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2일 오전 10시 자유한국당에서는 첫 선거대책회의가 열렸다. 대선체제로 돌입한 후 첫 회의가 열린 만큼 홍준표 후보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발언이 주목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되기 전이었다고 하나) 미약한 수준이었고, 자유한국당의 당 지지율도 10% 선 정도에 불과해 자유한국당과 홍 후보를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선거연대’에 대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홍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도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의 본류는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주장했고,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에서 분가한 작은 집’이란 표현을 썼다.

아울러 “중앙은 이제 내부결속이 됐고 지방의 결속을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4월8일까지 지역 선대위 결성식을 권역별로 가지면서 전국에 흩어진 하부조직들을 새롭게 규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데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해 열린 자유한국당 1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해 열린 자유한국당 1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경선과정에서 친박 세력과 선을 그으면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접촉하는 등 선거연대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29일 홍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씨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에 대해 “친박 패권주의가 빚은 참사”라며 “몇 안 되는 양박(양아치 친박근혜계)들과 폐쇄적인 체제로 국정운영을 하다 보니 판단이 흐려지고 허접한 여자에 기댄 결과가 오늘의 참사를 가져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은 선거연대의 조건으로 ‘친박 청산’을 주장하는 바른정당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는 평가였다. 그런데 홍 후보가 갑자기 ‘자강론’을 내세우면서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작은 집’이라고 깎아내린 것이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과 관련, “기자여러분들이 바른정당과의 후보와 연대를 운운하는 그런 질문은 앞으로 삼가 주시길 바란다”며 “본 선거에 임하게 되면 좌우로 갈라질 것으로 결국 본당 중심으로 선거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연대’가 아니라 바른정당의 지지층이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수세력 일각에서는 ‘3자 필승론’이란 주장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맞붙게 되면 양 측이 개혁‧진보세력의 표를 나누게 되고, 갈 곳을 잃은 보수성향의 표가 양 강자가 아닌 보수후보에 표를 몰아주게 되면서 결국 보수후보가 당선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987년 대선에서 양 김씨의 분열로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홍 후보의 주장은 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홍 후보가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있다)”며 “계속 돌아오는 것을 주저하고 또 조건을 내건다는 것은 그것은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키려고 하는 의도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또한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린애도 아니고 응석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바른정당 사람들을 문을 활짝 열고 맞이하고 돌아오는 것을 조속한 시일 내에, 그것도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보수진영의 일부 분열은 계속되는 책임을 그분들이 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로서는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를 하더라도 1대 1의 대등한 관계로서 논의 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없다.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유한국당으로 힘을 모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선 과정 중 김무성 의원을 만나는 등 선거연대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왔음에도 바른정당은 31일 자유한국당에 대해 공식 논평으로 “하필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날에 대법원 판결이 끝나지 않은 피의자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는 촌극을 벌였다”며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리진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홍 후보로서는 상당히 불쾌했을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와 자유한국당이 선거연대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바른정당에 비해서는 지지율이 높다고 하나 그래봐야 홍 후보의 지지율도 10%가 안된다. 반문정서에 기대겠다고 해도, 현재 그와 같은 지지율은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를 거쳐 안철수 국민의당 경선 후보 쪽으로 흐르고 있다. 게다가 홍 후보의 비호감도가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차기대선 5자 가상대결 결과 홍 후보는 11.1%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1위 문재인 후보 43.9%와는 상당한 격차가 벌어져 있다.(유무선 RDD 전화면접‧자동응답 혼용 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5%p, 응답률 9.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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