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조사는 끝났는데 의심을 불식시키기엔 부족했다. 국민의당 차원에서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정작 진술과 정황증거에 그치면서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조작 내용을 알았는지, 그리고 대선 전 이유미씨 이외에도 증거조작 사실을 알았던 사람이 존재하는지 등이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핵심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취업특혜 조작 관련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안철수 전 대표나 박지원 전 대표 등 관련자들과 대면조사 등을 실시해본 결과 이유미씨가 공모해서 증거를 조작했을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조사에는 ‘빈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조사단은 정작 증거를 조작한 당사자인 이유미씨도 직접 만나 조사 하지 못했다. 진상조사단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이유미씨가 검찰에 이미 소환된 이후였고, 구치소 면회를 통한 조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사한 최종 진상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사한 최종 진상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처럼 이유미씨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불발되면서 국민의당의 조사는 결과적으로 이유미씨와 만나거나 통화했던 이들의 증언에만 기댔다. 증언만 있다보니 언론 보도나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증언들의 맥락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유미씨가 처음으로 조작 사실을 밝혔다고 알려진 조성은 전 최고위원에게 이유미씨가 ‘당에서 시킨 일’이라는 취지로 털어놨다는 점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조성은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씨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지시로 자료를 조작했다”고 일관되게 얘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4일 오전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조성은 전 위원은 “이유미씨가 횡설수설하면서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며 “토로하듯이 말을 했는데 자기는 억울하다 했는데”라면서도 “이것은 토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당은 이유미씨 휴대전화를 포함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휴대전화 역시 면밀히 살펴보지도 못했다. 현재로서는 당 차원에서 이준서 전 위원이 이유미씨와 대화를 나눴다는 카카오톡 대화 화면 일부와 바이버 대화화면 등이 주로 제시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준서 전 위원이 당 내 또 다른 누구와 전화를 했는지 등의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고있지 않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는 검찰 조사를 통해 압수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은 또 있다. 김관영 의원은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사이의 대화 내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이해가 안간다고 한 부분은 이유미씨가 이준서 전 위원에게 5월8일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거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라고 보낸 메시지다.

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관영 의원은 ‘지금이라도 밝히고 사과드리는 것이 낫지 않은가’ 라고 이준서 전 위원에게 보낸 이유미씨의 메시지에 대해 “그 부분이 합리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라며 “저희가 발표를 하면서 그 부분에 관해서는 검찰수사를 통해서 밝혀야겠습니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사한 최종 진상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사한 최종 진상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역시 이유미씨가 대선 전 보낸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안된다고 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았으므로 이때부터 혹시 이준서 전 위원은 조작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결국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의 최대 핵심은 이준서 전 위원을 포함한 당 관계자들이 언제 이 사안을 인지했느냐다. 특히 조작된 증거로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는 조기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론조사 결과 공표도 되지 않아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대선 전에 안철수 전 대표 등 당 지도부에서도 증거 조작 사실을 알았다면 이번 사안은 ‘대선 개입’ 사건으로 커질 수 있다.

국민의당은 정황 증거와 함께, 관계자들의 증언이 일치하는 지점들을 살펴본 결과 이준서 전 위원에 대한 일부 ‘의심’은 남지만 이유미씨가 단독으로 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진상조사결과로는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위원이 당 지도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당 차원의 조사 결과 박지원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간 조작된 자료로 기자회견을 하기 전 통화한 사실은 밝혀졌다. 다만 이 부분 역시 박 전 대표 측은 ‘기억이 안난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휴대전화가 압수됐다는 점을 들어 이 전 위원이 박지원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박 전 대표 휴대전화 발신 내역을 확인한 결과 이준서 전 위원에게 전화를 건 내역은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도 대선 전에 관련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지도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의당의 설명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가 증거 조작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대선이 이미 끝나고 이유미씨가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둔 지난 6월25일이다. 지난 2월 이유미씨가 보낸 메시지 이후로는 어떤 연락과 만남도 없던 사이였기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도 없다는 게 국민의당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는 5월1일 ‘온국민멘토단’ 임명식 현장에서 이유미씨를 만났고, 이유미씨는 안 전 대표에게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증거 조작 사실을 인지한 시점도 의문이다. 김관영 의원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6월25일 오전 이유미씨로부터 “제발 고소 일괄 취소 부탁드립니다. 이 일로 구속까지 된다고 하니 저는 정말 미치도록 두렵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안 전 대표는 이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자,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당시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당 차원에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이 문자 메시지를 봤을 때 이미 증거조작 사실 관련 보고를 받고 난 이후였다.

다만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그만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는 “너네들 편 아니냐. 이용주 의원이 (안철수) 후보 계파라서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박지원 전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만약 안철수 당시 후보가 증거 조작에 직접 개입했다면 공명선거추진단장이자 ‘안철수 계열’인 이용주 의원과 직접 소통을 했을 것이며, 안철수 전 대표 측에서 박 전 대표에게 굳이 연락을 취해 네거티브를 그만하자는 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취지다. 이는 대선 당시 국민의당에서 제기했던 문준용 특혜채용 관련 네거티브와 관련해서 안 전 대표가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국민의당은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리는 분위기지만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 조차 당 차원의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어떻게든 당 자체적으로 진상을 파악하고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이지만, 검찰 조사에서 당 차원에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미싱링크‘가 밝혀질 경우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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