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나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이 여당일 때도 협치는 없었고 탕평도 없었는데 왜 이제 와서 협치 타령인가? ‘내로남불’은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언급한 들머리 문장은 청와대나 민주당의 논평이 아니다. ‘진보’ 언론의 기사도 아니다.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의 ‘감상’이다.
일찍이 오월의 민주시민을 살천스레 ‘총을 든 난동자’로 몰아세운 그가 늦게나마 ‘정론’을 펴려는 걸까. 환상은 금물이다. 김대중의 그 말은 문재인 정부를 조준해 ‘국가 정체성’ 논란을 불 지피는 수순일 따름이다. 곧바로 “중요한 것은 그런 청문이나 인준 문제가 아니라 문 정권이 이 나라의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라고 단언한다.
물론, 김대중은 고루한 언론인일 뿐이다. 하지만 그가 대변하는 세력이 있다. 자신들만 ‘애국자’인 듯 부르대는 정치모리배들이다. 촛불혁명으로 입지가 좁아졌지만 바로 그렇기에 ‘빅브라더’를 더 갈구한다. 촛불혁명 과정에서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계엄령’을 요구하는 눈 먼 대중들만이 아니다. 미국 정치의 민낯, 트럼프를 한국 정치에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쓴다.
“트럼프, 사드 한국 배치 지연 논란에 격노…욕설까지 했다.” 이 나라에서 발행부수 가장 많은 신문의 기사 표제다. 그 기사는 문정인 특보에 대한 날 선 공격과 이어져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특보가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 “사드 문제로 한미 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했다며 ‘흥분’한다. 심지어 황교안까지 ‘페이스북 정치’로 거들고 나섰다.
여기서 이 나라의 모든 언론인들에게 충심으로 묻고 싶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거나, “사드 문제로 한미 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말이 잘못인가? 더구나 문 특보는 지나칠 정도로 ‘미국과 협의아래’라는 전제까지 달았다.
외교에는 여야, 보수·진보가 없다고 말끝마다 떠벌이다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가정체성을 들먹이며 정부를 공격하는 저들은 누구인가. 우리 안의 트럼프인가. 우리 밖의 매국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