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4’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나흘 만에 ICBM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강화되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대북 대화 로드맵 차질

북한은 4일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특별중대보도’ 형식으로 발표한 국가과학원 보도에서 “국방과학원 과학자, 기술자들은 새로 연구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따르면 탄도로케트 화성-14형은 4일 오전 9시(평양시간) 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돼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점고도 2802km까지 상승해 933km를 39분간 비행했다. 북한은 “조선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은 우주를 비행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이라고 봤다. 의도적으로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국이 핵무기보다 더 경계하는 ICBM을 발사한 것은 미국에 대한 심리적인 ‘선전포고’라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또한 “한국과 미국에 보내는 심각한 메시지”라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아무리 강력한 압박을 가해도 핵탄두를 미국 본토에 보내는 대륙간탄도탄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국이 쥔다는 동의를 받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미 간 이뤄진 북핵 문제 해법에 사실상 거부의 메시지를 보내고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지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북한은 ICBM 발사란 ‘전략 도발’을 통해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부터 엔진 성능, 재진입 기술, 사거리 연장 실험 등을 지속한 끝에 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며 “사실이라면 앞으로는 ICBM 성능 향상과 핵탄두 수 늘리기 등 군사적으로 2차 보복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도발을 지속하며 긴장감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북한이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한·미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한·미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와 압박을 기반으로 한 북한 문제해법에 동의했으나, 북한은 불만족을 드러내면서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며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날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45주년이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에 전하는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 공개 발언에서 “북한의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부 조간들은 ‘대화’를 목표로 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전략을 원점부터 다시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을 일제히 쏟아냈다.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결국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화답’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통해 북의 핵과 미사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며 “북이 일절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린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북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대화의 문턱을 낮춰 단계별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또다시 북한의 기만에 놀아나는 결과만 낳을 게 뻔한데도 왼뺨을 맞고 오른뺨까지 내놓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ICBM 보유국 북한‘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며 “이젠 미국의 확장 억지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며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핵무장 잠재력 확보 등 대북 억지력과 북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보복 전력 확충 등 새로운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강경한 자세를 주문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대북 기조의 변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하되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조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된 부분”이라며 “북에 대한 압박과 대응 강도가 높아지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대화의 기조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시간 6일 오후 12시40분 베를린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지난 9년 간의 남북 간 대결로 치달았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대화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담은 메시지인 이른바 ‘베를린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발표로 ‘베를린 선언’의 발표 수위 역시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청와대 측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발표하는 것은 하나의 큰 구상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 대응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구상과 그림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되겠다”고 말했다.

베를린서 한·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을 무난히 치른 문재인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또 다른 난관을 앞두고 있다. 특히 한중 양국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 속에서 회담을 진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자극할 만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북핵·남북관계 분야에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도 있었지만,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외교적·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중국 역할에 주목하고 있음을 명시해 중국이 대북 압박의 전면에 서줄 것도 요구했기 때문이다.

▲ 경향신문 5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5면 기사 갈무리.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중국을 겨냥해 “사드를 배치할지 말지는 주권적 사안”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긴장도가 높은 것도 한 변수다.

경향신문은 한 외교 소식통의 말을 통해 “한·중 정상회담은 다자회의를 계기로 약식으로 치러지는 것이지만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에는 힘든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 검찰총장 후보자 문무일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지명했다.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문 후보자는 대검 중수1과장과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 서부지검장 등을 거친 검찰 내 대표 ‘특수통’으로 꼽힌다.

부실한 초동수사로 묻힐 뻔 했던 지존파 사건의 전모를 드러낸 인물이기도 하며, 2년 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또한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2006년 임명된 김종빈 전 총장 이후 12년 만의 호남 출신 검찰 총장이 된다.

▲ 한겨레 6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6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는 문무일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개혁을 주도한 ‘삼각편대’가 완성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조국 수석은 향후 인적 쇄신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한 시동을 걸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통해 제도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박상기 두 인물이 학자 출신인 만큼 검찰 실무를 꿰고 있는 문무일 후보자의 도움없이는 개혁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 한국일보는 “장관인 박 후보자가 총장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견도 제시하며 절충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한국일보는 검찰 개혁을 추진하면서 문 후보자는 당분간 ‘악역’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국일보는 “검찰 역할이 축소되고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큰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큰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구성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야3당 빼고 민주당 대표만 찾은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취임 첫날인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 등은 만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맞상대는 한국당뿐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들고 온 전병헌 정무수석을 비공개로 만난 뒤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추미애 대표를 찾아가 4분 간 만났다. 추 대표는 “국익을 위한 좋은 파트너가 되어 달라”며 “협치를 국민 앞에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팔짱을 한번 끼실까요”라고 했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 한겨레 8면 사진기사 갈무리.
▲ 한겨레 8면 사진기사 갈무리.
한편 홍준표 대표는 추경예산은 큰 문제가 없다면 협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권이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조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며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면 됐다. 그런 사람을 임명 강행하면 그것은 정부 책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탈당 도미노 시작되나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태 이후 국민의당 내부에서 탈당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복수의 국민의당 광주 시의원과 구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반 당원 수십 명은 이미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 의원실 보좌진 역시 “당의 조작사태 대응을 보고 이제 여의도 생활을 접어야겠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국일보 6면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6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 호남의 현역의원은 “지역에 가면 당원과 지지자들이 ‘뭐 하러 아직 그 당에 있냐’ ‘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리냐’는 말을 대놓고 한다”며 “아직은 의원들 사이에서 탈당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으나 조작 사태가 잘 해결되지 않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더 악화된다면 개별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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