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군 적폐청산위원회 소식을 다룬 채널A 보도가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채널A는 이날 오후 ‘단독’을 달고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군 병원을 적폐로 지목했다”며 “잦은 의료사고에다 기록 조작까지 군 병원이 의문사 원인 중 하나란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군 적폐청산위 외부위원인 인권운동가 고상만 위원은 보도 직후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채널A답게 자기가 비난하고 싶은 주장으로 보도해버렸다”고 비판했다. “군 병원 폐지를 막으려고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오보를 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보도 다음날인 3일 오전 고 위원은 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자 양심상 그렇게 쓰면 되느냐”고 크게 항의했고 김 기자는 “내가 기사 제목을 달 수 있는 편집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고 위원 항의 이후 인터넷 기사 제목에선 ‘권고’라는 단어가 빠졌고 앵커 멘트도 수정됐지만 문제 제기는 계속 이어졌다.
고 위원은 제목뿐 아니라 본문도 오보라고 말하고 있다. 첫째 군 적폐청산위가 ‘군 병원 폐지’를 안건으로 상정해 공식 논의한 적이 없다. 단지 고 위원이 관련 소위원회 위원으로서 국방부 담당 부서와 의견을 한 차례 나누고 검토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둘째 고 위원이 군 의문사를 막기 위해 군 병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적 없는데 채널A 보도는 “군 병원이 의문사 원인 중 하나”라고 나갔다라는 문제 제기다. 고 위원은 각종 의료사고와 관련해 군 병원 폐지에 공감하는 입장이나 군 병원 폐지가 불가하다면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고한 장병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기존 군 의료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 위원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군 의문사가 아니라, ‘의료사고’로 자식을 잃은 유족들의 ‘군 병원 폐지 요구’와 군 내부 장성급들의 폐지 제안을 종합해 국방부 담당 부서에 폐지 가능성 등을 물어본 것”이라며 “이에 담당 부서가 없애면 안 된다는 취지로 의견을 전하길래 ‘그러면 나도 전문가 조언을 들어볼 것이니 국방부도 내부 의견을 한 번 모아서 다음에 이야기해보자’고 담당 부서에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은 “군 병원 폐지는 (의료사고와 관련이 있지) 군 의문사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2일과 3일 김 기자에게 강조했으나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군 적폐청산위원인 김광진 전 국회의원도 해당 기사를 두고 “채널A의 명백한 그리고 의도된 오보에 유감을 표한다”며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국군 병원 폐지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한 적도 없고 권고 의결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다만 의료 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소위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고 향후 군 의료 선진화에 대한 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키로 했을 뿐이다. 또한 의문사 문제와 국군 병원 문제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걸 밝혔음에도 의도적으로 저런 제목을 뽑은 기자의 저의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채널A가 확보한 국방부 문건에 대해 고 위원은 “전혀 모르고 있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고 위원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분명한 것은 군 의문사와 관련해 최종 권고안에는 군 병원 폐지 내용이 없는데 ‘권고’라고 한 것은 명백한 오보”라며 “국방부가 한 줄 쓴 걸로 기사를 썼다고 해도, 그 이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널A 기자는 취재 당시 자꾸 군 의문사와 군 병원 폐지를 연계해 질문했는데 묻는 저의가 의심스러워 거듭 ‘권고한 적 없다’, ‘군 의문사와 관련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군 병원 폐지를 반대하는 국방부 내부 세력의 입김이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고상만 위원이 내신 의견에 대한 국방부 검토 의견 자료를 국회에서 제출 받은 것”이라며 “그 자료를 보면 ‘검토됐다’는 의견이 있다. 고 위원을 포함해서 국방부와 다른 적폐청산위원들과 관련 논의가 있었고 그런 종합적인 부분을 취재해서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군 의문사와 관련해 권고됐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목에서 ‘권고’라는 단어는 뺐다”며 “오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