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이 2009년 보도국장 시절 비보도 대가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지난 3일 오후 2시 고 사장을 국정원법 위반, 수뢰 후 부정처사, 방송법 위반 등으로 고소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을 불러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6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지난달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009년 5월 KBS 담당 국정원 IO(Intelligence Officer·국내 정보 담당관)가 KBS 보도국장을 상대로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 신청서·자금 결산서 및 담당 IO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KBS 담당 국정원 정보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다룬 신문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당시 KBS 보도국장이었던 고 사장에게 현금 200만 원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고 사장의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국정원 개혁위 발표 이후 고 사장은 “국정원IO를 만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고 KBS는 지난달 30일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직 KBS 사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까. 고소인 조사를 받고 나온 성재호 본부장과 4일 오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조사가 왜 이렇게 길어진 건가?

“검찰에서 꼼꼼하게 물어봤다. 중간에 1시간 쉬었으니 6시간 조사를 받았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KBS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느라 그랬다. 대표적 불공정 보도 사례들이나 인사와 경영 문제 등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가보니 옆방에서는 MBC, 옆에서는 댓글 사건 등 거의 층 전체가 국정원을 조사하고 있더라. 검찰은 국정원과 관련한 적폐를 철저하게 수사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국정원에서 자료들이 넘어오지 않았다. KBS와 MBC의 경우 2009~2011년 자료가 조금 있는 것인데 국정원이 마지못해 몇 조각 내놓은 것을 짜맞춰서 검찰이 수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게 큰 문제다. 국정원이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게 적폐 청산인데 그러지 않고 있다.”

- 검찰에서 고대영 사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이나?

“당장 소환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검찰이 그림을 크고 깊게 그려놓고 수사 얼개를 잡아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번 건으로 바로 고 사장을 부를지 안 부를지 잘 모르겠다. 이뿐 아니라 라디오 인사 문제 등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 개입 문제도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이야기도 많이 주고받았다.”

- 현직 KBS 사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만약 고 사장이 소환된다면 KBS 역사상 현직 사장이 최초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거다. 그 자체만으로 모든 조직원들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고 시청자들 신뢰감을 떨어트리는 행위다. 고 사장이 받고 있는 의혹은 개인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국가기관 조사에서 나온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끄러움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 결백을 다투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간의 사정을 봤을 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 KBS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고 사장을 파면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거면 KBS 이사들도 부끄러운 사장을 뽑은 책임이 있으니 내려와야 한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신뢰로 먹고 사는 조직이다. 공영방송은 더욱더 그렇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방통위는 시간을 보는 것 같다. KBS 이사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언론인들은 돈 1만 원, 10만 원만 잘못 써도 바로 징계 받는데 이사들은 왜 징계를 받지 않나. 감사원이 대통령에게 중징계 요청을 해야 한다고 본다. 소관부서인 방통위가 감사원 요청을 받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감사원은 지난달 17일부터 KBS를 상대로 이사진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 이번 KBS 파업이 성공으로 끝날 것이라 보나?

“한 번도 실패하리라 의심한 적 없다. 이번 싸움은 ‘적폐’나 ‘부역’이라 불렸던 공영방송의 문제점을 청산하고 새로운 KBS, 진짜 공영방송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다. 사장 한 명, 이사 두 명 나갔다고 성공이니 뭐니 이야기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시작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우리도 MBC도 결승점에 와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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