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총파업을 공식 선언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해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여의도 본부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박성주 다큐멘터리 PD와 이재훈 드라마 PD, 윤성현 라디오 PD, 최원정 아나운서, 김종명 기자, 이슬기 기자 등 각 직종별 파업 참여자들이 나서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박성주 PD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를 다룬 ‘광장의 추억’이라는 프로그램이 파행을 빚은 사례를 꺼냈다. 박 PD에 따르면 KBS가 이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사측은 촛불집회의 다른 한편에 ‘태극기부대’가 있기 때문에 그들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PD는 “몇 년 전 KBS 이승만 관련 다큐에 대해 회사는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방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어떤 문제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한쪽에만 유리하도록 압력을 가한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술회했다.

박 PD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 자율성이 담보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라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지만 그런 환경이 전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 4일 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 출정기자회견에서 이슬기 기자는  2012년 파업 당시 사용했던 집회용 스카프를 꺼내며 "지난 5년 간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은 적 없다"며 "공정방송을 위해 계속 싸워왔다"고 말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 4일 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 출정기자회견에서 이슬기 기자는 2012년 파업 당시 사용했던 집회용 스카프를 꺼내며 "지난 5년 간 공정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잊은 적 없다"며 "그동안 공정방송을 위해 계속 싸워왔다"고 말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윤성현 라디오 PD는 “지난 9년 간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다루고 ‘국민이 사랑하는 방송’을 하기 위해 아이템 하나하나를 두고 사측과 싸웠다”며 “(9년 동안) KBS는 전쟁 상황이었고 우리 제작진은 전시 상황을 겪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KBS 순천방송국장직을 내려놓고 평사원이 된 김종명 기자는 1989년에 입사했다. 김 기자는 “후배들이 힘들어하고 처참하게 망가져가는 과정에서 (내가 선배로서) 얼마나 버텨줬는지 모르겠다. 나름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그 결과 이렇게 처참한 KBS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늘 마음에 빚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고 사장과 경영진을 향해 “당신들이 생각했던 KBS는 권력·자본과 적절히 손잡은 채 기계적인 중립성에 갇혀 진실에 다가가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김 기자는 또한 “시청자 요구는 건전한 사회 여론을 조성하고 민주적 문화를 창달하며 권력과 자본에 맞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공영방송이 되라는 것”이라며 “이제 그런 공영방송을 세우려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밝혔다.

이재훈 드라마PD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시사·교양 방송을 제작하는 다른 구성원들에 비해 힘든 시기를 겪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KBS 구성원으로서 보도 담당 구성원들이 촛불집회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을 보고 들으면서 아픔에 공감했다고 했다.

이 PD는 “시민들이 KBS 취재 차량에 붙인 비난 스티커를 보면서 마치 내 몸에 (스티커를) 붙인 것처럼 비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4일 0시를 기점으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도 오는 7일부로 파업에 돌입한다.

현재까지 ‘KBS뉴스9’, ‘뉴스광장’, ‘930뉴스’ 등 KBS 뉴스 프로그램들은 최대 20분에서 5분 정도 축소 방송된다. ‘취재파일K’, ’조수빈의 경제타임’ 등의 프로그램은 아예 결방 예정이다.

4일자 프로그램 개편으로 진행을 요청받은 KBS 아나운서들은 방송 진행을 거부해 보직자나 KBS 소속 성우로 진행자가 대체되기도 했다.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은 진행PD가 없어 음악만 소개하는 식으로 방송되고 있다.

KBS는 4일 경영진 일동의 성명을 통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개발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엄중한 위기 국면에서도 일부 협회는 모든 책임이 사장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업무복귀를 거부하고 있다”며 “(KBS 협회원들 주장대로) 제작거부와 파업이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취재·제작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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