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증거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조작된 증거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 통화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앞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이유미씨가 ‘구명 문자’를 확인했을 때 안 전 대표가 당초 해명과 달리 관련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정황도 드러났다.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사한 최종 진상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국민의당이 조작된 증거를 가지고 기자회견을 했던 5월5일 전에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통화를 한 차례 했다는 정황이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지난 5월1일 박지원 전 대표의 보좌관으로부터 “통화하셨습니까. 지금 (박지원 전 대표) 통화 가능하십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어 이준서 전 위원은 해당 보좌관에게 “네, 통화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사한 최종 진상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사한 최종 진상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실제로 국민의당 자체 조사과정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박지원 전 대표와 당시 통화를 했으며 “바이버로 보내드린 게 있는데 확인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도 “알았다”고만 짧게 답하고 통화를 마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직접 통신사에 휴대폰 발신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박지원 전 대표가 이준서 전 위원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통화한 사실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고, 이준서 전 위원의 휴대전화는 이미 검찰에 압수당한 상황이므로 박 전 대표는 이 전 위원의 휴대전화 기록을 통해 통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 휴대전화에 남은 수발신기록도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시간이 오래 지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달 29일 김관영 의원이 박지원 전 대표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조작된 증거와 관련한 어떤 사전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이후 추가로 당 차원 조사를 진행하면서 밝혀진 것이다.

▲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 제보 조작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6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 제보 조작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6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따라서 지금까지 당 차원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박지원 전 대표나 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들과 이준서 전 위원 간 통화 내역이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알게 된 시점도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김관영 의원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6월25일 아침 7시 쯤 이유미씨로부터 “제발 고소 일괄취소 부탁드립니다. 이 일로 구속까지 된다고 하니 저는 정말 미치도록 두렵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으나 확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안 전 대표가 같은 날 오전 9시47분 이용주 의원으로부터 전화로 이유미씨의 증거 조작사실을 보고받고 난 이후에야 이유미씨가 보내온 문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안 전 대표는 문자를 보고도 이유미씨에게 별도의 답장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 이유미씨가 지난달 25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안 전 대표가 당시 문자를 확인한 것은 인정했지만, 당시 내용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답문도 보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25일에 이유미씨가 보낸 문자를 먼저 받은 뒤 두 시간 가량 지난 후 이용주 의원으로부터 증거조작 사실을 보고받고 나서 이유미씨의 문자 내용을 확인한 것이 맞다면, 앞서 안 전 대표가 이유미씨가 보내온 문자를 봤을 때 ‘내용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외에도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조작 여부를 인지한 시점도 여전히 쟁점이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이준서 전 위원은 6월25일 관련한 내용을 두고 이용주, 김성호, 김인원, 이준서, 이유미 등이 모여 5자대화를 나누던 날 조작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진술했다. 이유미씨는 26일 검찰출석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24일 이용주 의원에게 조작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유미씨가 5월8일 오전 6시17분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미뤄봤을 때 이준서 전 위원이 사전에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전 위원은 이후 오전 11시19분 바이버 메시지를 통해 “사실대로라면 무엇을 말하는거지”라고 질문했다.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갑자기 왜 보안이 더 잘 되는 바이버 메시지로 추가로 질문했느냐도 의문이다.

다만 이준서 전 위원은 당 차원의 조사 과정에서 바이버로 주로 당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이버를 쓰고 있다가 이유미씨가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생각나서 바이버로 메시지를 보낸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 다음부터는 다시 바이버로 대화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 전 위원이 바이버를 통해 다른 당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면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소환된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 7월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소환된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 7월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날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위원 간, 혹은 박지원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위원 사이는 이러한 사안을 공모할만큼 친분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인지했을 수 있는 어떤 증거나 진술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당은 이유미씨가 단독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이유미씨는 6월25일 5자 대화 당시, 이준서 전 위원과 대화를 주고받던 도중 압박을 느껴 본인이 직접 증거를 조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으며 이 전 위원이 여러 정황 상 조작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조작된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공명선거추진단 소속 지도부 인사를 제외하고 다른 당 지도부 인사 중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 △장병완 국회의원(전 선대본부장) △조성은 전 최고위원(현 디지털소통위원장) △주승용 전 원내대표까지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 대상 인물들은 총 13명이다. 

김 의원은 “직접 라인선상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장병완, 안철수, 박지원 등 (의 인사) 이외에는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유미씨는 구치소 접견을 통해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이유미씨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조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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