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메시지를 두고 언론은 반 전 총장이 이전과는 달리 과감한 메시지를 쏟아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언론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지 않았다”는 반 전 총장의 해명을 ‘강력 부인’ ‘일축’ 등의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귀국메시지에서 23만 달러 의혹에 대해 해소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 전 총장은 “50여년간 대한민국에서, 유엔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명백히 말씀드린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어 반 전 총장은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은) 도저히 제가 이해할 수 없고 왜 제 이름이 거기 등장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 문제에 관해서는 분명히 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얼마든지 말씀드린다. 제 말씀이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은 구체적인 반면, 반 전 총장의 해명은 구체성이 없다. ‘박 회장 지인’은 시사저널에 박 회장이 2005년 5월3일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이 열리기 한 시간 전 쯤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도착해, 20만 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반 전 총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초였을 거다. 뉴욕에 박 회장이 잘 아는 식당 사장이 있다. 박 회장이 그 식당 사장에게 ‘반 총장이 식사하러 오면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로 3만 달러 정도를 주라’고 했다. 실제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 2일 오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 게이트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지지자들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후 경향신문도 의혹을 제기했다. 박 회장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 증언에 따르면 박 회장이 2009년 검찰수사 당시 ‘반기문 총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이를 덮으며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뉴욕 식당 3만 달러에 대해서도 “뉴욕에는 박 회장의 고향 후배가 경영하는 대형 한식당이 있고 여기서 정치인 여럿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라는 증언을 보도했다. 시사저널과 경향신문의 보도내용이 일치한다. 반 전 총장의 구체적 해명 없는 반박을 그대로 기사화 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의혹도 해소될 수 없다. 

반 전 총장은 구체적 해명 대신 시사저널 보도에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을 냈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금액은 무려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과의 첫 번째 조정기일은 오는 16일이다.

구체적인 해명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닌 주장에 어떻게 일일이 반박을 할 수 있냐”며 “다만 법적으로 끝까지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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