다는 게 모니터링센터의 주장이다.

장애를 질병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역시 장애를 ‘비장애인과 다른 상태’가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다. 중앙일보는 같은달 3일 기사제목에서 “장애인 도우미 ‘환자 놔두고 어찌 쉬나’”라고 했다. 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다. 또한 공식 명칭인 활동보조인(활동지원사)가 아니라 비공식 표현이면서 시혜·온정 성격이 담긴 ‘도우미’를 사용했다.

경향신문은 같은달 30일 “장애인 대부분이 발달장애를 앓아”라고 썼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고 모니터링센터는 조언했다.

▲ 8월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린 68일간의 지하철 그린라이트 선포 기자회견에서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 사고 희생자 추모 손팻말이 기자회견장 곳곳에 놓여있다. ⓒ 연합뉴스
▲ 8월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린 68일간의 지하철 그린라이트 선포 기자회견에서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 사고 희생자 추모 손팻말이 기자회견장 곳곳에 놓여있다. ⓒ 연합뉴스

휠체어 관련 왜곡 표현

장애인을 무기력한 존재로 묘사한 기사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같은달 6일 “휠체어에 의지해야만”이라고 했다. 장애인은 휠체어에 ‘의지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해서’ 이동하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

서울신문은 같은달 4일 “휠체어 승객들 ‘승하차 시위’와 ‘씁쓸한 고성’”이란 부제목을 썼다. 모니터링센터는 “사람이 아니라 보장구에 초점을 맞춰 부정확할뿐더러 장애인의 삶을 왜곡하는 표현”이라며 “‘휠체어 이용자’ 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으로 순화해야 한다”고 했다.

선정·비하·부정확한 표현들

장애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표현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같은달 19일 “장이 썩어 들어가는 괴사성 장염”, “소장과 대장을 몸 밖에 꺼낸 채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했다” 등을 썼다. 개인의 장애로 비극을 강조하는 선정적인 묘사다.

또한 다수 신문기사에서 ‘꿀먹은 벙어리’(조선일보 7월9일, 중아일보 7월23일), ‘벙어리 냉가슴 앓는다’(한국일보 7월18일) 등의 비유가 등장했다. 이는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므로 관용어라 하더라도 언론에서 사라져야 할 표현이다. 또한 ‘광란의 10년’(한겨레 7월23일), ‘절름발이 재판’(중앙일보 7월23일) 등은 각각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 사진=istock
▲ 사진=istock

모니터링센터는 일부 부정확한 말도 수정했다.

“발달·지적장애”(국민일보 7월6일)는 ‘지적·자폐성장애’ 또는 ‘발달장애’라고 해야 한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발달장애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기형아검사”(중앙일보 7월23일), “기형아 출산율”(동아일보 7월9일) 등도 순화할 필요가 있다. 기형아 대신 ‘장애신생아’ 또는 ‘장애아기’가 더 낫다. ‘기형아 검사’는 중립 표현이나 국제 표준인 ‘산전 검사’로 바꾸는 게 좋다.

또한 현대아산병원에서 302g으로 ‘사랑이’가 태어나면서 “미숙아”, “선천성이상아”(한국일보 7월13일), “이른둥이”(한국일보 7월13일) 심지어 “초극소저체중미숙아”(경향신문 7월13일)라는 국적 불명의 용어가 지면에 등장했다.

모니터링센터는 2.5kg 미만이면 ‘저체중출생아’, ‘저체중아’, 1.5kg 미만이면 ‘극소저체중아’ ‘극소저체중아’, 1kg 미만이면 ‘초극소저체중출생아’ ‘초극소저체중아’를 사용한다고 알렸다. 이어 ‘저체중아’ 대신 ‘조산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저체중아’와 상반되는 용어는 ‘정상아이’가 아니라 ‘적정체중아’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8-09-16 18:42:16
사람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