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은 회사가 지시했다
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은 회사가 지시했다
사측 “직원 스스로 철회했다” 밝혔지만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이 구두 승인하고 말 바꿔

지난달 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불방 사태와 관련해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이 담당 제작부장으로부터 구두로 보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MBC 사측은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결정과 관련해 지난달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의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직원들이 임의로 제작 또는 준비 중이다가, 스스로 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6일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한 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은 관련 내용에 대한 현안 보고에서 “김현종 전 본부장(현 목포MBC 사장)에 따르면 ‘탄핵 결정이 나면 그때 가서 할 수도 있다’고 다큐멘터리 담당 부장한테 얘기했다”며 “제작진이 구성안을 작성해 담당 부장과 국장까지 보고한 것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본부장 설명대로라면 김현종 전 본부장이 서면으로 보고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김연국)가 밝힌 대로 담당 부장과 국장은 지난해 12월 ‘탄핵’ 편 담당 PD에게 제작 진행을 지시했다. 그런데 방송을 앞두고 돌연 김 전 본부장이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가, ‘(구두로) 보고받은 기억은 있지만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지난달 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지난달 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김도인 본부장은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상황에 대해 김학영 전 콘텐츠제작국장에게까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내가 본부장이 되고 나서 김학영 국장이 다른 본부로 갔는데 같이 편성제작본부에 있다가 미안한 부분도 있었다”며 “김 국장까지 기획(구성)안이 보고되고 김현종 전 본부장이 기획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김현종 전 본부장과 다큐멘터리 부장에게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담당 국장에게까지 보고되고 제작이 진행된 프로그램이 콘텐츠제작국장과 편성제작본부장 사이의 (정식)보고 절차 문제로 불방까지 된 것에 대해 김 본부장은 “13일 ‘리얼스토리 눈-대통령 탄핵’ 편은 기획안이 승인돼 방송이 제대로 나갔다”면서 ‘본부장에 서면 미보고’를 결정적인 불방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본부장에게 보여주지 못할 구성안은 어떤 내용일지 그때 당시 시스템상으로 약간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6월 항쟁’ 다큐멘터리도 거의 같은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그가 편성제작본부장이 되기 전부터 제작이 진행 중이던 ‘세월호’와 ‘6월 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가 최근 제작 중단 논란이 일었던 것도 본부장까지 기획안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사유다.

김 본부장은 이날 방문진 현안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본부장이 되고 나서 ‘세월호’ 다큐뿐만 아니라 ‘6월 항쟁’ 다큐도 보고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세월호 다큐는 나중에 담당 PD가 정식 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에 (제작을) 승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MBC ‘PD수첩’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 편 갈무리.
지난 2월21일 방송된 MBC ‘PD수첩’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 편 갈무리.
하지만 김 본부장 설명대로라도 ‘탄핵’과 ‘6월 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는 이미 상당액의 제작비가 투입돼 관련 취재와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그럼에도 단지 ‘절차적’인 문제로 방송할 수 없게 돼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됐다.

‘MBC 스페셜’ “탄핵” 편을 제작하던 콘텐츠제작국 다큐멘터리부 소속 담당 PD는 지난달 10일 인사발령에서 MBC 내 대표적인 ‘유배지’로 꼽히는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됐다. 6월 항쟁 특집을 제작하던 담당 PD는 17일 콘텐츠제작국 다큐멘터리부에서 콘텐츠제작2부로 발령 났다.

아울러 이날 김 본부장은 지난 2월 21일 탄핵 찬반 집회 내용을 다룬 ‘PD수첩’ 방송에서 친박 집회 동원 의혹 제보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인물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 확인한 바 그(친박 집회 동원 의혹 제보자) 사람은 자기가 돈 받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 아니고 노숙자 쉼터에서 일하는 목회자였다”며 “자기가 소속돼 있는 노숙자 쉼터에서 노숙자들이 태극기(친박) 집회에 가서 돈 받고 참석했다는 전언이지 없는 걸 조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해당 인터뷰 인물이 옷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던 것에 대해서는 “제작진에 물어보니 워낙 바쁜 제작 일정 때문인지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는지 잘 몰랐다고 한다”며 “내가 본부장 되기 전 사안이지만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PD수첩’ 방송에 대해선 탄핵 반대 집회 주최 측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최종 조정불성립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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