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조작 파문이 불거진 지 17일 만에 입을 열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다”며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제 한계이고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명확하게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 원점에서 제 정치인생을 돌아보면서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 말이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또한 안 전 대표는 이유미씨의 제보 조작은 사전에 몰랐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저로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며 “(조작된 자료가 공개됐던) 기자회견 당시에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 그때는 24시간 제가 전국 생중계됐다. 그것을 보신 모든 국민들은 다 아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 전 대표는 당의 진상조사단 결론처럼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추가 기자회견을 통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그 부분은 검찰에서 추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입장을 표명하는 시점이 검찰 수사가 모두 종료된 시점이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12일 구속되면서 수사당국의 사실관계 판단이 보다 명확해 진 것이 안 전 대표 입장표명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은퇴나 탈당 등 실질적인 행동 없이 단순 사과로 끝나 당 위기를 수습할만한 파급력있는 사과는 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의 재건을 위해 앞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태로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국민의당도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며 “다당제를 실현해주신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안철수 지지자라고 스스로를 밝힌 여성이 기자회견 직전 당사 브리핑룸에 들어와 “문재인도 조사해야 한다, 왜 안철수 죽이기 하냐”며 소리를 지르다 국민의당 관계자에게 저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오후 3시40분 경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사를 나선 이후에도 당사 앞에서 “증거조작이 새정치냐? 국민사기당 해체!” 등의 피켓을 들고 있는 한 남성과 “문재인도 조사하라”고 외치는 안철수 지지자 두 명이 함께 당사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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