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은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등 삼성그룹 임직원 5인의 433억 원대 최순실 뇌물공여 사건의 제1회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이날 수의를 입지 않고 흰 셔츠와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과 대가관계 합의와 부정청탁이 없었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나머지 3개 죄목도 연쇄적으로 무혐의가 된다고 주장했다.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 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의 전제가 뇌물공여 혐의라는 점에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433억 원대로 특정된 뇌물에 대해 "문화융성·체육발전을 명분으로 한 대통령 요청에 따른 대가성 없는 지원이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검이 객관적 증거가 아닌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이날 "전 대통령과 이재용은 승계작업에 대해 말한 사실도 없고 도움을 바라거나 주겠다 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다른 청취자도 없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 말을 듣고 기재한 업무수첩에 단어만 기재돼있다. 누가 말했는지도 분간할 수 없다. 진정한 의미를 분간하기란 더욱 어렵다"고 주장했다.
핵심 부정청탁 사안으로 지목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동의' 건의 경우 변호인은 "이 사건 합병은 삼성물산의 구조적 수익성 하락을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합병 이후 지배구조가 단순화된 건 맞지만 이재용 지배력 강화는 하나도 없다"며 "합병 전 삼성전자 지분은 13.1%에서 13.7%로 늘어나고 삼성생명의 경우 19.3%로 변동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두 계열사 합병을 찬성함으로써 국민연금에 8549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지적에 대해 "선동적인 주장이라 사료된다"면서 "특검이 말한 손해액은 평가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적정합병비율 하나를 선택해 산정한 것일 뿐이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산정 근거의 부당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간부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는 정황과 관련해 변호인은 "특검은 공정위 관계자와 삼성 관계자 접촉이 부적절하다고 표현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당연히 공무원은 민원문제 해결을 위해 민원인 의견을 잘 들어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삼성물산 합병후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SDI와 삼성전기로 하여금 삼성물산 주식을 각각 500만 주씩 처분하라고 결정한 바 있으나 삼성그룹 관계자 및 청와대 관계자와의 접촉 이후 삼성 SDI에게 주식 500만 주를 처분하라고 번복 결정했다.
특검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삼성SDS 및 제일모직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테크윈 등 4개 비핵심 계열사 '헐값 매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추진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 승인 추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투자유치 및 규제완화 △메르스 사태 및 삼성 서울병원에 대한 재제 수위 경감 등을 이 부회장이 박근혜씨에게 뇌물의 대가로 부정청탁했다고 특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