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않는 ‘블랙아웃 기간’을 맞아 각 후보 캠프들이 대선 막판 판세분석에 나섰다. 홍준표 후보 측은 적극적으로 ‘진보 대 보수’ 프레임을 들고 나섰다. 문재인 후보 측은 보수집결을 경계하면서 안정적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며 정의당 지지층을 향해서도 표심을 호소했다. 심상정 후보는 자력으로 홍준표 후보 지지율을 넘어서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안철수 후보 측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전히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수 집결, '민주당에 표 몰아달라' vs '자력으로 洪 꺾겠다'

현재 막판 선거 변수 중 하나로 보수층의 집결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재는 안철수 후보를 완전히 제끼고 문재인 후보를 추격하는 그런 양상”이라며 “우리 국민들께서도 보수 대 진보 이런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 우파들이 그동안 지지할 후보가 없었다. 이제 새로운 후보가 왔다, 정말 보수 우파의 후보구나(해서) 홍준표를 지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지난 2일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6차 19대 대통령후보 TV토론회를 준비중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일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6차 19대 대통령후보 TV토론회를 준비중인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후보와 ,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후보 측도 남은 5일 간 보수 세력이 집결하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수의 총결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고 보수가 총결집되면 실제로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심상정 후보 표심을 향해 이번 정권창출에 힘을 모아달라며 “절박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김민석 문재인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는 촛불 대선”이라며 “정권교체는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안정적인 지지를 달라’는 호소가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에게는 서운할 수밖에 없지만 저희로서는 절박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심상정 후보의 최종 득표율이 여론조사의 지지율보다 낮아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폄훼될 사항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재인 후보 측은 향후 대선 이후 정국에서도 안정적 국정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 본부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DJP연합으로 집권했지만 총리 청문회만 갖고도 몇 개월이 걸렸다. 이번에는 그 이상의 난관이 예상된다”며 “나라의 안정을 도와주실 길은 투표하고 힘 모아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의당 측은 보수의 집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 노회찬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수는 아직 멘붕 상태”라며 “역대 대선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5~60대 보수층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측 김영환 선대위 미디어본부장 역시 3일 오후 기자브리핑에서 “탄핵반대 세력의 부활기도에 대한 민심의 싸늘한 역풍이 몰아치고 있다”며 “극보수층 일부를 제외하고 합리적 보수와 부동층이 일시적으로 쏠렸던 홍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문재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안철수 후보에게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집결 이외에 후보 단일화라는 변수도 언급되고 있다. 김민석 본부장은 “홍준표-안철수-김종인 이런 식으로 묶여보자는 것(변수)이 있을 수 있는데 시도가 되고 일정한 진도가 나간다면 그 또한 작은 변수”라면서도 “역사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 19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9대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회에 앞서 문재인(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회사진취재단
▲ 19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9대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회에 앞서 문재인(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압도적 당선' vs '문재인 박스권 지지율 못벗어나'

심상정 후보 캠프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1위인 문 후보가 역전당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 캠프가 세운 목표는 심상정 후보가 홍준표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측이 심상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다음 정권으로 미뤄달라고 말한 것을 의식해 반발하는 발언도 나온다.

노회찬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누가 1위냐가 아니라 어떤 1위냐가 쟁점”이라며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1위는 2위와의 격차를 이명박 대통령 당선때보다 더 크게 벌릴 가능성이 있다. 유효득표율 최고를 기록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록도 깨질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현재 1위 후보자인 문 후보가 유효득표율에서 50% 이상을 기록해 박근혜 당시 후보가 기록한 51% 득표율도 경신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 위원장은 “이번 대선의 1차 목표로 세웠던 심상정 후보의 두 자리수 지지율은 이미 달성됐다고 보고, 그 다음 작은 목표는 홍준표를 꺾는 것”이라며 “민주당 방해하지 말라. 자력으로 표를 얻어나가겠다. 국민에게 호소해서 우리 자력으로 홍준표 꺾는 쾌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노 위원장은 “민주당의 밥상에 거위의 간도 있고 돼지의 간도 있는 것은 좋은데 왜 벼룩의 간(심상정 후보 지지표)까지 먹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남은 대선에서 부동층의 움직임을 큰 변수로 보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대체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30~40% 대에 머무르고 있다며 문 후보의 지지율이 소위 ‘박스권’에 갇혀있고,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 측은 이 부동층에 15%의 숨겨진 안철수 지지표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김영환 안철수 후보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3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문재인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올라가지 못하고 최근의 사태로 오히려 하락 추세로 반전하고 있다”며 “최근 여론조사 분석에 의하면 부동층을 포함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투표유동층이 50%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영환 본부장은 네이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후보에 대한 검색수를 상대적 비율로 적용해 이용자들의 관심도를 추리기도 했다. 

이 결과 문재인 후보가 31.5%, 안철수 후보는 26.9%, 홍준표 후보가 17.9%, 유승민 후보가 13.8%, 심상정 후보가 9.9%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현재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