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대표 간 오찬회동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 여야 대표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 당의 의견을 제시했고, 문 대통령이 이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동은 날선 신경전 대신 여야 대표와 대통령 간 협치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은 19일 오전 2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열었다. 이번 오찬회동은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진행된 것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불참했다. 앞뜰을 산책한 뒤 환담을 주고 받은 이후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오찬회동을 통해 여야 대표 간 오고간 공통 주제는 지난 외교 성과와 대북정책, 한미FTA, 사드배치, 전시 전작권 이양 문제 등 외교 문제를 포함해 국내 이슈인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정책 △추경 △정부조직법 △선거제도 △여야정 협의체 △인사원칙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사임을 건의했고,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秋 “상추·고추·배추 즐겨드셔라, 추미애 포함해서”

이날 오찬 회동의 관심사는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여야 대표 간 신경전이 벌어지느냐였다. 사실상 조대엽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국회가 정상화됐다고는 하지만 정작 추경과 정부조직법은 국회에 머무르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찬 회동 비공개 발언에서 내놓은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공개했다.

이날 추 대표는 일반 공무원을 늘리는 것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며 공공안전을 맡은 공무원 증원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각각 “혹시 상추와 고추, 배추를 즐겨드시냐”고 물었다. 추 대표는 이어 “국민의당이 ‘추’자도 싫어한다는데 추미애도 많이 드시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 외에도 추 대표는 “식사 초대도 했는데 추경 처리해주는 게 맞다고 봤는데 통과가 안돼서 대통령께 굉장히 송구스럽다”며 야당 대표들을 향해서는 “여당이 많이 양보했다. 심지어 대표 체면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협조를 당부드린다”는 발언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의 협치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선거 전 일은 잊고 새로운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자, 박수도 손뼉이 마주쳐야 하지 않나, 큰 강을 다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대선 과정에서 쌓인 감정을 풀고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국회 본회의 문턱 앞까지 다다른 추경과 관련해서는 “추경을 좀 도와달라”며 “(국회 논의가) 99% 진전된 것 아니냐. 남은 1%를 채워줬으면 좋겠다”고도 당부했다.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박주선 비대위원장과 이혜훈 대표가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서는 당장 모든 원전의 전면중단은 무리이며,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논의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민간 부분에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인센티브로 독려하는 것이며 그 밖의 제도적인 부분은 국회가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보면 반드시 미국이 적자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전달했다”면서도 “절차상 개정협상 요구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대해 우리는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할테니 국회가 뒷받침해달라”고 말했다.

부적합한 인사 논란 관련 인사 5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장전입이 수십년전이거나 투기목적인지 등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원칙과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부분은 유감스럽다”며 “인사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19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회동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노컷뉴스
▲ 19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회동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노컷뉴스
바른정당 “탁현민 행정관 사임해야”

이외에도 각 당 대표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기 당 입장에서의 현안 관련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오늘 안으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해임해줄 것을 건의했다. 다만 탁 행정관 관련 안은 회동의 말미에 나온 발언이라 시간이 촉박해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변을 별도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혜훈 대표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는데 많은 국민들이 보기에 안경환 후보자보다 더 잘못되고 비뚤어진 여성관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자서전을 썼다”며 “탁 행정관의 인식 등이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런 건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통령이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두고 보수 야당을 직접 지목해서 요구를 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보수 진보 없이 일반적인 말만 있었다”며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재난에 필요한 공무원 충원은 공감하지만 예산 성격 상 본예산이 맞다는 (바른정당의) 입장은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아직 더 절충과 조정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향후 바른정당 차원에서도 이번 회동 이후에도 추경과 관련한 추가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은 셈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참한 것을 두고 이혜훈 대표는 “본의 아니게 보수 야당대표를 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지만, 이외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참석자들은 홍 대표에 대한 언급을 별도로 하지는 않았다.

국민의당 “방송 공정성 시급”, 文 “공감한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찬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송의 공공성이 시급하다며 방송의 개혁을 요청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방송 지배구조 문제와 방송 공정성, 엄정한 보도에 대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그동안 국민의당에서 방송개혁 쟁점으로 다뤘는데)”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해달라고 말하지는 않았고 대통령이 공약했기 때문에 이행의 촉구를 했던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당은 이날 오찬회동에서 추경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에서 (추경관련 내용을) 다 수용 못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국정운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이, 추경한다는 데 우리 정치권에서 참고해야 할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오늘 추경이 긍정적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뗏목’ 발언에 대해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대통령과 정치권이 민생 어려움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하는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 분위기에 대해 야당은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면서도 열린 자세였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진지하고 솔직한 자세로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평가했고 이혜훈 대표는 “대통령도 수용 자세로 말하고 대통령 입장도 잘 설명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영수회담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깊은 이해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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