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송 9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에는 서울 및 지역 공영방송 사장단이 대거 참석했다.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은 후배 언론인 200여 명의 거센 퇴진 요구에 뭇매를 맞고 쫓겨나기 바빴다. 지난 9년 간 보수 정권의 ‘언론장악’에 억눌린 언론인들의 분노였다.

기자는 현장의 대다수 기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감 없는’ 그러나 ‘매우 중요한’ MBC 언론인을 만났다. 김철진 원주 MBC 사장(이하 김철진). PD 출신인 그는 MBC 시사·교양 PD들 사이에선 ‘PD수첩 파괴자’로 불린다. 먼저 63빌딩 행사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나눈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미디어오늘은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행사에서 PD수첩 탄압 선봉에 섰던 김철진 원주 MBC 사장(맨 오른쪽)을 만났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맨 왼쪽)이 김 사장에게 “이제 그만 물러나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기자(가운데)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행사에서 PD수첩 탄압 선봉에 섰던 김철진 원주 MBC 사장(맨 오른쪽)을 만났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맨 왼쪽)이 김 사장에게 “이제 그만 물러나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미디어오늘 : “김철진 사장님 아니신가요?”
김철진 : “응? 네.”
미디어오늘 : “지역 MBC에서도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잖아요?”
김철진 : “내가 누군지 (내게) 물어봤으면 본인도 누군지 이야기 해줘야죠.”
미디어오늘 : “네. 저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라고 합니다.”
김철진 : “응. 그게 정석이야. 아무리 저거라 해도.”
미디어오늘 : “지역 MBC 사장에 대해서도 물러나라는 요구가 있고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데 한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말씀할 수 있을까요?”
김철진 : “아니. 뭐. 말할 내용 없어요. 별로. 그거에 대해서는. 뭐 지금.”
미디어오늘 : “역대 MBC 파업 가운데 총파업 투표율이 제일 높잖아요?”
김철진 : “글쎄 내가 그걸 정확히 파악 안 해봐서.”
미디어오늘 : “오늘 어떤 이유로 참여하게 된 거예요?”
김철진 : “아니. 방송의 날이니까.”
미디어오늘 : “지금 후배 언론인들이 저렇게 항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철진 : “글쎄요. 이러고 있을 줄 몰랐어요. 아주 뭐 그거에 대해서 생각을..”
미디어오늘 : “사퇴하실 생각 없어요?”
김철진 : “무슨 얘길 하시는 거예요?”
미디어오늘 : “아니 지금 지역 언론에서도 사퇴하라고 하는데.”
김철진 : “그런 얘기는 하지 맙시다.”

2011년 PD수첩 팀장이던 그는 MB정부에 민감한 비판 아이템을 쉴 새 없이 검열하고 취재 중단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PD들은 인사위 회부를 피할 수 없었다.

악명의 정점은 2011년 7월 ‘내부 사찰’ 논란이다. 그가 MBC PD와 작가들의 책상과 노트북, 서류 등을 수시로 뒤지고 다닌다는 시사교양국 구성원들의 증언이 있었다.

MBC에선 악명이 높을수록 영전한다. 2012년 파업 와중 김철진은 교양제작국장으로 영전했다. 김철진은 파업 직후 “문지애·오상진·허일후 등 기존 MC 3명은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프로그램 배제 뜻을 밝혔다.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던 문지애·오상진 아나운서는 결국 MBC를 퇴사했다. 이번 MBC 총파업은 그가 망가뜨린 PD수첩 PD들이 회사의 아이템 검열·통제에 제작 중단으로 맞서면서 시작됐다. 지난 4월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김철진을 ‘언론장악 부역자’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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