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윤리규범’을 제정한 조선일보 윤리위원회의 손봉호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이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윤리적으로 병든 사회”라며 “조선일보가 새롭게 제정한 윤리규범을 통해 우리나라 언론의 격을 한 단계 높이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사보를 통해 지난 17일 자사에서 열린 윤리규범 교육에 박두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비롯해 논설위원실, 편집국 편집부·정치부·경제부·여론독자부·미래기획부·디지털전략실·동북아연구소 사원 5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윤리규범에 대해 “조선일보의 기존 취재·기자 준칙을 보다 구체화해 기자들 스스로 윤리적 책무를 무겁게 느끼도록 유도했다”며 “(윤리규범을 만든) 지난 1년여간 현업 기자들과 간부들이 수차례 회람을 통해 취재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위축시키는 요소를 추려내는 작업을 벌였고, 취재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된 부분도 과감히 수용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017년 12월26일자 8면.
▲ 조선일보 2017년 12월26일자 8면.
손 위원장은 “윤리규범으로 인해 언론의 자유와 신문의 비판적 기능이 위축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저는) 윤리규범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보여주기식 윤리규범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조선일보 노사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향응 접대 사건 이후 조선일보 윤리위를 발족시켰다. 윤리위는 지난해 12월25일 신문 제작 과정에서 신문사와 기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을 담은 조선일보 윤리규범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윤리규범은 취재 보도와 직업 윤리 두 분야에서 기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를 밝히고 이를 실천할 가이드라인 21장·52조·322항을 제시했다.

취재 보도에선 ‘정확성·공정성·객관성에 기반해 진실만을 보도한다’, ‘속보 경쟁을 위해 정확성을 희생하지 않는다’, ‘권력·금력 등 외부의 부당한 개입과 영향력 행사를 배격한다’ 등 기자들이 취재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을 7항목으로 명시했다.

직업 윤리와 관련해선 ‘공정한 보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물·접대를 받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등 직업인으로서 기자가 지켜야 할 윤리 원칙 7가지를 제시했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사실 확인에 대해서는 취재 단계에서 ‘공식적인 경로나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할 것’과 ‘실명 공개가 가능한 정보원을 우선시할 것’ 등을 명시했고 ‘넌지시 말했다’ ‘열변을 토했다’ 등 주관적 표현을 직접 인용구의 술어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직업 윤리와 관련해 ‘정치·사회 관련 취재 기자와 부서장은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기자가 받아서는 안 되는 금품·향응 종류에 ‘과도한 할인 혜택’까지 포함시켰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활동 시에는 어느 곳에서든 조선일보 기자로 인식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에 유리한 칼럼과 사설을 써주고 1억여 원에 달하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 대해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648만 원을 구형했다. 이 사건 1심 선고는 오는 2월1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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