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지난달 종합편성채널 MBN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한 가운데, 류호길 MBN 전무가 5일 자사 영상취재부, 미술부, 편집부, 기술부 등을 자회사로 분사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MBN이 본사 직원들을 분사해 재승인 조건인 ‘콘텐츠 투자 금액’을 늘리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류 전무는 5일 입장문을 통해 “분사는 회사가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고 강조한 뒤 “한 지상파는 이미 20년 전에 분사했고 타 종편 3사는 2011년 종편 출범하면서 분사했다. 당시 MBN 내부에서 분사 의견이 나왔지만 경영진이 막았다. ‘한솥밥 의식’으로 프로그램 경쟁력을 올리자고 오히려 실무자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류 전무는 “안타깝게도 지금은 분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환경’이 됐다.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밝혔다. 류 전무는 △신설 법인의 근무 여건은 MBN과 같고 형식은 분사지만 내용면에서 구분이 없다. △MBN과 동일한 임금 체계, 동일한 복지 혜택, 동일한 정년 보장을 약속하고 노조 활동도 보장한다. △퇴직금 중간 정산 여부는 본인이 선택하고 MBN 근무 기간은 승계된다. △(신설 법인) 폐업 시 MBN이 고용을 승계한다, 등의 내용을 개별적인 확약서 형식으로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류 전무는 “이렇게 약속하는 이유는 ‘훗날 구조조정 당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우려마저 불식시켜 동일 여건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여러 걱정을 하고 계시겠지만 회사를 믿고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MBN이 이런 조치를 고민하는 까닭은 방통위의 ‘조건부 재승인’과 무관하지 않다.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MBN에 대해 방송사업자 재승인을 하면서 ‘콘텐츠 투자’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과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가 개선 계획에서 제시한 연도별 콘텐츠 투자 금액 이상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MBN이 콘텐츠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방송 제작비 산정 기준에 따르면 본사 인건비는 프로그램 제작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자회사로 분사하게 되면 자회사 직원들의 인건비 등이 ‘콘텐츠 투자 금액’으로 산정된다. 이 때문에 MBN이 본사 직원들을 분사해 서류상 콘텐츠 투자 금액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방통위는 2014년 종편 재승인 조건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확보 방안 △콘텐츠 투자 계획 이행 △재방송 비율 △조화로운 편성 등을 점검하기로 의결했는데, MBN은 3년 동안 899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으나 MBN은 약속한 투자계획의 68%(610억 원)만 투자했다. 지난달 재승인 의결 내용을 보면 MBN은 심사 사항 가운데 하나인 ‘방송 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 항목에서 총점 100점 가운데 37.06점을 받아 과락을 면치 못했다.

MBN 내 해당 부서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사는 기존 처우, 신분이나 직급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맞게 될 줄은 몰랐다”고 우려했다. 분사 대상이 되는 인력은 15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부에선 분사를 한다고 해도 “해당 인력들의 인건비는 모자란 ‘콘텐츠 투자 금액’의 4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지적과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기 위한 재승인 절차가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MBN 소속의 한 기자는 “고용 안정성 등을 보장해준다는 회사의 약속은 믿기 어렵다”며 “확약서를 써준다고 해도 자회사가 되는 순간 법적으로 효력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MBN의 최대 장점은 취재 기자와 다른 부서원들 사이의 협업이 원활하다는 것인데, 분사할 경우 취재부서 외의 다른 인원들은 ‘뉴스 공장’ 소속으로 전락해버린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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