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3일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형법 32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의 죄’로 변경하는 개정안으로, 정의당 5명 의원과 김현아, 소병훈, 우원식, 유은혜, 장정숙 의원이 함께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준비하던 법안이다. 이정미 대표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입법 준비가 완료돼 있었는데 제출이 안 된 상황”이었다며 “노 의원을 대신해 발의하겠다는 약속을 해 법안을 제출한다”고 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기존 강간죄를 △저항이 곤란한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 △폭행 · 협박에 의한 강간 △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한 강간죄로 구분하여 처벌하고, 기존 추행죄도 △폭행 · 협박에 의한 추행과 △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한 추행으로 구분하여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이정미 대표는 법안을 발의하며 해당 법안이 논란이 된 배경인 안희정 전 지사 재판 1심에 대한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재판은 첫째로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봤고 두 번째로 피해자가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기에 강간이 아니라고 봤다.

이정미 대표는 “가해자의 폭행·협박으로 공포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경우, 저항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폭행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저항하지 않은 경우, 또는 수치심에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로 존재한다”며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정미 대표는 ‘거부에 반하는 강간죄’가 도입이 될 때 “그러면 성관계 때마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피해당사자에게는 커다란 수치심과 절망감을 안겨주는 범죄이지 그 무슨 무용담이나 자랑거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동의가 없다면 성관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상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해당 법안 발의의 배경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논의인 것은 맞지만 해당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안 전 지사나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말로 해석된다.

현재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등도 일명 ‘비동의 간음죄’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실은 9월4~5일 중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의 이러한 법안 발의 등에 안 전지사나 민주당을 공격하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이정미 대표는 “자유한국당도 안 전 지사 사건 이후 미투 법안을 활발하게 발의했는데 법안을 내놓고 통과는 시키지 않는다면 법안을 ‘정치적 도구’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당이 여성의 인권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는 진정성을 믿고 싶고, 한국당은 관련 법안이 처리되는 것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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