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시점을 두고 거래한 것처럼 SBS가 보도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SBS 사장이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보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후보 등을 고발하며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국당 “부당한 권력에 언론·공직사회 납작 엎드려”

자유한국당은 4일 SBS 보도와 관련해 “부당한 권력의 압박에 납작 엎드리는 언론과 공직사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후보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가자 해양수산부와 SBS에 압력을 가했고 이들이 굴복했다는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SBS 사장과 보도본부장, 노조까지 이번 보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4일 서울중앙지검에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문재인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장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영석 장관은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장은 강요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자유한국당은 4일 논평에서 해양수산부도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이경환 수석부대변인은 “7급 공무원이므로 세월호 인양 일정이나 정부 조직 개편 등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닐 수는 있다”면서도 “세월호 인양 현장에 있었던 실무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그 직원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소문을 듣고 그것을 기자에게 얘기한 것이라는 해명은 선뜻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보도가 나오자 문재인 후보 캠프의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즉각 해당공무원을 밝혀야 한다’며 색출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해수부도 이에 보조를 맞춰 반드시 색출해 일벌백계하겠다며 공개적인 협박을 했고, 자진신고한 해당 직원을 전격적으로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부적절한 언행을 한데 대해 엄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실시해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며 해수부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수석부대변인은 “해당 보도 인터뷰를 한 의인 공무원의 신변 보호에 지체없이 나서야 한다”며 해당 공무원을 ‘의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특히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3일 8뉴스 오프닝에서 김성준 SBS보도본부장이 직접 사과하고 나서는 등 조치를 취한 것이 SBS의 언론자유가 탄압받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4일 오전 자유한국당의 이인제·김문수·원유철 공동 선대위원장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신상진·박대출 의원은 SBS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민경욱 의원은 항의 방문 이후 “저희들은 당사자일 뿐더러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정치권 압력의 유무를 살피는 중요한 방문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 지난 3일 SBS8뉴스 화면 갈무리.
▲ 지난 3일 SBS8뉴스 화면 갈무리.
“민주당 언론 보복, 기사 삭제 강요” 언급했던 국민의당은?

SBS 첫 보도 이후 즉각적인 논평을 내어 사태를 확산시키는데 일조했던 국민의당은 이번 파문에 대해 언급했지만, 적극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몰아붙인 자유한국당에 비해 비교적 수위가 낮았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4일 오전 논평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힘이 세긴 센가보다”면서 “SBS는 이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해당 기사의 보도 경위와 그 이후 후속과정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문재인 후보한테만 사죄할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후보들 전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 법률지원단은 앞으로 SBS 기사에 댓글을 다는 행위,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발견하는 즉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면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SBS기사를 작성한 기자 개인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해야 한다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기사에 댓글을 달고 공유하는 행위까지 고발한다는 것은 일반인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마녀사냥식 몰이를 중단하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권력의 욕망에 스스로 영혼을 불태우지 마라. 벌써부터 언론에 보복하고 기사삭제를 강요하느냐”며 민주당을 비난한 바 있다. 또한 손금주 수석 대변인도 3일 논평에서 “문재인 후보는 세월호 희생자도 유가족들의 슬픔도 국민들의 애타는 마음도 그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표로만 여긴 것인가.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영령들에게 ‘고맙다’고 적은 의미가 이런 것이냐”라고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하지만 SBS가 내부 게이트키핑 절차의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하고 나선 이후 국민의당은 이번 파문에서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4일 논평을 보면 관련 기사를 공유하거나 기사에 댓글을 다는 행위를 민주당이 엄중 조치한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보도 관련 논평 쓴 자한당·국민의당 대변인 고발예정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관련 보도를 왜곡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손금주 수석대변인을 4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이철우 자유한국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정우택 원내대표 △정준길 대변인 △SBS △해수부 공무원 등도 함께 고발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이 SNS와 유세 현장에서 세월호 관련 SBS 보도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적발하는 대로 고발하기로 했다”며 “양 당이 유세 차량 등에서 SBS 보도 영상을 노출시키고 있는 현장에 대한 증거 수집에 나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윤관석 민주당 대통령 후보 공보단장은 “SBS는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보도 경위와 데스킹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주길 바란다”며 “해수부도 해당 공무원이 어떤 이유로 언론에 근거없는 주장을 했는지, 배후가 있는지 등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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