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4개 노동법률 단체는 2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파견법을 폐지”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9명의 전·현직 파견근로자와 한국GM 부평공장 파견노동자 출신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 등 총 10명이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파견법이 시행된 1998년 7월1일부터 일을 시작한 사람부터 지난해 갓 파견직으로 일하기 시작한 사람까지 다양했다. 

▲ '노동4단체가 2일 오후1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파견법시행 20주년 파견노동자 인생사연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노동4단체가 2일 오후1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파견법시행 20주년 파견노동자 인생사연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2002년부터 17년 동안 현대차 아산공장의 파견업체 근로자로 일해온 A씨는 근무자들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토로했다. “하청업체 근로자가 월차 한번 쓰겠다고 회사에 얘기했는데 바지사장(하청업체 대표)은 그 근무자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파견법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원이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고 요청하면 회사는 용역 깡패를 동원해 때리고 해고했다”고 했다. 그는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파견법 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억 씨는 지난 2004년부터 15년 동안 기아차 화성공장의 파견업체 근로자로 일했다. 김씨는 “20대에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40대인 지금까지 나는 아직도 비정규직”이라며 “나는 이렇게 버티지만 정규직 전환을 외치다 해고돼 자살한 동료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가 모두 3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노조 설립 때 6개월, 2007년에 정규직화 요구한 9일간 점거파업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그는 “파견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지금의 20대 청년도 20년 뒤엔 지금 우리처럼 40대 비정규직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쌍용양회 사내하청업체인 쌍용동해중기전문(주)에서 지난 2007년 입사해 11년째 일하는 태윤호씨는 “회사가 1998년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양회는 1998년 IMF가 닥치자 하청업체 동해중기를 세워 경영이 나아지면 다시 본사로 부르겠다고 약속했지만 2013~2015년 실적 상승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한 지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규직은 자격증 1개만 따도 일하는데 하청직원은 자격증 8개를 가지고도 정규직이 힘들어 외면하는 일까지 떠맡는다.  

▲ '노동4단체가 2일 오후1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파견법시행 20주년 파견노동자 인생사연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노동4단체가 2일 오후1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파견법시행 20주년 파견노동자 인생사연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활동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7명의 하청업체 직원을 대표해 발언했다. 그는 “7명의 직원은 2015년과 2016년 사이 길게는 1년, 짧게는 하루를 안산과 인천공단 쪽에서 불법파견 노동자로 일했다”며 “그들은 모두 20~30대 청년 노동자였고 자신이 파견노동자인지도 모른 채 공장에서 안전도구와 보호장비 없이 일하다 실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년 동안 노동자의 작업환경, 노동자의 안전에 파견법이 얼마나 악조건을 만들어왔는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작업환경을 파견법이 만들어왔다”며 파견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모두 파견법은 지난 20년 동안 사업주만 편하게 하고 근로자의 삶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청, 용역, 도급이라는 기형적 고용형태를 없애려면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파견법이 생긴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1997년 외환위기를 이유로 국제통화기금이 한국정부에 노동유연화를 요구했다. 김대중 정부가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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