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학회가 14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최승호 MBC 해직 PD(현 뉴스타파 앵커)는 “학계에서 MBC 사태를 진영논리로만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포함해 공영방송 이사회에 정부·여당 몫으로 추천받은 언론학계 인사들이 정권 편향적인 모습만 보이며 방송을 망가뜨리는 데 대해 학계 차원에서 고민이 치열하느냐는 쓴소리다.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는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 성암관에서 YTN·MBC 해직 언론인들의 공정방송 투쟁을 다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공동 관람하며 해직 언론인과 함께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망가진 공영 언론의 현실, 20대 국회 야3당이 발의한 언론장악방지법의 실효성 및 평가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지만 주목할 만한 발언은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최승호 PD 입에서 나왔다.

최 PD의 발언은 한국방송학회 회장 출신인 유의선 현 방문진 여당 이사(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를 겨냥한 것이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재임하던 시절에도 교수 출신 이사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가로막는 행보를 보인 적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2012년 방문진 여당 몫으로 임명된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다. 그는 ‘황우석 논문 조작’ 특종을 했던 한학수 PD가 비제작부서인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받자 “역량을 인정 받아서”라고 발언하는 등 MBC 경영진을 적극 두둔했던 인사였다. 

앞서 유의선 이사 역시 지난해 9월 ‘MBC 안광한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각하시키는 등 MBC 경영진을 비호해온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최 PD와 박성제 MBC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했다’는 내용의 녹취록 진상규명에 대해서도 유 이사는 “검찰에 고발된 사안이니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와 봐야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며 경영진 편에 섰다.

최 PD는 유 이사에 대해 “학회장도 하시고 굉장히 훌륭한 분으로 알고 있었다”며 “저널리즘 관점에서 ‘아스팔트 우파 이사’들을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불행하게도 그런 기대는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최 PD는 또 “언론학자의 정체성에 대해 내부 토론이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학계 교수가)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해주실 수는 없는 건가”라고 말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성호 MBC 해직기자 역시 “사실 언론학자가 모두 현장 실천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한국의 신문 지형만큼이나 언론학자들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다. 이런 성향은 학자가 현실에 참여했을 때 (좌우로)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학계 인사들은 ‘공영방송 사장 직선제’, ‘공영방송 사장의 인사권 최소화’, ‘사원들의 사장 해임권 부여’ 등 개혁적인 정상화 방법론을 꺼내기도 했다. 김승수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공영방송 인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며 “아울러 공영방송 사장은 경영사장에 불과한데, 사장이 인사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당 부분 인사권을 직원들에게 이양하거나 직원들이 사장 해임권을 가질 수 있게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