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이 7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발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신속하게 도출해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에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대북 압박에 더 박차를 가해줄 것을 촉구했다.

“더 강한 대북 안보리 결의 신속 도출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오후 독일 함부르크의 미국 총영사관에서 만찬을 겸한 3자 회담을 토대로 도출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국 정상은 성명에서 북한이 4일 발사한 미사일을 “대륙 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이라며 “안보리 결의의 정면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북한의 위협에 함께 대응하고 3국 공동 목표인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하기 위해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로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나가도록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성명에서는 “국제사회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모든 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것과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그동안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협의 내용이 정리된 적은 있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정상 간 합의 내용을 공식문서로 작성해 발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아베에 “12.28 합의 국민들 수용 못해”

한·일 정상이 양국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12.28 합의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차를 확인하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는 위안부 문제와 다른 정책을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투 트랙’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 모두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한·일 관계’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이 세워진 뒤로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경색 국면을 넘어서자는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 메세홀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12.28 합의에 대해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가는 데 있어서 (12.28합의 이행은) 빠질 수 없는 기반”이라고 말하며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더 가깝지 못하게 가로막는 무엇이 있다”면서도 “이 문제가 양국의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 “북핵 문제는 신중해야” 안보리 규탄 성명도 반대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각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추가도발을 멈추고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북한을 설득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단계적 해법을 설명하고 러시아 정부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도 대화할 뜻이 있다고 밝혔으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있어서 푸틴 대통령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북한 핵은 아주 예민한 문제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핵 문제는 아주 첨예한 문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자제력을 잃지 말고 실용적이고 아주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느낄 체제 안보 위협을 고려하면서 대화를 통해 단계적·포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다.

▲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대북 규탄 성명 채택을 반대하기도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주유엔 미국대표부는 긴급회의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중대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성명 초안을 제안해,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이를 회람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성명 초안에 대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대북 안보리 성명 내용의 수위나 채택 등을 둘러싸고 강경한 입장인 미국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반대 등이 예상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미국은 ICBM 도발 이후 새롭게 추진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에 대북 석유수출 제한, 북한의 노동자 송출 금지 등 고강도 경제 제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은 미국의 압박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3일 중·러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사드 배치 반대와 제재 보다는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합의했다. 또한 한·미·일 안보 공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협력 구도에 우려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중국 측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도 김정은의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고 ICBM 발사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미·일과 중·러 사이의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통해 각국 ‘스트롱맨’들에게 ‘한반도 주도권’을 인정받은 것은 성과지만 김정은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언제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비키라는 압력을 받을지 모른다”고 짚었다.

조·중·동 “대북 제재에 중국도 동참해야”

한·미·일 간 북한에 대한 공조 체제를 꾸리고 나선 것에 대해 주요 일간지들의 사설은 방향이 다소 달랐다. 조선과 중앙, 동아 등은 중국 측에 대북 제재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경향신문은 미국을 향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중국은 3국 안보 협력 강화를 중국에 대한 적대 정책으로 이해해선 곤란하다”며 “중국만이 북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이 대화든 압박이든 북을 핵 폐기의 길로 나서게 한다면 중국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중국이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 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국제 공조에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지목했다.

이어 “중국은 방어용 무기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에 반대한다는 판에 박힌 말 대신 북핵 제거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웬만한 압박엔 꿈쩍도 않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 바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부터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북 제재 방침에 중국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시 주석은 사드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따른 한국의 최소한의 자위적 수단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시 주석은 중국이 정치를 이유로 경제 보복을 행하는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라는 오명(汚名)을 부끄러워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드는 미국이 당사자여서 우리 정부의 결정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중국 정부가 경제 보복을 지속하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처사”라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비판을 내놓는 한편 사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풀어야 할 사안임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북핵 문제의 책임이 가장 큰 곳이 미국이라고 지목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간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며 “그럼에도 ‘최대의 압박과 관여’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만 할 뿐 관여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핵·미사일 시험발사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동결 대 동결’ 방안을 거부했다는 점에서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이외에 여러 신문들이 사설에서 한·미·일 간 더욱 긴밀한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데에서는 목소리가 일치했다. 이번 3국 공동성명을 통해 드러난 한·미·일 공조체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구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이런 압박 일변도 전략은 문 대통령의 ‘신 한반도 평화비전’과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한미일 대북 공조와 새로운 한반도 평화구상이 함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단할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안보 위협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미국 일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추경, 예결위에서 꽉 막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7일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국회 내 상임위 별 심사를 통해 예결위로 회부돼야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이 상임위 심사를 거부함에 따라 정 의장이 재량으로 예결위로 넘겨놓은 것이다. 그러나 야3당의 반발로 예결위에서도 추경안이 정상적으로 심의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촉발된 국민의당의 국회 보이콧도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7일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추미애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면서,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고 나섰다. 이에 추 대표는 제보 조작을 ‘북풍공작’에 비유하며 비난 수위를 높여나가는 모습이다.

이에 일부 일간지들은 국회 내 협치를 이끌어야 할 여당의 대표로서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사설을 내놓았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지금은 여당이 야당 협조를 받아 시급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라며 “이런 때에 집권여당 대표가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연일 내놓는 건, 내용을 떠나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국민일보 역시 사설에서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권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필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야권 비난에 앞장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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