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대선출마설이 등장한 가운데 전 사주의 행보를 중앙일보·JTBC가 어떻게 보도할지가 언론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앙일보는 홍 전 회장에 대한 보도로 번번이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다. 

1999년 보광그룹 세무조사, 2005년 삼성X파일, 2008년 삼성특검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일보는 그때마다 홍 전 회장을 두둔하거나 사건을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 기자들의 홍 전 회장 ‘의전’ 역시 논란이 됐다.

▲ 1999년 7월5일 한겨레 기사
▲ 1999년 7월5일 한겨레 기사
1999년 보광그룹 세무조사
중앙, 청와대에 물밑거래 제안

1999년 9월17일 국세청은 보광그룹 및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 일가의 탈세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탈세액 685억 원, 추징세금 262억 원. 홍 사장 개인의 탈루소득은 278억 원, 추징금액은 133억 원이었다. 국세청은 발표 당일 이 사건을 검찰에 공식 고발했고 10월2일 홍 사장은 구속됐다.

중앙일보는 이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세무조사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직후인 1999년 7월2일 1면 기사에서 “(세무조사 대상이 된) 언론사들이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견지해왔다”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말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국민의 입과 귀를 막겠다는 것인가”였다.

지면에서 홍 사장은 중앙일보를 정권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탄압받은 것으로 묘사됐다. “홍 사장은 (누구를 앉히라는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10월2일 1면), “또 다시 부끄러운 인사를 해야만 했던 홍 사장”(10월4일 3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물밑으로 청와대와 협상을 시도했다. 박준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1999년 10월3일 홍 사장 구속 사건과 관련해 “중앙일보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씨가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모든 경영진 인사를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잘 처리해달라고 제의해 온 일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심지어 (세무조사를) 잘 처리해주면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동안 협조하겠다는 제의가 있었다”면서 “(홍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면 어떻겠느냐는 등 타협안을 제시한 일이 있다. 우리가 그런 타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중앙일보 지면은 홍 사장을 살려내기 위한 거래대상이었던 셈이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2005년 삼성X파일
중앙일보 기자 일동
“깊이 반성하고 있다”

2005년 7월21일 조선일보에 “안기부, YS 정부 때 비밀조직 운영 정·재·언 인사들 대화 불법도청”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안기부(국가정보원)가 1993년부터 1998년 2월까지 5년 동안 ‘미림’이라는 비밀도청팀을 통해 정·재·언론계 주요인사들의 대화내용을 불법 도청해왔다는 이른바 ‘삼성X파일’ 사건이다.

7월23일 MBC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 본부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이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만나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안기부가 해당 대화를 도청한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 측에 100억 원의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상황이 담겨있었다.

사주와 관련된 해당 사건에 대해 중앙일보는 7월22일 첫 관련 보도를 내놨으나 ‘불법 도청’과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인용’ 기사만을 실었다. 당시 이학수 본부장은 MBC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일부 기각했는데 중앙일보는 주로 가처분 신청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 2005년 11월16일 안기부 불법도청과 X파일 사건에 관련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는데 이건희 삼성회장 가면을 쓴 민주노동당원들이 ‘홍석현을 구속하라’를 외치며 홍 전 회장을 붙잡고 있다. ⓒ 연합뉴스
▲ 2005년 11월16일 안기부 불법도청과 X파일 사건에 관련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는데 이건희 삼성회장 가면을 쓴 민주노동당원들이 ‘홍석현을 구속하라’를 외치며 홍 전 회장을 붙잡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7일 1면 기사에서는 대놓고 안기부 도청테이프 공개를 비판했다. “삼성 협박 실패하자 방송에 흘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사회정의도, 국민의 알 권리도 아니었다”며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가 MBC에 전달되는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의 목표는 금품갈취였다”고 보도했다. 정경유착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였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결국 중앙일보 기자들은 8월5일자 지면에 “중앙일보 기자들은 다짐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일동 명의의 글을 실었다. “독자와 국민을 실망시킨 과거의 잘못에 대해 홍석현 대사는 물론 우리 기자들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언론이 특정 정파나 사주, 기업 등의 이해관계에 휘말릴 경우 엄청나게 큰 후유증을 겪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기자들은 공정보도위원회 내부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홍 전 회장이 미국에서 귀국하던 날, 중앙일보 기자들이 홍 전 회장의 ‘의전’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2005년 11월14일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중앙일보 기자들은 홍 전 회장을 경호했을 뿐 아니라 ‘동료’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중앙일보 인천공항 출입기자였던 강갑생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카메라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등 전례가 있어 이번에는 그런 불상사를 막아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적어도 우리 회사 최대주주에게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이틀 뒤인 11월16일 검찰에 소환됐다.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2008년 삼성특검 홍석현 소환
침묵에 가까운 보도,
그리고 적극적인 취재방해

2008년 3월4일 삼성특검팀이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사건’의 피고설발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했다. 홍 회장이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최대주주를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에게 내주는 과정에서 삼성 쪽과 논의가 있었는지를 따지기 위해서였다.

1999년과 2005년의 경험 때문인지 중앙일보는 침묵에 가까운 소극적 보도 태도를 취했다. 홍 회장이 소환되던 날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9개 중 8개 신문이 홍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환 소식을 다뤘지만 중앙일보에서는 해당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미디어오늘 기사에 따르면 중앙일보에 홍 회장 소환은 물론이고 삼성 특검 관련 기사가 실리지 않은 것에 대해 중앙일보 기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중앙일보 기자는 “자사 사주가 소환되는데 어떤 신문사가 그 기사를 게재하겠냐”며 “왜 기사가 없냐고 말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특검에 출두한 다음날인 3월5일 중앙일보는 사회 1면 하단에 해당 소식을 2단 기사로 전했다. 제목은 “중앙일보에 대한 허위 주장, 조사 통해 진실 밝혀질 것”으로 홍 회장의 주장이 중심 내용이었다. 당시 15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렸지만 중앙일보에서는 홍 회장의 사진기사 조차 볼 수 없었다.

기자들의 ‘의전’은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홍 회장이 출두해 조사를 받고 귀가할 때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이 타사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삼성특검 영상취재기자단은 3월4일 밤 성명을 내고 “자본과 언론의 자유가 분리되지 못한데서 비롯된 매우 침통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도 이튿날인 5일 “중앙일보 기자들의 사주를 향한 패륜적 충성심이 다시금 일을 저질렀다”며 “취재방해 행위를 사과하고 삼성특검 사무실 및 건물현관 앞 취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