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 앵커 출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국회 KBS 국정감사에서 고대영 KBS 사장에 질문을 던졌던 KBS 기자들을 30일 공개비판했다.
민 의원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국정감사에서 KBS 기자들을 겨냥해 “26일 국정감사에 고 사장이 나왔을 때 KBS 직원들이 이 자리에 와서 고 사장에게 마이크를 대고 질문하는 일이 있었다”며 “저도 아는 기자들이지만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자들이다. 과방위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이어 “취재하는 기자가 아닌 사람이 국감 증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위협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 재발방지를 위해 우리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의원)이 생각해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방호원들은 “국정감사장에서는 취재할 수 없다”며 기자들을 끌어내거나 질문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한 방호원이 이슬기 기자 입을 손으로 막아 ‘취재 통제’ 논란을 불렀다. 이에 KBS 기자협회가 30일 진정구 국회 입법차장(사무총장 직무대행)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정작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6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보궐 이사 선임에 항의하기 위해 과천 방통위로 발걸음을 옮겨 KBS 국감은 파행으로 끝이 났다. 고 사장은 의원 질의를 받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이재석 기자는 “우리는 국회에서 임시 취재증을 발급받았기 때문에 입장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 등 고 사장이 받고 있는 의혹은 가장 뜨거운 이슈다. 이에 대해 고 사장은 성심성의껏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KBS 기자로서 질문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재석 기자는 민 의원에 대해 “뉴스 앵커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오전까지 KBS 문화부장을 했던 인사가 오후 곧바로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으로 갔다. 그런 사람이 무슨 낯으로 공영방송 공영성을 운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는 “위협적이라고 주장하는데 고 사장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다”며 “방호원이 내 입을 가로막기도 했는데 누가 위협을 당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는 “고 사장이 받고 있는 의혹은 과방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라며 “국감을 일부러 파행한 민 의원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 회사 간부로 있다가 말도 없이 청와대로 직행한 사람이 ‘언론장악’ 등을 운운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는 “공영방송 기자는 현안을 취재할 의무가 있을 뿐더러 방송 저널리즘을 지켜나갈 책무가 있다”며 “이를 위해 고 사장을 취재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 의원은 2014년 2월 박근혜 청와대 부름을 받고 대변인에 임명됐다. 당시 KBS 보도본부 문화부장이던 민 의원은 오전 KBS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청와대로 직행했다는 내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 의원은 30일 국감에서도 “김장겸 MBC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정부의 야욕이 방문진 이사 교체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언론장악’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