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이 2009년 보도국장 시절 비보도 대가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한 KBS의 대응을 보고 받기 위해, KBS 여권 이사들이 지난 8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소집했지만 다수인 야권 이사들이 불출석해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KBS 여권 이사 4인(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관련 부서 대응이 적절한지 확인하는 것은 KBS 최고 의결 기관인 이사회의 의무”라며 “이인호 이사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5인 이사 중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KBS 여권 이사들은 “다수 이사들이 불참한 것이 고 사장의 비위 의혹에 문제 제기하는 것을 회피하고 오히려 비호하려는 행위가 아닌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다수 이사들이 KBS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회피하거나 사장을 비호하는 행위를 반복할 것이면 더 이상 공영방송 KBS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지 말고 이사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 사장의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은 지난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통해 공개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2009년 5월 KBS 담당IO(Intelligence Officer·국내 정보 담당관)가 KBS 보도국장을 상대로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 신청서·자금 결산서 및 담당 IO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요청한 비보도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고위층에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2009년 5월7일자 조선일보)는 내용의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보도였다.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재석 KBS 기자(왼쪽)가 고 사장에게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재석 KBS 기자(왼쪽)가 고 사장에게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와 관련해 KBS는 지난달 30일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훈 국정원장과 정해구 국정원 개혁위원장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KBS 여권 이사들은 국정원을 상대로 한 KBS 소송에 대해 “고 사장 개인이 아니라 KBS가 당사자가 돼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할 경우 KBS 위신이 심각하게 추락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KBS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KBS는 소송 제기 이전에 의혹의 사실 관계를 충분히 조사해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날 관계자의 설명을 통해 사실 확인 노력이 불충분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KBS 명의로 소를 제기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KBS 위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한 대응이 이런 식으로 처리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4인 이사들은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회사 대응을 철저하게 감독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문제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사장은 지난달 25일 KBS 이사회에서 ‘국정원 IO를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으로는 만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지난 3일 오후 2시 고 사장을 국정원법 위반, 수뢰 후 부정처사, 방송법 위반 등으로 고소한 언론노조 KBS본부의 성재호 본부장을 불러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6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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