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지난 3월31일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한 이후 발견된 구명벌로 추정되는 물체에 대해 정부가 지금까지도 정확한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도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과 당시 일부 언론이 구명벌을 사실상 기름띠라고 확정적으로 보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스텔라 데이지호 가족·시민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4.16 연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침몰 이후) 4월9일 미군 초계기에 의해 발견됐다고 알려진 구명벌이 4월10일 오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구명벌이 아니라 기름띠’라는 보도가 이어진 이후 구명벌(의 존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보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증거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민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한 직후침몰 인근 해역에서 수색을 진행하던 4월9일 미군 초계기가 오렌지색을 띤 구명벌로 판단되는 물체를 해상에서 발견했다. 즉시 독일 국적 선박인 안나마리아호가 구명벌이 발견된 지점으로 이동했으나 밤 시간이라 어두운 탓에 제대로 수색을 하지 못했다.

이후 4월10일 수색작업에 관여했던 우루과이 MRCC(해상구조본부)가 물체가 기름 띠였을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외교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항공 수색 관계자로부터 기름 흔적일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우루과이 MRCC(해상구조본부)로부터 관련 자료가 확보되면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구조 작업에 투입된 선박인, 스텔라 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의 스텔라코스모호가 공문을 우루과이 MRCC로부터 받아 폴라리스 쉬핑과 다른 선박 등에 보냈는데, 이 공문에 ‘구명정이 기름띠로 분석됐다’고 해석됐던 영어 문장이 비문이라 해석에 이견이 있다는 게 시민대책위의 주장이다. 사실상 우루과이 MRCC가 보낸 공문 내용이 기름띠였다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내용일 가능성이다. 

시민대책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스텔라코스모호가 보낸 공문에 ‘THE VP-8 OPERATION CENTER ANALIZE THE LIFERAFT PREVIOUSLY REPORTED AS A OIL SLICK’이라고 적힌 문장은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문장이 아니고 비문이라 오역 가능성이 있다. 대책위가 만난 전문 번역가 등 자문에 의하더라도 이 문장은 ‘구명정이 기름띠로 분석됐다’가 아니라 반대로 ‘The VP-8 오퍼레이션 센터가 기름띠로 보고됐던 구명정을 분석하겠다’는 뜻으로도 번역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로선 구명벌이 아닌 진짜 기름띠였는지는 알 수 없다. 4월11일 공개하겠다던 초계기가 찍었다는 구명벌 추정 물체 관련 영상이나 사진 등을 외교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10일 이후 부산MBC와 부산일보, 연합뉴스 등을 통해 스텔라 데이지호 사고 해역 구명정으로 추정됐던 물체는 기름띠라는 보도가 나왔고, 관련 기사 내용이 모두 선사 측을 통해 확인한 정보로 작성됐다.

▲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의 어머니 휴대폰. 휴대폰에는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색과 아직 찾지 못한 스텔라 데이지호의 구명벌 색인 주황색이 섞인 리본이 달려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의 어머니 휴대폰. 휴대폰에는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색과 아직 찾지 못한 스텔라 데이지호의 구명벌 색인 주황색이 섞인 리본이 달려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대책위는 “(구명벌이라고 추정됐던 물체를) 기름띠라고 확정적으로 뒤집기에는 근거가 너무 취약하다. 증거영상을 확보한 이후 국가가 직접 분석해서 확정한 상태에서 언론에 브리핑 했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선사에 의해 보도가 나온 것이고 이 한 줄의 문장을 통해 가족들에게 생존 가능성을 포기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증거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당시 선사가 가족들에게 합의를 종용하던 시점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대책위는 “초계기가 어떻게 처음에 발견했는지 등 피해자가 먼저 요청하지 않더라도 아니라는 근거가 뭔지 구체적인 설명 등을 당연히 정부가 해야 정상”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정부는 전혀 궁금해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공문을 보내오는 것도 ‘추정된다’고만 했다”고 비판했다. 

가족들은 지금도 외교부 등 정부 부처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 때문에 침몰 직후의 첫 번째 골든타임 이후, 구명벌 추정 물체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못한 두 번째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가족들에 따르면 현재는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수색 상황을 전달받지도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침몰 이후 실종선원들이 생존도구가 갖춰진 구명벌을 타고 표류하고 있다면, 해류의 흐름에 따라 남대서양 해역 침몰 지점으로부터 최소 600여km에서 최대 4000km까지 표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구명벌로 추정되는 물체가 정확히 구명벌이 아닌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 지금은 시간이 지났다며 정부가 수색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들었지만 22명의 실종자의 수색을 위해 투입된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는 추산도 있다.

대책위는 “현 시점에서 어떤 근거로 대응한 건지 어떤 매뉴얼을 따른 것인지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해수부와 외교부, 청와대도 피해자에게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내지 못한다면 세월호 때와 똑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날 대책위에 참여한 박승열 목사(한우리교회)는 “여전히 22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정말 답답한 현실”이라며 “한 사람을 만나는 건 온 우주를 만나는 일이다. 22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우리는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지,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스텔라 데이지호 가족들을 중심으로 4.16 연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지속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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