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관련기사 모음)

“MCN 콘텐츠가 확장되는 건 좋지만 IPTV에 들어가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세대는 게임 ‘마인크래프트’ 동영상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타깃이 맞지 않는 콘텐츠인데 플랫폼만 늘리려고 해선 안 된다. 연령대가 높은 세대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우선이다.”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금 시장이 좁다”면서 타깃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사드배치로 얼어붙은 중국시장 대신 동남아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타깃을 1020에서 3040으로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를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트레져헌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CJ E&M에서 MCN 사업팀장을 지낸 그는 2015년 1월, 독립해 트레져헌터를 차렸다. 지금은 운영하는 채널만 200개가 넘는다. CJE&M 다이아TV에 이어 업계 2위 MCN업체가 됐다. 영국남자, 양띵, 김이브, 악어. MCN의 대명사로 불릴 만한 이들 크리에이터들이 ‘트레져헌터’소속이기도 하다.

- 수익구조는 어떤 식인지 궁금하다.

“전반적으로 광고의 비중이 큰 편이다. 광고주가 크리에이터를 활용해서 영상을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얻는 수익이 크다. 이외에는 유튜브나 네이버 등 플랫폼을 통한 광고수익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디지털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커머스도 시작했다. 화장품, 패션. 그리고 육아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홈쇼핑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미디어커머스’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 브랜디드 콘텐츠나 간접광고 비율이 높으면 콘텐츠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나.

“직원들에게 권고하는 사항이 있다. 7:3 혹은 8:2 비율로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콘텐츠를 10개 올리면 순수하게 팬을 위한 콘텐츠가 7~8개가 돼야 하고, 나머지는 광고를 찍거나 콜라보를 하라는 것이다. 협찬과 간접광고를 많이 하면 돈은 더 벌겠지만 홈쇼핑화 된다. 홈쇼핑처럼 같은 진행자가 어제는 A제품을 추천하더니 오늘은 경쟁사의 B제품을 추천하면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또, 광고를 하더라도 채널 콘셉트랑 맞는 것을 하길 권한다. 영국남자의 경우 나오는 음식, 식당 대부분이 협찬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본인도 진심으로 추천을 할 수 있다.”

▲ '영국남자' 화면 갈무리.
▲ '영국남자' 화면 갈무리.

- 트레져헌터는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인데, 현재 해외 상황은 어떤가.

“중국은 사업 초기부터 투자를 많이 했다. 올해부터는 수확할 시기였는데, 중국의 미디어 관련 내부정책과 사드이슈 탓에 예측에 비해 성장하지 못했다. 대신, 올해는 동남아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본적으로 트래픽이라는 건 ‘인구’와 ‘소득’에 비례하기 때문에 국내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아시아로 타깃을 넓힌 거다. 동남아 시장 수익이 크지는 않지만 리스크가 없는 게 이점이다.”

- 동남아 국가 중 특별히 주목하는 국가는 어느 곳인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많이 본다. 인구도 많고 소득도 높은 편이다. 말레이시아나 필리핀도 하고 있는데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보다는 규모가 작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가보면 놀랄 정도다. 인구가 2억5000만에 달한다. 서울보다 도시 규모도 크다. 돈이 모인다는 것이다.”

- 동남아는 중국과 같은 규제변수는 없나?

“중국 시장이 불안했던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 하나를 올리더라도 반드시 중국 회사를 거쳐야 한다. 사드 등으로 인해 정부 정책이 바뀌면 즉각적으로 끊기는 거다. 반면, 동남아는 규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오픈 돼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 국내 크리에이터를 진출시키는 전략인가, 현지에서 크리에이터를 모으는 전략인가.

“둘다 한다. 해외팀이 20여명 되는데, 현지에서 인기 있는 이들을 모집하기도 하고, 한국 크리에이터를 해외에 알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영국남자’ 콘텐츠를 인도네시아어로 올리는 식으로 자막이나 번역 등을 통해 트래픽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방송인들이 크리에이터를 하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 ‘선점을 잘 하면 제2의 양띵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아직은 드러날 만큼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은 없는데, 가능성이 있다.”

