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내년부터 7530원으로 인상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시대로 가는 청신호”라며 환영한다는 입장과 함께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대책도 발 빠르게 내놓았다. 하지만 재계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향한 발걸음은 시작됐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등을 어떻게 끌어안고 가느냐는 정책 성공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부담 등 경영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모두가 상생하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 해법을 찾는 것이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과제다.

19일 오전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공동 주최한 ‘최저임금 1만원, 상생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야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인 만큼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 입장에서의 고충과 정부 입장에서의 지원 대책 설명이 오고갔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보는 중소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경우 경영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공약대로 1만원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업종별 혹은 연령에 따른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나왔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뿌리업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고 이들에게 식대와 숙박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최저임금 지급 능력까지 떨어지니,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까지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은퇴자와 퇴직자 대상으로 의견을 받아보면,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중소상공인 쪽의 주장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요구는 여당과 노동계 쪽에서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주장들이 없지 않다. 소상공인의 경우 임대차 계약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점과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관계에서 소위 ‘갑질’ 논란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점 등을 감안해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들도 함께 개선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만들어진 소상공인 혹은 중소기업과 노동자 간 ‘을대을’ 구도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낙수효과에 기대어 재벌 대기업 중심의 기형적인 구조로 발전해왔던 역사 때문이다. 아무리 일해도 빈곤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경제 구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나온 만큼, 영세상인 및 중소기업과 노동자 양쪽 모두가 ‘근로빈곤’의 고착화를 유도하는 구조적 모순들을 같이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재벌 대기업’과 ‘갑’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 이하 영세자영업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은 똑같은 피해자들”이라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재벌중심의 경제구조 개혁과 노동 없이는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최저임금 1만원을 가능케하는 구조개혁 및 부가적 지원방안으로 △상가 임대료 개선(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 인하 △가맹사업 수수료 인하 및 불공정 행위 근절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의 근절 △세제 지원 및 사회보험 대상 및 범위 확대 등을 제안했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노컷뉴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노컷뉴스
문재인 정부는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실현하는 대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에 따르면 상시 고용인원 규모가 30인 이하인 사업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폭 중 5년 평균 인상률(7.4%)을 웃도는 초과인상분은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직접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언론 등은 이번 정부의 지원책이 국민 혈세인 세금으로 개인 사업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대책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측 관계자들은 일부 소상공인 등에서 오해가 있는 측면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병권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 과장은 “이번 정책은 임금 비용의 부담이 높아진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근로자 개인에게 사업주가 주는 임금을 말하는 것이지 정부가 추가로 주는 임금은 아니다. 정부는 임금 부담 비용이 커진 사업주에 이를 입증한다는 전제 하에 일정한 부분을 세금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일부 단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들이 안게 되는 금전적 부담을 추산한 통계를 내놓은 것과 관련, 이병권 과장은 “금액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정확할 수도 없고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추산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정부입장에서는 최저임금에 따라 경영이 어려워지는 사업주의 범위를 정하고 그 사업주에 대해 직접 보전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의 효과를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 지원 방안 중 하나로 노·사·정 공동으로 최저임금 정책 중장기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 내놓은 정부의 정책이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는 2020년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9년 이후 적정 최저임금 인상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형성돼야 할지, 또한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 이후에는 어떤 정책 등 과정이 필요할 지를 포괄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취약한 영세상인이 얼마 되고 종사자가 얼마인지 일치된 통계가 없고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내려질 때) 지원책도 같이 방법이 강구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두루뭉실한 것보다는 디테일하게 정확한 통계에 의해 이러한 업종에는 이렇게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정책을 입안하는 쪽에서 먼저 얘기가 됐어야 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필요한 지원이 정확히 가능한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60년 동안 노동자건 농민이건 몇몇 재벌 대기업을 키우기 위해 희생해왔다.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그들에게서 떡고물이 떨어지길 바라면서 경제 불평등과 소득 불균형이 발생했고 모든 가계가 빚내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아니다. 더 다른 곳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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