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보도 공정성과 중립성을 추구해야 할 KBS가 ‘박근혜 대통령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헌법수호애국시민연합, 대한민국애국연합1917 등 극우단체 참가자 1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손에 쥐고 “KBS는 기생충 같은 XX들”, “KBS를 폭파해야 한다”, “빨갱이 방송”이라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집회에 앞서 집회 참가자들은 극우논객 변희재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올림픽 응원가인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를 부르는 등 ‘그들만의 집회’를 준비했다. 이날 태극기가 부착된 모자를 쓰고 등장한 변씨는 고령의 참가자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집회는 국민의례, 애국가 1절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연사들의 연설로 이어졌다. KBS를 방문한 시민들은 극우단체 집회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거나 무심히 지나갔다. 아이 3명과 함께 집회 현장 주변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앞서 이들 단체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 촛불집회를 보도한 KBS ‘다큐3일’ 등의 프로그램에 딴지를 걸고 있다. KBS가 ‘좌익 문화선전대의 사령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 전문가들과 현업 언론인, 언론시민단체 평가와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당장 지난 14일자 KBS ‘뉴스9’ 보도만 해도 톱뉴스부터 6번째 리포트까지 김정남 피살 소식 등 북한 관련 뉴스로 채워졌다. KBS 양대 노동조합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침묵한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연사로 나선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는 “KBS가 시청요금(수신료)을 전기요금에 강제로 부과해 받아간다는 사실은 이 XX들이 기생충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돈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태극기 혁명은 KBS가 시청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받아가게끔 하는 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우리가 북한 빨갱이 세상에 살았다면 KBS는 이미 공개 총살을 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뒤 “KBS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 가족이 몰살당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는 “KBS를 오래 보면 돌아이가 되든지 아무튼 뭐가 된다. 애국을 위해 방송하지 않는 것은 반역자”라며 “올인코리아, 미디어워치 등을 보면 정보를 다 공유할 수 있다. 지금은 KBS 방송이 없어도 끄떡없는 21세기 스마트 혁명시대”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KBS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정신이 오락가락한 놈들만 나온다”며 “인간 쓰레기들을 정치평론가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바톤을 이어받은 변씨가 연단에 서자 집회 참여자들은 “변희재, 변희재”, “변희재 최고다”라며 환호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그콘서트’를 지목한 변씨는 “탄핵을 선동하는 내용이 그대로 나갔다”며 “관련 (아이템) 내용은 고대영 KBS 사장에게도 올라갔을 것인데, KBS 보도에 대한 제재가 없으니까 개콘 애들이 마음놓고 하고 있다. 어차피 박효종이 다 봐주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친박·극우단체들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박 대통령과 관련된 JTBC와 TV조선의 의혹 보도를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씨는 “KBS가 이렇게 된 건 자칭 ‘보수팔이’ KBS 이사진들과 이인호 이사장, 이들과 짝짜꿍한 고 사장 책임”이라며 “MBC에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버티고 있으니까 그래도 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KBS에 있는 자들은 다시는 애국보수 모임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며 “이 시간에도 보수팔이하면서 하태경(바른정당 의원)이랑 놀고 다니는 놈들 때문에 KBS가 (보수진영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변희재씨가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변희재씨가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변씨의 연설이 끝나자 집회 참가자들은 KBS를 향해 “폭파시켜야 해”, “자폭하라 KBS”라며 거친 말을 한껏 쏟아내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연사인 성호스님의 발언은 더욱 과격했다. 그는 “KBS는 5·16혁명 정신을 받들어 당선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목을 자르는 방송을 하고 있다”며 “김정은에게 ‘위원장’ 호칭을 붙이는 이 집단은 빨갱이다. 빨갱이를 죽여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이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갖다줘서 핵을 만들었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구에선 광주 폭동보다 더 큰 민주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뱉었고 “김무성, 유승민 등 경상도 놈들은 배신자. 한광옥, 한화갑, 김경재 등 전라도는 훌륭한 사람들 뿐”이라며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이어 “한전(한국전력공사)에 전화하면 KBS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며 수신료 거부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KBS 취재진이 집회 현장을 촬영하자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KBS 시큐리티(안전관리) 직원들과도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친박단체 집회에서 성호스님은 “KBS는 5·16혁명 정신을 받들어 당선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목을 자르는 방송을 하고 있다”며 “김정은에게 ‘위원장’ 호칭을 붙이는 이 집단은 빨갱이다. 빨갱이를 죽여라”고 주장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친박·극우단체 집회에서 성호스님은 “KBS는 5·16혁명 정신을 받들어 당선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목을 자르는 방송을 하고 있다”며 “김정은에게 ‘위원장’ 호칭을 붙이는 이 집단은 빨갱이다. 빨갱이를 죽여라”고 주장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인터넷 보수매체 프리덤뉴스 발행인인 김기수 변호사는 “KBS가 JTBC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KBS에 출연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철통보안 KBS 안에는 누가 들어가 있죠”라고 참가자들에게 물었고,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빨갱이”라고 외쳤다.

김 변호사는 이 이사장에 대해 “원래 보수세력의 존경을 받는 분”이라며 “이 이사장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에 어떤 지침을 내려주셔야 한다. 지금처럼 침묵하면 역사에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BS노조의 압력이 있다면 이 이사장이 태극기 집회에 나와 커밍아웃 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이 이사장은 언론노조에 굴복하지 말고 애국시민의 힘을 얻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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