▲ 트레져헌터 대표 크리에이터. 왼쪽부터 악어, 양띵, 김이브, 영국남자
▲ 트레져헌터 대표 크리에이터. 왼쪽부터 악어, 양띵, 김이브, 영국남자

- 현지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크리에이터가 있나.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가수 이정훈이 있다. 우리로 따지면 무한도전 출연자와 같은 이미지다. 예능적 요소가 들어간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한국빵은 인도네시아빵과 이런 점이 다르다’라고 하는 식이다. 필리핀에는 라이언방이라는 국민스타와 함께 하고 있다. 이 크리에이터는 필리핀에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반대로 한국인들에게는 필리핀의 것을 소개하는 식으로 크로스 채널을 만들 계획이다.”

- 현지에서는 어떤 장르가 인기 있나?

“예능과 코미디류가 잘 되더라. 우리로 따지면 과할 정도로 실험 영상을 하는 식이나 우스꽝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 먹힌다.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상위권이다. 이외에는 글로벌 트렌드와 비슷하게 음악, 게임, 뷰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좁은 국내 시장에서 타깃을 늘리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30대가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아직은 그 분들 눈높이에 맞는 MCN 콘텐츠가 많지 않다. 그들의 선호를 반영해서 30대를 위한 모바일 게임채널, 30~40대 여성이 볼만한 쇼핑콘텐츠를 만드는 식으로 새로운 콘텐츠 카테고리를 만들고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투자하는 단계라서 돈을 벌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끊임없이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콘텐츠가 1020세대에 머무르지 않도록 계속 타깃을 넓히는 시도를 해야 한다.”

- 요즘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뿐만 아니라 모바일IPTV나 카카오TV 등 플랫폼이 늘었는데, 유통 경로를 늘리는 것도 수익 다각화를 위한 방법이지 않나.

“맞다. 플랫폼에 들어가고, 제휴하는 건 좋다. 그런데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IPTV에 들어가 있어도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면 우리 세대는 안 본다. 타깃이 맞지 않는 걸 플랫폼만 늘리려고 하기보다는 콘텐츠부터 확장해야 한다. 플랫폼은 비유하자면 이마트, 슈퍼, 편의점이다. 우리는 여기에 다 간다. 그런데 편의점에 가든, 이마트에 가든 내가 사고 싶은 라면을 사는 거지, 나한테 필요 없는 에쿠스를 사는 건 아니다. 채널을 확장하면 일시적으로 트래픽은 늘겠지만 신규 독자들이 한번 보고 재미 없으면 다신 안 보게 된다.”

- 크리에이터 교육도 하고 있던데, 수익사업 측면에서 접근하는 건가.

“정부(전파진흥원)와 협력해서 새 크리에이터를 발굴한다든가. 현재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심화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심화학습은 재교육 개념인데, 새로운 장비가 나오고 해외트렌드가 있으면 혼자서도 잘하는 분들이 있지만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 분도 많다. 또, 편집, 연기, 춤 등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을 알려준다. 돈을 버는 사업이라기보다는 투자 개념이다. 연습생이 많아지고, 지속적으로 재교육이 돼야 콘텐츠가 풍성해지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 크리에이터를 뽑을 때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궁금하다.

“우리 회사에 게임, 뷰티 등 카테고리별로 담당 매니저들이 있다. 찾아오는 지원자가 있으면 담당분야 매니저가 면담을 한 후 계약하는 방식이다. 카테고리마다 담당자들이 봤을 때 재밌는 채널, 잘 될 거 같은 채널이 우선순위가 된다. 크리에이터를 뽑을 때 성실성을 가장 많이 본다. 취미로 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직업처럼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성실하면 1년 동안 참은 후 빛을 보는데 성실하지 않거나 다른 일을 겸하는 사람들은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 최근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거액을 투자했고 연예인이 출연하는 V앱의 인기가 많다. 여전히 기존 방송시장의 연예인이 모바일 시장에서도 파급력을 갖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접근방식이 다른 건데, 네이버나 V앱은 광고소비 타깃이 3040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맞는 연예인을 활용하고 있다. 연예인이 모델에 가깝다면 크리에이터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함께 노는 개념이라는 점이 다르다. 우리는 크리에이터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서로의 영역이 겹치고 전쟁 아닌 전쟁이 일어날 거다. 장기적으로는 이종결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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