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장관 인선 등 조각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초대 내각 면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역 의원이 다수 포함된 가운데 여성 내각 30%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문재인 정부가 내각에 현역 의원들을 지명한 이유

아직 모든 장·차관 구성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현직 국회의원들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의원들이 추가로 후보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의원(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의원(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의원(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의원(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현직은 아니지만  전병헌 전 의원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됐다.

현역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15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18대 국회의원 출신인 유 장관이 20대 총선에 불출마선언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에서는 현직 의원이 포함돼 있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에는 유정복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현재까지 여당 소속 재선 이상의 현직 국회의원이 네 명이나 지명됐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현직 의원의 장관 후보자 지명은 당정 간 관계를 좁히고 대통령 중심의 개혁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집권 초기 고삐를 바짝 당기기 위한 차원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금까지 현직 국회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낙마한 사례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지명된 후보자들이 재선 이상이기 때문에 인사 논란에 발목을 잡혀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그만큼 낮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지금은 갈등 조정이 필요한 시기다. 각 부처가 해왔던 과제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내각 출신 인사가 좋지만, 지금은 개혁과제 이행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갈등 조정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역대 정부 장관들의 임기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20년으로 예정된 총선에 장관 출신 국회의원들이 출마해서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정부를 잘 이해하는 의원들이 임기 말 국회에 자리를 잡게 된다.

다만 대통령 중심제가 더욱 강해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현재는 대통령이 (의원들을) 거의 차출해서 장관으로 가는 방식이다. 이대로라면 내각제 형태가 아닌 강한 대통령제의 모습이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내각으로 일부 의원들이 차출만 되고 실제로 당은 끌려가는 이전의 여당 모습처럼 된다면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만에 하나 현역 국회의원 중 낙마한 사례가 없었는데 낙마하게 되면, 장관 자격은 안 되는데 국회의원 자격은 되냐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회 운영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국회의원 출신 국무위원, 문제는 없나

국회의원 출신 국무위원 인선이 3권분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이 논란은 장관 인선 시기마다 불거지는 해묵은 논란 가운데 하나다. 장관직을 수행하면 사실상 의원직을 수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역구 및 원내 활동 등에 공백이 생길 뿐만 아니라,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 권한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는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내각제 요소를 혼합한 형식의 프랑스도 의원이 장관을 겸직하게 되면 의원활동을 못하도록 한다. 대표적인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에서도 겸직을 하게 되면 법률안 발의를 제한한다. 이 때문에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도 겸직 제한을 강화하자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매번 흐지부지됐다.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겸임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맡게 되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회의 참석비를 받던 중복 수당 부분은 개정된 상태다. 국회의원 보수는 받지 않고 장관 보수만 받는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등도 지급받지 못한다.

▲ 지난3월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인용 이후 정국 정상화 논의를 위한 긴급현안질문이 열리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지난3월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인용 이후 정국 정상화 논의를 위한 긴급현안질문이 열리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현직 의원들이 장관직을 수행할 때, 함께 일했던 보좌진들의 구성은 애매해진다. 장관직을 수행할 경우 입법 활동에 매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좌진들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에 따르면 각 의원실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는 내용만 있을 뿐 겸직여부에 따라 특별히 보좌진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는 부분은 명시돼 있지 않다.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는 “(도 의원이 장관이 되면) 교문위에 계속 남아있으면 안된다고 알고 있는데 후보자 신분에서 벗어나거나 통과되면 그때 다시 검토할 내용”이라며 “(보좌진 관련) 인사 문제는 논의된 바 없다. 법에 따라 현직 의원은 장관 겸직이 가능하므로 그에 준해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3. 문재인 정부는 여성 내각 30% 공약을 채울 수 있을까 

내각 구성 과정에서 또 하나의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여성 장관 30%를 달성할 수 있느냐다. 30%를 달성하려면 총 17개 부처 장관 중 5~6명이 여성장관으로 채워져야 한다.

1일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내각 인선은 6명의 장관 후보자와 7명의 차관이다. 이 중 여성 장관 후보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다.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지 않은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이다. 네 명의 여성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지명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여성 장관 후보로는 남인순, 유은혜, 진선미, 김상희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사진=노컷뉴스
▲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사진=노컷뉴스
여성 장관 비율 30% 공약을 이행하면 남성 중심의 관료 체제를 깰 수 있을까. 민주당의 한 여성 의원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을 때 여성 검사들이 많이 올라올 수 있었다”며 “여성 내각은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다. 그래야 장관 아래 인물 기용까지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반적인 인사 과정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계적으로 여성 장관 임명만 달성하는 것 이상으로, 성평등적 관점을 지닌 인물을 지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30% 내각을 달성하고 여성 몇 명이 임명됐는지는 중요한 신호탄이고 남성중심적 문화를 깨기 위한 하나의 균열장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새 내각을 임명할 때 성평등적인 관점을 가진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 향후 성평등한 내각을 구성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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