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협회가 배우 송선미씨 남편 장례식장 과잉 취재 논란을 부른 MBC ‘리얼스토리 눈’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 이현숙 CP가 책임질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 CP는 “직접 장례식장 취재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24일에 방송됐던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21일 발생한 송씨 남편 사망 사건 관련 내용을 다뤘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빠져있는 송씨 모습을 그대로 취재했고, 동료 연예인 모습도 그대로 방송되면서 과잉 취재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 송씨 측에서 취재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취재진들에게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MBC ‘리얼스토리 눈’ 제작진이 유족 부탁에도 무리하게 취재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MBC 홈페이지에선 다시보기 서비스는 불가한 상태다.

한국독립PD협회 측은 이번 논란의 책임자로 이 CP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한국독립PD협회는 이 CP와 ‘리얼스토리 눈’에 대해 “이미 수년 전부터 외주제작사, 독립PD, 작가들에게 악명이 높다”며 “PD와 작가들에게 욕설과 폭언 등 인격 모독과 함께 프로그램 선정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방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독립PD협회와 MBC PD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은 1일 오전 서울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얼스토리 눈' 담당 CP가 과잉취재논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 독립PD협회와 MBC PD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은 1일 오전 서울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얼스토리 눈' 담당 CP가 과잉취재논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또한 한국독립PD협회는 “MBC ‘리얼스토리 눈’의 제작진들은 방송 윤리보다는 외주사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CP의 왜곡된 잣대에 길들여져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독립PD협회 측에 따르면 모든 프로그램 제작진은 제작 과정을 CP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지시를 받으며, 방송 전에는 CP가 직접 시사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면들이 없는지 사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한국독립PD협회가 이번 장례식 장면에 대해 이 CP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번 논란 전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교정시설 재소자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방송했다가, 이를 촬영했던 독립PD 4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이 CP가 프로그램 총책임자였다. 한국독립PD협회 측은 이 CP가 당시에도 무리하게 취재 지시, 방조했고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독립PD들이 졌다고 주장했다.

1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MBC PD협회와 한국PD연합회, 한국독립PD협회 등은 이 CP가 사과하고 MBC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16년 교정당국으로부터 제소 당해 실형을 선고받았던 ‘리얼스토리 눈’ 제작 PD들에 명예회복과 보상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오기현 한국PD연합회장은 “MBC 리얼스토리 담당은 작년 가을 구치소를 몰래카메라로 취재했던 독립PD에게 책임을 전가해 꼬리자르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전쟁에서 장군 명령을 받고 부하가 오폭을 했다고 그 아래 부하를 군사 형법으로 처벌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2016년) 당시에도 MBC 규탄대회가 열렸는데 회사 측은 전혀 모른 척 하고 있다가 법률적 지원을 해준다는 선에서 봉합됐다”고 설명했다.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장도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인권이나 명예 쯤은 무시하고 소송이 생기거나 했을 때 모든 책임은 담당 PD나 제작사에게 떠넘긴다”며 “CP는 모든 책임을 지고 최종 시사를 통해 게이트키핑을 해야 하는데 공은 자신이 가져가고 과는 말단 제작팀에게 넘겨버리는 몰상식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우리의 동료PD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CP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장례식장) 현장을 찍어오라고 지시한 건 없다. 몰래카메라 촬영도 일일이 지시할 수도 없으며 (이번 건 역시) 자율적으로 담당 PD가 찍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CP는 과잉 취재 논란이 불거진 영상에 대해 “영정 사진 있는 데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 앞 분위기 정도를 전달한 것”이며 “남편 사망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부분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CP는 방송 전 시사를 통해 제작 PD들과 상의했다고 말했다. 이 CP는 “적극적으로 시사를 했다는 점 자체가 같은 PD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며 “방송 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전 시사 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의하는 와중에 고성이 오갈 수는 있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갑질 시사’라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교정시설 제소자 취재 과정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해당 교도소 취재를 지시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반론권이 중요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취재하지 말라고는 했다. 우리 PD들은 가해자 반론 차원에서 그 부분을 가져오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본사 편성제작본부장과 담당CP인 제가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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