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중앙당 당직자 중 사실상 첫 탈당자인 강연재 전 부대변인이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내놓았다.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1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의 새정치’는 현재까지 실패라고 지적했다. 강 전 부대변인은 “새 정치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며 “사생결단과 같은 각오나 결기, 그 어떤 용기들이 필요하고 어려운 일인데, 그렇게 하기에는 안철수라는 정치인 그리고 주변에 있었던 저를 포함한 그런 분들의 역량이나 이런 것들이 다 부족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 전 부대변인은 특히 이번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어떤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며 “어쨌든 대선 과정에 국민의당의 선거 주인공은 안철수 전 대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작사건은 “결국 따지고 보면 후보나 당에 대한 과잉 애정”때문이었다며 “이 젊은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도덕적 비난 같은 부분은 내가 다 받겠다, 나를 비난해달라 이런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동안 특히 ‘안철수 키즈’로 불렸고 대변인으로서 민주당을 비판하거나 국민의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던 인물인만큼 강 전 부대변인의 탈당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전 부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대외적으로 당의 뜻이 저와 달라도 당의 스피커 노릇을 하려고 했지만 당 내에서는 계속 소신대로 비판을 해왔다. 당 내외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강연재 국민의당 전 부대변인. 사진=페이스북 프로필 캡처
▲ 강연재 국민의당 전 부대변인. 
강 전 부대변인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에게 ‘실망’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 자강론 대신 중도보수 계열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던졌지만 안 전 대표 측은 결국 자강론을 밀어붙였고, 강 전 부대변인은 경선 과정에서 박주선 당시 국민의당 경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강 전 부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저는 전략상 중도보수를 통합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그런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겉으로 표현은 못해도 (당 내에서) 당시 동조하는 사람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과정에서 자강론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이것이 공론화되거나 열린 장소에서 열린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고, 당 지도부의 운영 분위기에 대해 당내 사람들은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부대변인은 “안철수라는 국민의당의 창업주이자 대선후보에 대해 당 내에서 여러 쓴소리들이 있었다. (이를 의식해) 좀 더 귀를 열고 주변에서 계속 같이 해왔던 그룹에서도 탈피해야 했다”며 폐쇄적인 모습을 비판했다.

이어 “당 지도부도 새정치를 표방했으면 새로운 사람들이 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았다. 구태 모습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오픈돼 있고 공정하며 당원들을 보듬는 당 운영 모습을 보였다면 내부 결속과 단결은 잘 됐을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 선언을 한 정동영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 등에 대해서는 “호남 이외에 지방선거의 승리를 이끌 관심이나 의지가 없다”며 “우리 당을 전국 정당으로 만들고 기성 정치인이 보이지 못한 모습을 보일 인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정배 의원은 창당 이후에도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얘기했던 분이고 공동대표라고 하면서도 자기 사람들을 항상 곳곳에서 챙겼다”고 덧붙였다.

이어 “(호남정당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정당이라 극복하려면 대차게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자격이나 권한 같은 것은 안철수 전 대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나머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이런 분들은 정치를 오래했고 민주당 출신에 호남 지역 정치인이다. 이를 뚫고 새정치와 전국 정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안철수 본인이었고, 대선에서 그런 기회를 만들고 성공시키고 싶었는데 그것도 안됐다. 저 같은 서울 지역 원외위원장 하는, 진보적이지 않은 사람이 몸 담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다만 탈당 결심과 관련해 이유미 조작사건이 계기가 된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강 전 부대변인은 “현재 조직강화특위로 당내 250개 원외지역위원장 현황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위원장 자리를 바꾸는 정비 기간”이라며 “대선 끝난 뒤 당은 좀 떠나있고 싶었는데 시기만 보고 있던 중 조직강화특위가 활동하고 있으니 당적을 정리하면 제 지역구에 다른 분이 올 수 있으니까 시기적으로 지난주에 탈당계를 접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이후 안철수 전 대표 측으로부터는 “전혀 연락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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