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기자: “권양숙 여사(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와 그분이 몇 촌인지는, 아직 안 나온 거죠?”

김인원: “저희가 알기로는 한, 9촌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직 파악해 가고 있습니다.”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4월25일 오후. 안철수 후보 선대위가 있던 여의도 당사 브리핑룸에서는 ‘권양숙 여사 친척 특혜채용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김인원 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직접 한 기자회견이었다. 이후 인터넷을 시끄럽게 만든 ‘권 여사 9촌 특혜 논란’ 답변은 그렇게 나왔다.

회견 뒤 ‘권 여사 친척은 9촌’이라는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비롯 여러 언론사에 보도되자,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저녁 전화해 “확인 중이라고 했는데 왜 9촌이라고 쓰느냐”며 정정을 요청했다. ‘구체적 수치가 나왔다‘는 반박에 그는 “(김 부단장이) 상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납득은 잘 가지 않았다.

장면 2. “당 내부에서는 아예 네거티브 자체를 놓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탁월한 ‘상왕’께서 정리했다. ‘어느 나라든 선거는 네거티브’라고. 그래서 당은 하고, 후보는 하지 않는 걸로….”

대선 기간 중 나온 한 선대위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제가 ‘갑철수’냐, ‘MB아바타’냐”라고 물어 논란이 일던 때, ‘투 트랙’ 전략으로 가겠다는 얘기였다.

이를 증명하듯 선거 후반 안 후보는 ‘새로운 미래’를 외치며 네거티브를 지양했지만 선대위 측은 매일같이 브리핑으로 문준용 관련 공세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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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구태’로 몰린 안철수의 새정치, 해법은

최근 ‘카오스’에 빠진 국민의당을 지켜보며 위의 두 장면이 떠올랐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6일,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후폭풍을 겪고 있다.

지난 5월5일,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부단장이 “증언 신뢰도를 100% 확신한다”며 “현재 한국에 있다”던 ‘문준용 동료’는 결국 당원 이유미씨의 남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 지도부는 “국민도, 국민의당도 속았다”며 이번 사건이 ‘단독범행’임을 강조했으나, 파문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안철수의 ‘새정치’가 심각히 오염됐다는 지적이 많다. 상대 후보를 이기려 없는 사실을 가짜로 만들어 낸 ‘조작 제보’에 공당이 온통 휘말린 탓이다. 박 비대위원장도 이런 지적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안철수의 ‘새정치’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펴낸 <66일, 안철수와 함께 한 희망의 기록>에는 “새 정치를 위한 열망”, “새 정치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등 내용이 나온다. 그런 그가 결국 안철수의 새정치를 오염시키게 된 것이다.

“부족한 제게 국민께서는 많은 기대를 하셨지만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 저는 국민 여러분께 큰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그 빚을 갚을 길은 국민 삶을 바꾸는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015년 12월,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한 말이다.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게 새정치”라던 그는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심 끝 결론이 ‘새정치’와 부합하는 것이길 바란다.

▲ 유성애 오마이뉴스 기자.
▲ 유성애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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